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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서효인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평점 :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빗대 이야기 하고들
한다. 둥근 공이 어디로 굴러갈 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네 삶 또한 종착지를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 1년에 144경기, 페난트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잘 나갈 때도 있고, 끝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바닥으로 고꾸라질 때도 있다. 9회말 투아웃을 잡아 놓고도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쓰디쓴 역전패를 당하는 드라마도 간혹 나온다. 아주 가끔이지만 말이다.
여기 그런 책이 한권 있다.
야구에 모든 책임을 다 떠넘기는 뉘앙스가 풍기는 <이게 다 야구
때무이다>란 제목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은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어느 젊은 시인이 쓴 책이다. 글 재주가 아주 뛰어난 시인답게 야구
용어들을 인생의 단편들과 잘 버무려 냈다. 아주 재미나면서도 가끔은 코끝이 찡긋해지기도 한다. 과하지 않는 담백함이 좋다.
이 책의 지은이 서효인 시인은 수많은 청춘들이
삶의 드래프트, 그 현장에서 묵묵하고 뜨거운 이닝을 함께 버티고 있다며, 그 이닝 끝에 있을 '역전만루홈런'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
인생을 야구판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지금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그게 마운드에 선 투수든, 무거운 장비를 차고 있는 포수든, 타석에서
투수를 잔뜩 노려보고 있는 타자든 말이다.
또한, 그 승부마다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결정적 한방을 쳐 영웅이 되기도 하고, 그 한방을 허용한 투수는 '만고의 역적'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때로는 회사나 집에서, 혹은 조직에서 영웅이 되었다가 대부분은 볼품없는 신세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역전만루홈런이 자주 나오지 않는
것처럼 인생에서의 결정적 한방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로또'라는 인생 대박의 주인공을 꿈꾸며 고달픈 현실을 버티곤
한다.
이 책의 지은이 말고 프로야구에도 서효인이란
선수가 실재했다. 처음 이 책을 보고 난 그 선수가 쓴 책인 줄 잠시 착각하기도 했었다. 내 기억에 프로야구선수 서효인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포수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가끔 1군 경기에 출전했지만, 팬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활약은 아쉽게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뭐 어떤가. 누구나 인생에서 성공을
꿈꾸지만, 그 성공의 대열에 끼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인생도 실패한 인생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성공과
실패라는 잣대 자체도 다를 것이고,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겨우 그런 잣대 하나만으로 쉽게 좌지우지될만큼 가벼운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야구를 무척 좋아했다. 어쩌면 이 책
제목처럼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다 야구 때문인 지도 모른다. 남들이 취업준비에 한창인 대학 4학년 시절, 나는
사회인야구 감독 노릇에 푹 빠져 도서관에서 야구서적을 뒤적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주말에는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갈아타며 야구장에서 청춘을
불태웠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중요한
그 시절에 내가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를. 지금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 좀더 많은 돈을 벌어, 지금보다 큰 집을 사고, 배기량이 큰 차를
굴리며 살고 있었을까? 설령 그렇다고 한들 나의 인생에서 그때 그 시절, 야구에 미쳐있던 시간이 사라진다면 결코 행복하지 못했을 것은 분명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지금, 이제는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뛰고 달릴 수 없지만,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다시 살아도 난 그렇게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