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안단테
심승현 지음 / 홍익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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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최고의 카투니스트 심승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파페포포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 파페포포 안단테다. 이 책을 읽은 지도 벌써 이년이 가까와진다. 이 책이 새삼 생각났던 이유는 뭘까? 지금 내 삶에 안단테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일이 안풀려 조급해 질 때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괜히 화가 날 때마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을 때도


생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은
조금은 느리게, 안단테, 안단테.....


이런 스타일의 책을 좋아한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을 잘 전달하고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뭔가 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주는 책들이 고맙다. 책을 읽으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부터는 달라져야지 하다가도 이내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면 다시 이 책을 꺼내서 내 삶에 다시 안단테라는 얘기를 해줘야 겠다.

1971년 심승현이라는 사람이 참 부럽다. 워낙에 손재주가 없는 내게 그의 그림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글들도 닮아가고 싶다. 그의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과연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것들일까 궁금해진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인생의 길이에 비해 깊이와 넓이는 이미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내게 허락된 삶의 길이는 얼마일까?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일 없이 꿈꾸는 일에 절망하거나 실패하는 일 없이 아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생각을 바꿨다. 내게 허락된 삶은 길이가 아니라 깊이와 넓이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우리 모두 각자의 의미대로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인생은 사과일 수도 있고, 바나나일 수도 있고, 파인애플일 수도 있는 것. 인생이란 타인이 내게 준 의미가 아니라 내가 만든 나의 의미로 흔적을 남기는 것.
그래 인생은 오렌지다!

앨범을 보다가 문득 왜 우는 사진은 없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추억은 모두 행복하기만을 바라서 우리는 모두 사진을 찍기 전에 슬퍼도 웃음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함께 만들어 낸 아름다운 추억조차 별로 없을 만큼 미지근한 사랑을 하다가 그녀가 떠난 뒤에야 내가 미워졌다. 마음에 가득한 사랑을 말할 용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냥 이렇게나마 네 곁에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만은 꼭 전하고 싶었는데.
"그거 알아? 추억이 없으면 그리움도 없다는 걸..."

먼저 마음의 문이 열려야 비로소 손을 잡을 수 있는 거야.

PAPE :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아픔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그 방법을 터득했어요. 사람들과 헤어져도 내 마음이 아프지 않는 방법 말이에요. 그건 아프지 않을 만큼 만 상대를 받아들이면 돼요. 그럼 내 마음도 아프지 않고 쉽게 떠날 수 있어요.
POPO : 당신의 마음 속엔 용기가 필요하군요.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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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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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어느 블로그에서 '생각 버리기 연습' 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됐다. 보는 순간 '아! 바로 이 책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근히 쓸데 없는 잡념이 많아 불필요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던 게 사실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역시 "생각"이란 단어를 자주 쓰게 된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나뿐만이 아닐 거다. 요즘같은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이런 고민은 흔한 게 아닐까. 그래서 다들 불필요한 생각을을 줄여서 뇌에 편안한 휴식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거다. 누구는 그 방법으로 '명상'을 배우기도 할 것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사찰을 찾아 참선을 하는 이도 많은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솔직히 기대가 컸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처럼 생각을 쉽게 버릴 수 있게 될까? 그렇게만 된다면 좀더 손쉽게 고요한 심적 평안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되도록이면 단 한줄도 흘려버리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책을 다 읽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대와는 달리 읽고 나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하긴 그게 그리 쉬운 일이면 끝없이 솟아나는 생각, 번뇌들로 힘들어 하는 이도 사라질 일이다. 어떤 이는 이 책을 두고 아무 내용도 없이 그저 제목으로 독자를 낚는 책이라고 혹평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세상에 그리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수도, 또 그 내용들을 완벽히 따라할 수도 없겠지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실천방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분명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게 제일 어려운 것이 '버리기'가 아닌가 싶다. 좀더 잘, 그리고 많이 버릴수록 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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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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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잘 읽혀서 참 좋은 책이다. 점심시간에 잠깐,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서 잠시 짬을 내서 책을 붙잡고 있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접하게 되었다. 에세이 라는 게 그리 심각한 주제나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으니 읽기에 큰 부담이 없기 마련이지만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책 보다도 진도가 빨랐던 것 같다. 이렇게 읽다보니 늘 시간이 지나면 그 내용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 아쉽긴 하다.

난 드라마를 그리 집중해서 보는 편이 아니지만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들에 대한 평이 좋다는 건 알고 있다. 물론 그 평이란 것은 일반 시청자들의 시청율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드문 드문 그 드라마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 잘나고, 잘 살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아픔이 있고, 마음 깊은 곳이 곪아터진 사람. 세상으로부터 질시의 대상인 사람들을 늘 만난다. 그런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고, 미워하고 싸우고 또 결국에는 서로를 보듬어 안고 화해한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글쎄 어떻게 보자면 인간 세상에서 화해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생각한다면 이상적이라고 봐야 하나?

아름답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포장되지도 않았고, 젊고 예쁜 배우들로 현혹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시청율이 바닥을 기고 그러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시장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인정받는 데에는 역시 그녀가 살아온 아픔이 드라마들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프고 못난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인 것 같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라는 제목의 에세이 속에서 노희경 이라는 사람의 꾸미지 않은 삶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그녀보다 더 아프게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그다지 풍족하지도 못했고, 화목하지도 못한 가정이었지만 그녀만큼 찌들어지게 가난하지도 않았고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가지도 않았으니까.

책 제목처럼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저 통속적이고 흥미 위주인 청춘남녀들간의 사랑 얘기들은 아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고, 형제가 있다. 그조차도 없다면 주변에 동료가 있고 친구가 있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것이 사랑이고, 또 미움이다. 그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지만 그 상처는 또 그 관계속에서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어떻게 보일 지 몰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 한켠에 제 몫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누구는 그 아픔이 아주 클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아주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아픔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딱 그 몫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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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사진 - 카피라이터 최현주의 포토에세이
최현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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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는 이 덕분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이는 최현주라는 사람이다. 작자 소개를 보자면 그녀는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몇 개의 광고회사를 거쳐 지금은 10년째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단다. 2007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연 이후 사진작업도 열심인 모양이다.
 
'카피라이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채, 나도 대학진학을 앞둔 시절 카피라이터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다. 문창과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고, 친구 녀석은 실제로 이곳에 진학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카피라이터'의 길을 무난히 걷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두 장의 사진'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두 장의 사진과 그에 관련된 글. 책의 분량은 350페이지에 달하지만 각각의 구성은 앞서 말한 그 틀을 단 한번도 벗어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참 단순해 보이는 포맷인데, 책을 읽다보면 이 작업이 또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취미로 사진을 찍긴 하지만, 사진 자체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논할 수준은 아니다. 순수 아마츄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의 사진들은 "작품"은 아니다. 어차피 작가의 의도 자체도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혹은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포착되는 순간들. 전혀 다른 별개의 시간과 공간에서 마주치는 순간을 간직한 두장의 사진 속에서 하나의 연관성을 발견해 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진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 듯 싶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몇번은 왜 이 두 사진이 이렇게 하나의 틀에 갇혀있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혹은 사진을 찍는 마음가짐. 이런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부럽기도 했다. 일상에서 쉬이 지나쳐 버리는 것들에 대한 관찰력이 부러웠고, 그러한 것들에 각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에 놀랐다.

나 역시도 지금껏 찍어온 사진들, 혹은 앞으로 찍어갈 사진들을 어느 시점에 정리해서 책으로 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 바람은 이루지 못할 꿈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또 이루어야 할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또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 시간들이 행복한 것이 아닐까. 순간순간에서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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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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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가 물으면 나는 대답합니다.
여행아, 네게로 갈게.


남아프리카 공화국. 우리는 흔히 줄여서 남아공이라 부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같은 도시 이름이나 아파르타헤이트와 넬슨 만델라라는 이름 정도가 다가 아닐까 싶다. 아~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남아공 출신의 아가씨가 나왔던 기억도 난다.

나라 이름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니 당연히 아프리카에 있겠지만 이상하게도 이 나라는 정통(?) 아프리카 국가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사막, 사자와 코끼리와 지배하는 초원으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펭귄이 살고 있는 남극에서 가깝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라는 제목이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아프리카에 펭귄이라니 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란 말인가. 처음엔 그저 뭔가 상징적인 의미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웬걸 그게 아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정말 펭귄이란 녀석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의 볼더스비치에는 펭귄이 살고 있단다. 지중해성 날씨의 케이프타운에는 사자와 코끼리가 없다. 케이프타운에는 믿기 어렵겠지만 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겨울은 아이러니가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테오는 남극에 살던 펭귄이 잠든 사이 빙산이 남극에서 흘러와 아프리카에 당도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은 때로 행운을 가져다 줍니다.
의외의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테오의 말처럼 살면서 가끔은 길을 잃고 헤매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길을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 지도 모른다. 새로운 길이 있는데도 익숙함이 주는 달콤함과 안온함 때문에 우리는 지금 걷고 있는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혹여나 앞으로 살다가 길을 잃게 되더라도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그리 슬프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는 것은 아프리카에 사는 자카드 펭귄에 관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자카드 펭귄의 사랑에 관한 것이다. 자카드 펭귄은 오직 한마리의 펭귄하고만 사랑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멋진 펭귄이 나타나도 고개 돌리지 않고 오직 둘끼리만 안고 둘끼리만 키스를 한단다.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그들의 사랑이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당신께 고백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배운 방법대로 당신 앞에서 한 마리 펭귄처럼
누구에게도 유혹받지 않고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자카드 펭귄이 되어 당신만 사랑하겠습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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