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김광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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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는 건축계에선 꽤나 유명한 인물이다. 어떤 계기에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 건축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쪽 세계를 기웃거리다 안도 다다오라는 건축가의 이름을 알게 됐다. 그가 태어나서 주로 활동한 일본은 물론, 미국의 예일, 컬럼비아, 하버드대학에서도 객원교수를 할 정도로 건축에 있어서는 일가를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복서 생활을 거쳐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한 이후 독학으로 건축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지 않고도 이토록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의 건축물 속에 담긴 일관된 철학도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의 건축은 '노출 콘크리트'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라는 책을 감수한 서울대학교 김광현 교수는 무언가 많은 설명이 필요한 '빈곤한' 재료인 노출 콘크리트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건축의 배후에 있는 의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하고 있다.

 

김광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건축은 물성이 풍부하며, 강력한 기하학과 간결한 모습으로 그 안을 비추는 빛과 담백한 그림자와 함께 묵묵히 서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가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장소를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있다는 것인데, 이 질문은 건축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화두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안도 다다오의 일관된 '노출 콘크리트'가 유니크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축의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안도 다다오는 책을 통해 1970년대부터 노출 콘크리트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미학적 의도에서만은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제한된 예산과 토지에서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고 싶다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비용도 저렴한 해결책이 바로 노출 콘크리트 때문이었다는 것이 큰 이유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었다. 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갔다. 콘크리트를 접하면서 재료와 공법에 잠재된 큰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노출 콘크리트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공간을 더 원초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이 있고, 건축가의 생각을 표정으로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재료가 콘크리트라는 것이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예찬론의 핵심이라고 이해해도 될런지.

 

문외한의 시각으로 세계적인 거장의 건축 세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에는 안도 다다오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노출 콘크리트라는 재료와 기법은 같다 하더라도 각 건축물의 느낌은 각기 이채롭다.

 

그 중에서도 자연광만 이용하는 오다히로키뮤지엄이 뚜렷이 기억에 남는다. 건물은 농업공원의 녹음을 끼고 연못가 옆에 자리잡고 있다. 놓여진 위치도 자연과 더불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채광을 배제함으로써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빛이 변하고 그에 따라 공간과 작품도 표정을 바꾸도록 한 '일몰 폐관'의 시도는 최후의 안식처로서의 미술관으로선 최고의 선택이라 여겨진다.

 

건축의 배후에 있는 의지라는 말이 잔영처럼 계속 머리에 남는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무언가를 다시금 되찾은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그저 건축물의 외관이나 내부의 실용적 쓰임새 정도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정작 그 건축물이 왜 그렇게 지어졌을까 하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좀더 깊이 알아가려면, 좀더 좋은 건축을 이해하려면 그 '의지'에 보다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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