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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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걱정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죽음은 나와는 별개인,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득한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존재하는 사건이다.

뮌헨 공과 대학 병원 병리과의 부검 어시스트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작가는 본인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넘쳐난다. 부검 전후에 시신을 관리, 처리하고 유족에게 장례절차를 안내하고 상담까지 하는 직업을 천직이라고 느낀다는 점이 글 곳곳에 묻어난다.

하루에 20구이상의 시신을 마주하면서 작가가 느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우리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라거나, 어떤 특정한 삶의 방식을 전혀 강요하지 않는다. 본인의 일상을 부검실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단지 생생하게 나열한다. 자세히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작가의 일상을 읽다보면 죽음이 그저 두렵고 무서운 세계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들고, 삶을 더 찬란하게 여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준다. 담담히 서술한 작가의 일상만으로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검 전문가로 일하며 어딘가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의 빈 곳을 유족들을 보살피고 상담하며 어둠에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애도상담가의 일까지 직업을 더 확장해나갔다. 가까운 지인이나 친인척의 죽음을 경험하고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하루하루 빛나는 삶을 누려야 하는 이유는 결국 죽음이 앞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유한함을 직시하면서 늘 성실히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느낀다.

🔖105. 사랑하는 사람이 늙고 질병에 걸리고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말할 수 없이 힘들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마지막 여행이 내 손에 달려 있다면 그것을 묵묵히 견뎌야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흘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죽어가는 이는 혼란스러울 것이고 겁에 질려 있을 수도 있다. 그 사람에게 내가 세상의 전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142. 인간이 슬픔 속에서도 얼마나 강한 모습을 보이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최악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239. 이런 높은 감정 민감도는 자신을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
항상 끊임없이 더듬이가 뻗쳐 있고, 마음이 활짝 열려 있으므로 삶에서 실망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왜 아무도 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거지? 나는 왜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받지 못할까? 누가 나를 이 부조리한 세상으로부터 구해 줬으면 하는 강렬하고 세찬 갈망이 나를 짓눌렀다. 만약 누군가가 내 눈 속의 슬픔을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깊은 감동에 빠지곤 한다. 그 사람이 혹시 내 꿈과 희망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에게는 곧장 내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40.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더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데 그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낀다.

*디자인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느낌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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