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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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마트 안에 신상 기계가 들어왔다. 뭔가 허접하게 생겼는데 내 DNA를 체취해서 기계를 돌리기만 하면 내가 "될 수 있는" 최대의 가능치를 보여준다고 한다. 단돈 2달러에!!!! 과연 나는 그 기계를 돌려볼 것인가?

1. 면봉으로 볼 안쪽을 문지른다.
2. 두 손을 모아 행운을 빈다.
3. 내 인생의 가능성, 내 신체와 정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의 결과를 알아본다.
(내 진짜 운명을 알 수 있다!!!)

간단한 이 기계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던 허버드 부부와 쌍둥이 형 토비의 죽음 이후로 자기 앞에 펼쳐진 이상하고 의문의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된 제이컵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전개에 책에 눈을 뗄 수가 없어서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어느새 결말에 도달한다.

처음에는 고작 그런 기계가 알려주는 내 진짜 운명에 과연 나는 얼마나 흔들릴 수 있을까 깊게 생각도 안했었다. 내가 만약 그 기계를 사용하게 되면 어떤 운명이 나올까 호기심은 동했지만, 그리고 분명 나라면 당장 그 기계 앞으로 달려가 2달러를 투입했겠지만 (아니 한 10달러 정도...) 그로 인해서 벌어지게 될 일들이 얼마나 내 인생에 영향을 주겠냐, 우습게 생각하기도 했다.

내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지금의 현실을 비참하고 따분하게 여길 수 있게 될 것이고,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웃고 넘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족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해도 지금의 내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운명의 결과가 나온 사람들 역시 말 못할 허무감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참.... 사람들의 심리란 그런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또 오로지 DNA로 인한 결과지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과학적인" 그 결과만 믿고 자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평화롭던 마을 사람들에게 이 복권과도 같은 이 기계가 가져오게 될 내면의 심리 변화와 미묘하게 이어진 서로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깨질 수 있는지 또는 이어질 수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재미나게!!! 정말 재미있고 기발한 이 책! 참!! 애플 TV 드라마 방영이 확정됐다고 하니 또 어떻게 표현됐을지 기대되는 마음🖤

당신의 운명을 2달러로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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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내가 살고 있는 삶은 어떤 삶인 거지? 이런저런 일자리를 전전하고, 집안일을 하고, 일요일이면 십자말풀이를 하며 잡담을 나누느라 여태 미뤄왔던 꿈은 뭐였지? 그런데 살면서 이루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일들을 과연 꿈이라고 말해도 될까? 인생이 반이나 지나갈 때까지 자신에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런 꿈이 숙명이 될 수도 있을까? 나의 진정한 소명은 뭘까?

202. 지금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고작 이게 내 최선이라고? 나와 함께 이 진창을 헤쳐나간다면, 당신이 살게 될 삶도 이게 최선이라고? 여태 준 것들 말고 더 줄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고? 아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 안 된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전화하는 대신 여태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했다. 아무도 받지 않을 줄 알면서도 집으로 전화를 걸어 자동웅답기에 대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257. 우리가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추억하며 웃으면 되잖아. 삶을 그런 방식으로 바라보는 건 애초부터 우리가 원한 게 아니지 않나? 기계가 우리의 운명을 알려주다니. 우리의 인생이 이미 정해진 거라니, 한꺼번에 정해진 거라니. 말도 안 되지 않나? 실망스럽지 않나? 차마 상상하기도 싫지 않나?

470. 테스트 결과 중 대부분은 말도 안 되잖아요. 다들 자기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예요. 다들 그저, 자기가 아닌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거잖아요.

476. 때로 우리는 그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단다.

494. 그래서 오랫동안 그가 고민했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질문은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질문이 그 자리를 채웠다. 나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가?

#MO월시 #빅도어프라이즈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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