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 -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선정 비바리의 178가지 특별레시피
정영옥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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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나름 자취 생활을 몇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요리가 없다. 타고난 천성이 조곤조곤 재료를 준비하고 정성들여 음식을 만드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러기엔 지나치게 입이 짧은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 내가 조금은 두툼하기까지 한 요리책을 펴 들고 살펴보고 있다. '비바리'라는 필명으로 더욱 유명한 블로거 정영옥님이 펴낸 '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에는 그녀가 정성스레 만든 178가지의 레시피가 담겨져 있다. 여러 블로그를 통해 그녀의 요리 솜씨는 이미 온라인 상에서 검증된 바 있지만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아기자기한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거다. 최근 들어 상술에 놀아난 몇몇 파워 블로거들의 잘못된 처신으로 블로거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녀가 2006년부터 꾸준하게 운영해 오고 있는 블로그를 찾아본 사람들이라면 요리 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비바리 정영옥님은 책을 펴낸 이유를 소상히 얘기해주고 있다. 그녀는 6남매의 셋째 딸로 제주에서 태어나 밭농사에 바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어렸을 적부터 '밥 담당'을 맡아 자연스레 요리를 시작하게 됐고, 제주를 떠나 처음 뭍으로 온 부랑아 시설에서의 봉사 생활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언니의 투병생활을 통해 친환경 요리에 심취하게 된 사연 말이다.

먹거리는 참 많이 풍부해지고 풍족해 졌지만 오히려 현대인들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편리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졌지만 그 덕분에 성인병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책 속에서 그녀는 고혈압, 당뇨, 암 등과 같은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 식품 첨가물이 든 가공품을 적게 먹자.
2. 제철에 나는 자연식품을 즐겨 먹자.
3. 외식은 가급적 삼가고 스스로 만들어 먹자.
4.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자.
5. 많이 웃고 좋은 일을 많이 하자.

어떤가. 다 아는 얘기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조금 귀찮고 불편하다고 해도 그녀가 얘기해 준 건강을 지키는 법을 따라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많이 웃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은 굳이 먹고 마시는 것을 떠나 삶에 대한 여유와 봉사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가 생활을 통해 몸소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아 고맙다.

제1부 조물조물 자연을 버무린 무침요리 24선을 시작으로 마지막 장인 제10부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려낸 바삭바삭 튀김요리 14선에 이르기 까지 책에 담겨져 있는 178가지 요리들을 보고 있자니 군침이 난다. 한편으로 요리 실력은 커녕 열정 조차도 없는 나이지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대로만 하면 나도 일류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꾸밈없고 담백한 그녀의 사진 속에 담겨진 요리들이라서 그런지 더욱 더 맛깔나 보인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요리.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문득 '카모메 식당'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는 것. 또한 그 요리를 맛나게 먹는 일상의 행복. 비바리 정영옥님이 꿈꾸고 희망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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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을 순례하다 -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달고 따듯한 삶의 체온이 담긴 8개의 집 이야기 집을, 순례하다 2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사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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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세가 있어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남은 인생의 꿈 가운데 하나도 좋은 터에 자리잡은 집을 한채 짓는 것이다. 아마도 그 꿈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 집을 짓는 데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 것이 분명하고, 지금의 내 벌이로 그 돈을 충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종이 위에 끄적거려 보고, 머릿 속으로 그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려서 부터 존재하던 공상가적인 기질은 나이가 들어서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상상할 수 있는 자유, 무언가를 꿈꾸어 볼 수 있다는 것은 한편 괴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밋밋한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 되어줄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건축에 관련된 책들을 자주 보게 된다. 전국의 사찰들을 많이 찾아 다니면서 자연스레 우리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언제가 될 지 모를 건축의 대상 역시 한옥으로 삼았다.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기 위한 첫 단계로 우선은 책을 통해 건축을 이해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잘 지은 집이란 무엇일까. 여기에는 서로 다른 두가지의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은 집을 짓는 건축가의 시선이 있을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그 집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삶을 영위해야 하는 사람의 시선이 존재한다. 물론 건축가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는 경우라면 둘 사이의 간격은 생기지 않거나 아주 미미한 것일 수 있겠다.

일본을 대표하는 주택 전문 건축가인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전세계 곳곳에 남긴 8개의 집을 소개한 책은 그래서 흥미롭다. 여덟 채의 집 가운데에는 그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연립주택도 있고, 대부호였던 필립 존슨의 글라스 하우스도 있다. 각각이 독특한 색채와 건축 철학을 가지고 있는 집들을 한권의 책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들의 재능이 부럽다. 머릿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축학적 상상력 뿐만 아니라 그것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재능 말이다. 사람들 마다 보는 눈이 다르겠지만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순례한 8곳의 주택은 일반인들의 눈에 그저 예쁘고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간혹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평범함을 뛰어 넘는 기괴함도 일견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찰스 무어와 동료들이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춥고 황량한 해안가 언덕 위에 지은 시 랜치가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바다의 목장'이란 말에서 유래했듯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잘 조화되는 형태로 건물 왼쪽에 예전부터 있어왔던 낡은 헛간의 느낌과도 닮아 있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이 집은 '몽상을 키우는 집' 답다. 71쪽에 소개되어 있는 그림 속에서처럼 밝은 달빛 아래 유닛 No.2의 선룸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소녀들은 어떤 몽상을 하고 있을까 무척 궁금해 진다. 그 공간 속에 스며드는 따스한 달빛마냥 나 또한 그 속에 스며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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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김종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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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평론가 김종배는 내게 익숙한 이름이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뉴스 브리핑' 코너로 아침 시간을 열어 주었고, 그가 운영하던 1인 미디어 '미디어토씨'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지적이면서도 다소 야성적(?)인 느낌을 풍기는 외모는 이번에 출간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의 표지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어릴 적 나는 유난히 뉴스와 신문에 집착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었고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의 이름을 외는데에는 이골이 났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미디어 홍수인 시대는 아니었기에 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80년 군부에 의해 자행된 언론 통폐합에서 살아 남은 일부 언론은 그래서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소명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일부였지만 말이다.

요즘은 어떤가. 시민 모두가 기자인 세상이고, 수많은 블로거들이 1인 미디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 났지만 그것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판단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참되고, 내게 유익한 정보를 가려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김종배는 책의 여는 글에서 이를 '민주시민으로 살기 위한 올바른 주권 사용법'이라 표현하고 있다. 뉴스를 그 자체로 사실로 여기고, 뉴스 행간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이는 우리 국민의 행태를 그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에 끌려 언론사의 '의도'에 끌려 다니는 쏠림 현상으로 인한 문제는 사실 심각한 수준이다.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소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들은 진보 진영에 대해 끊임없이 색깔을 덧씌우려 하고 있고, 경향과 한겨레로 대표되는 진보 언론 역시 보수 진영을 수구꼴통으로 국민에게 인식시키려 애쓴다. 상대를 인정하기 보다는 싸워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적개심이 기사 구석구석에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뉴스를 제대로 읽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뉴스를 제대로 읽으려면 제대로 가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선의 가시를 발라내듯 뉴스에 담겨 있는 오류와 왜곡을 추려내며 뉴스를 따져 읽을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언론사에 의해 취사선택되고, 구성되고, 재해석된 현실에 함몰되지 않고,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또하나, 뉴스를 구성하고 있는 조각들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찾아내기 위한 합리적인 의심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치적 의심'이라 하는 것은 뉴스에 담겨진 의도와 목적을 가려내는 것을 말한다. 언론사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실만을 전해 국민들을 어느 일방의 쏠린 방향으로만 몰고 가려는 불순한 의도를 파악해 내야 하는 것이다다.

바쁜 세상에 뉴스 제대로 보기도, 신문을 여유롭게 꼼꼼히 읽어 볼 시간도 없는데 기사 속에 담긴 숨어 있는 의도까지 우리가 살펴봐야 하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무비판적으로 언론사의 주장을 추종하는 사람들로 인해 '진실'은 불순한 의도에 묻혀 버리고 조작되고 왜곡된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언론 고시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기자들이지만 그들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설령 그들이 발로 뛰며 취재해 사실을 기사로 만들었다 해도 데스크의 의도된 재단을 거쳐 왜곡되고 조작된 진실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뉴스는 그 속에 수많은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 수많은 만두 제조업체를 파산으로 이끌었고 애꿏은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갔던 '쓰레기 만두' 파동이 그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일부 보수언론들의 악의적인 기사들이 그러했고, 지금도 뉴스를 꼼꼼히 살펴 보면 찾아낼 수 있는 수많은 낮뜨거운 실수들과 나쁜 의도들은 꿈틀거리며 새로운 먹잇감을 찾고 있다.

진보언론이나 보수언론이 상대편을 설득하는 논리가 아니라 우리 편의 박수를 받는 논리에만 집중하다보니 사회적 소통은 접촉이 아니라 차단으로 귀결된다. 언론의 정파성이 독자의 편가름을 낳아버린다는 김종배의 진단에 공감한다. 감정적 배척은 속을 시원하게 할지는 몰라도 생산적 토론과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이른바 언론 종사자들이 귀기울여 들었음 좋겠다.

더 이상 속아서는 안될 일이다. 시간이 없다며 바쁘다는 핑계로 그저 선정적인 제목 한줄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오류를 찾아내고, 부적절한 관계를 파악해 낼 수 있는 합리적, 정치적 의심을 내려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뱉어만 내고 자신의 말에 책임지려 하지 않는 '괴물'로 전락한 무책임한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민주시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에.

"당신은 어떤 뉴스를 '교리'로 삼고, 어떤 뉴스 생산자를 '교주'로 받들고 있는가?" "좌파 언론은 합리적이고 우파 언론은 편파적이라는 틀에 갇혀 뉴스를 읽지는 않는가" "그 뉴스가 전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만을 쫓아다니며 '행동대원'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김종배가 톡! 까놓고 물어보는 질문들에 우리가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이성적으로 의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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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기다려
심승현 지음 / 홍익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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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기다려'는 지난 2002년 심승현 작가가 '파페포포 메모리즈'로 국내에 처음으로 카툰 에세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개척한 이후 10년만에 다섯 번째 나온 책이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작가도 독자도 많이 자랐을 것이지만 파페포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추억, 사랑, 격려, 희망이라는 단어들로 귀결되어 진다.

몇해 전 우연히 '파페포포 안단테'를 읽고 심승현과 파페포포의 팬이 되었고 다섯 권의 책을 모두 읽어보게 됐다. 파페와 포포는 나의 이야기일 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일 수도 있어 쉽게 공감이 되어 좋았다. 결코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 않음에도 세상을 향해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어찌보면 식상한 주제들일 수도 있다. 추억이라는 것도, 사랑과 격려라는 것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기에 우리는 그의 변함없는 그림과 글 속에서 위안을 얻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책을 읽고 있노라며 마치 누군가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듯 하다.

"길 모퉁이만 돌아서면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이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잖아. 더 힘을 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마침내 그토록 간절히 찾고 있던 행복을 손에 쥘 수 있는데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는지 알기에, 파페와 포포는 큰 목소리로 당신을 응원합니다.

사랑도 첫사랑이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겠지만 내게는 파페포포 시리즈 역시 어느해 여름밤 스탠드 불빛 아래서 '파파포포 안단테'를 읽으며 맛봤던 마음의 울림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내 삶에 허락된 길이만큼 살고 싶지 않다. 내게 허용된 깊이와 넓이만큼 살기를 바란다는 글귀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새 익숙해진 탓일까. 이제는 새로운 파페포포 시리즈를 기다리지 않을 것 같다. 추억과 사랑, 격려, 그리고 희망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살아가겠지만 불혹의 나이를 넘긴 작가에게도, 나에게도 이제는 좀더 새로운 파페포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는 곳마다 행복이 내 뒤를 따라다니는 것을 보며,
결국 행복이란
어떤 일정한 틀 속에 있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내 마음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루소

직접 만지고, 눈으로 확인하며 환호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방의 마음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그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 Episode 05 사랑을 음미하다

육체의 다이어트는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일.
정신의 다이어트는 내 마음에 비치는 나를 응시하는 일. - Episode 10 오늘도 가벼워지기 위해

마음이 지어낸 괴물에 무릎 꿇지 않는 것,
정말 앞에서 호들갑을 떨며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겁을 먹으며
지레 주저 앉을 필요는 없다는 것....... - Episode 19 바퀴벌레의 존재 이유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그만이지,
제비꽃이 핌으로써 봄의 들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그건 제비꽃으로서 알 바가 아니라네...... -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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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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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을 가르쳐 주겠다는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으며 여러번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어렵기도 하면서 또 어찌보면 아주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복잡한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서 6가지 법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로버트 치알디니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심리학과 석좌교수로 그가 사회적 영향력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게 된 데에는 이탈리안 가정에서 태어났으면서 독일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던 밀워키시의 폴란드인이 많은 동네에서 자랐다는 특이한 배경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저자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남에게 잘 속는 어리숙한 사람, 속칭 '봉'으로 살아온 개인적 경험이 설득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임을 고백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어떨까 생각해 봤다. 나 또한 귀가 얇은데다 남의 청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관심사가 아닌 일에 대해서는 오지랖이 넓지 않다는 것이 지은이와 다른 면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른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은 생소한 것들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껏 살아 오면서 이런 법칙에 기대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왔고, 한편 타인에게 설득당하기도 했었다. 거창하게 법칙이라 써 놓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을 잘 관찰해 보면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상호성의 법칙 : 샘플을 받아 본 상품은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관성의 법칙 : 내가 선택한 상품과 서비스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한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 :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더 많이' 팔릴 것이다.
호감의 법칙 : 잘 생긴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권위의 법칙 : 상 받은 상품, 큰 체구, 높은 직책, 우아한 옷차림에 약하다.
희귀성의 법칙 : 한정판매, 백화점 세일 마지막날에 사람이 몰린다.


여러 심리학 실험들과 일상에서의 사례들을 통해 상호성의 법칙, 일관성의 법칙,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감의 법칙, 권위의 법칙, 희귀성의 법칙 등 6가지 설득의 기술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영업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바이블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법칙들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많다.

많이 알려져 있는 실험이긴 하지만 권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한 밀그럼 실험의 결과는 사실 충격적이다. 분명 상대방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권위'에 기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성향을 드러냈다는 것은 나도 언젠가는 그런 상황에 처하면 가해자가 될 수도,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오싹함을 안겨 준다.

고도의 합리적 판단을 할 것 같은 인간들이 오히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매순간 너무나 많은 결정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그래서 비이성적이고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속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해 벌어지는 비극들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된다.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도 6가지 법칙 속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우리를 '봉'으로 만들어 버리는 불로소득자의 설득에 대항할 수 있는 자기 방어전략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논리적으로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기술이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큰 노력 없이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에게 속지 않으려면 그들의 현란한 기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것 같다.

호의와 술책을 잘 구분할 것, 처음에 자신의 의도했던 바를 돌아볼 것, 조작된 사회적 증거에 대해 반격을 가할 것, 설득 전문가와 그의 요청을 분리시킬 것, 전문성과 트릭을 구분할 것, 흥분하지 말고 득실을 따져볼 것 등 책에서 가르쳐 주는대로만 따르면 우리도 설득 심리학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나만 알고 있을 수 있게 이 책이 빨리 절판되었으면 좋겠다"는 한 독자의 바람과는 달리 이 책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노련한 불로 소득자는 이미 새로운 설득의 기술들을 연마하고 있일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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