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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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에 있는 생각들을 하나도 숨김없이 시로 드러내놓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김용택 시인은 서정주의 시 '上理果園'을 읽은 감회를 써내려가면서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읽는다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자기의 마음을 한치의 어김도 없이, 조금의 가감없이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압축되고 정제된 단어를 통해 詩라는 형식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시인의 '창작의 고통'은 더 할말 필요도 없을 터.

'시가 내게로 왔다'는 김용택 시인이 문학을 공부하면서 읽었던 시인의 시 들 중에서 오래동안 남아 빛나고 있는 시들을 묶어 한권의 책으로 펴낸 책이다. 박용래 시인의 '겨울밤'으로부터 서정주의 '上理果園''에 이르기까지 총 마흔아홉편의 시가 담겨 있다. 그 모두가 "시인 김용택이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한 시들"인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때부터 대학의 교양강의에 이르기까지 국어 시간을 통해 수많은 시들을 감상해 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감상이라기 보다는 시험을 위해 분석하고 그 속에서 정형화된 답을 도출해 내온 셈이다. 시어에 담긴 시인의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시인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내게 시는 여전히 어렵다. 예전보다 시를 좀더 자주 접하려 노력하고, 시를 읽으며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는 놀라운 경험을 좀더 자주하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이런 시인의 시가 좋다고 하는데, 읽어봐도 왜 좋은지 모르겠으리 문학적 감성이라는 것이 벼락치기 공부하듯 한다고 해서 저절로 샘솟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시를 읽어보려 한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며,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시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오고,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며 우리를 위로하는 시인에게서 잠시 숨고를 여유를 얻는다. 산에 가도, 바다에 가도, 님하고 가면 좋다는 시인의 마음은 보통의 평범한 우리를 쏙 빼닮았다. 우리도 시인이 될 수 있고, 우리의 말이 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어 보는 것이다.

"소설은 한번 읽으면 다시 읽기가 어렵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 맛이 새롭게 생겨난다. 시를 읽는 사람의 '지금'의 감정과 밀접하게 작용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의 감동은 멀리서 느리게 오나,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래서 시다."

김용택 시인이 에필로그에 남긴 말인데 참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그런 것 같다. 좋은 시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은 천둥벼락처럼 내 가슴을 때리기 보다는 하얀 천에 아름다운 빛깔이 스며들 듯 느리게 오지만, 쉬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진한 향기로 남아 때로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하고, 슬며시 웃음짓게 하기도 한다.

시에 문외한이었던 내게 시를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 준 이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시를 읽고 있자면 어느새 나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쏟아지는 강변을 거닐기도 하고, 운주사 와불 옆에 팔베고 누워 조용히 엄마를 부르기도 하고, 산사의 적막을 깨는 풍경소리에 담긴 애끓는 그리움을 좇기도 한다. 그때가 바로 시가 내게로 온 바로 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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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행 당신에게 시리즈
최갑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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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다는 얘기도 없더니 어느새 최갑수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당신에게, 여행'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에는 최갑수가 다녀온 여행지 아흔아홉 곳이 소개되어 있다. 세상은 넓고 좋은 곳도 많겠지만 많고 많은 장소 중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충분할만큼 매력적인 곳이란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시간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덕분에 책 속의 풍경 속에 나의 발자국들도 많이 남아 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각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느낌은 다 다를 것이다. 사진 몇장을 통해 최갑수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 수십 수백의 사진 중에서 하필이면 이 사진들은 골랐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 여행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을 선택하는 것도 행복한 고민이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위안을 얻고, 그 느낌을 사진과 글로 표현해 왔던 최갑수의 추천 여행지 쯤으로 여겨도 좋겠다. 그도 그럴 의도였는지 각각의 여행지 소개글 말미에는 언제 이 곳을 가면 좋을 지, 어디에서 자고 무얼 먹으면 좋을 지에 대한 짤막한 소개글을 남겨두는 친절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각각의 장소에 어울리는 때가 따로 있기는 하다. 장성 백양사는 애기 단풍이 곱게 물드는 10월 무렵이 좋을 것이고, 영랑생가나 백련사에는 동백꽃이 두둑 떨어지는 4월이, 안면도의 꽃지해변은 붉은 낙조가 타오르는 한여름이 좋을 거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내세울만한 사진 한장 남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그 '때'를 잘 맞춰 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행에 따로 때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떠나고 싶을 때, 아니면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때가 바로 그 때다. 굳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명소가 아니어도 좋다. 그곳이 어디든 지친 마음이 쉴 수 있고, 가라앉은 내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잠깐동안의 위안과 감동이 있는 곳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절반 정도는 이미 다녀온 곳이고, 나머지는 앞으로 가봐야 할 곳들이다. 어디를 가 볼까 하는 고민이 이 책 한권으로 줄어들 수 있어서 좋다. 같은 길을 걷게 되겠지만 아마 그 느낌은 다를 것이고, 사진에 담겨지는 풍경 또한 같이 않을 것임을 안다. 그래도 상관없다. 최갑수가 얘기하듯 "모든 순간이 여행이며, 우리의 모든 추억은 찬란"할 것이기에.


나는 풍경이 사람을 위로해 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나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에 마음을 다쳤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 건 풍경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풍경이 지닌 이런 힘을 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일은 좋은 음악을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신과 다투었을 때,
그래서 나나 당신이나 낙담하고 있을 때,
나는 당신을 안면도 꽃지해변으로 데리고 갔다.
낙조 아래에서 나는 당신의 손을 슬며시 잡았고,
우리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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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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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라는 이름 석자는 최근 몇달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온 키워드였다. 다소 갑작스러웠던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이어 그의 통큰 양보(?)로 이룬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는 기존 정치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향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역학구도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대선 출마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가타부타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그의 속마음이 어떤 것인지 모두 궁금한 차에 때맞춰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나오자마자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폭발적인가를 짐작케 하는 현상이다.

그는 이 책을 시작으로 그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들을 우리에게 들려 주고, 다양한 의견들을 피드백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혹자는 이런 그의 태도를 두고 우유부단하다거나, 너무 '간을 오래 본다'고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수많은 대통령 후보 중의 한명인 안철수가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해결방안에 대해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가를 들어보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그 어떤 후보도 자신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 책 한권에 복잡한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를 모두 짚어볼 수는 없다. 또한 책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기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음을 안철수 자신도 인지하고 있다. 그 부족함을 장차 다양한 자리를 통해 채워갈 수 있으리라 그는 기대하고 있고,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의 쓴소리도 분명 그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좋은 동력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대중의 예상대로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것인지도 미지수이고, 그가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되어 박근혜의 대항마로 나설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다. 만약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해서 그가 꿈꾸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지 장담할 수는 없다.

안철수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얘기하듯 그는 아직 혹독한 검증을 받지 않았다. 이런저런 의혹들을 제기하며 벌써부터 흠집잡기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도대체 '대통령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시선도 많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있다. 그것은 진정성이다.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의 흔적들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온 그가 '안철수의 생각'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그가 '결심'을 하든, 아니면 지금처럼 교수, 기업가, 의사로 살아가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이다. 인간 안철수가 '화두'를 던졌다. 이제는 우리가 대답하고, 행동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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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내가 누군지 알아봐줘서
Various Artis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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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만 느껴졌던 여름 휴가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미리 사 두었던 책들도 다 읽고 나니 책장에 꽃혀 읽던 오래된 책들에 눈길이 간다. 책을 뒤적이다 보면 이런 책들도 있었네..왜 그 전엔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손에 잡히는대로 쥐어 든 '고마워요, 소울 메이트'라는 제목의 이 책을 내가 사지는 않았을 거라는 정도일 것 같다.

소울메이트(soulmate)
영혼(마음)이 통하는 사람 또는 친구

우리가 쉽게 얘기하는 소울메이트의 사전적 의미는 저렇다. 그러니까 소울메이트는 말처럼 쉽지 않은 사이다. 제 아무리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친한 사이라고 해도 영혼이 통하는 사이가 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살아오면서 체감하게 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런 희소성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울메이트를 갈망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이 전하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 '고마워요, 소울메이트'는 달달하면서도 한편 가슴 아픈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이란 걸 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사랑이란 감정에 설레고, 온통 한사람에만 몰입하다가 또 그만큼의 크기로 상처받는 일련의 과정들은 무한 반복된다.

사람들은 뻔히 그 결말이 어떨 지를 알면서도 무모하게 뛰어 든다. 마치 불나방처럼 말이다. 이 책의 지은이 조진국 역시 핑크빛 사랑으로 달아오르고 피어 올랐다가 이내 피처럼 붉은 이별의 말에 물들었던 사람이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겪은 다음에야 그는 사랑이 가슴 떨리는 분홍색과, 갈증과 욕망으로 타오르는 붉은색을 거쳐 상처로 멍든 보라색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고 마음을 바친 사람만이 보라색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보랏빛 상처를 가진 사람만이 사랑의 기쁨과 아니라 슬픔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온전히 행복한 사랑만 있을 수도 없고, 상처와 고난을 통해 사랑은 좀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라 나 또한 믿는다.

순진하게도 지은이는 여전히 소울메이트가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견고해졌을 뿐이다. 다만 소울메이트를 만나느냐, 만드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그가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소울메이트라는 말이 쉽게 쉽게 사랑하기 위한 이기적인 마음에서가 아닌, 영혼까지도 걸 수 있을만큼 절실한 사랑으로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 바로 그것 말이다.

친절하게도 그는 다섯 개의 장마다 그 내용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랑이 끝는 순간의 슬픔을 보듬어 주는 음악들, 추억을 되새겨주는 음악들, 다시 올 지도 모를 사랑을 기다리는 음악들, 새로운 사랑을 만난 설레임의 음악들, 소울메이트를 만난 충만감의 음악들이 바로 그것이다. 좋은 글과 함께 음악을 곁들인다면 더욱 충만한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별이 슬픈 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음을 바쳤던 그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기 때문에 슬픈 것이다.
사랑의 끝에서 듣는 이별 노래는,
슬픔을 보듬어 주는 손길이 된다. #1 사랑이 끝나다

* 연애라는 게임에서는 덜 사랑하는 쪽이 유리하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섭섭한 일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면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보여주지 않는 마음과
보여줄 게 없는 마음은 다르다.
이별 할 땐 더 사랑한 사람이 덜 아프다.

*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비겁하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우주가 들어 있다.
처음 들은 사랑 고백의 울림은 너무 크다.
사랑한다는 말은
행동에 녹아 있을 때만이 진실하다.

* 진실한 사랑의 삼단 변화는 love - love - love이다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라 달라지는 것이다.
뜨거움은 따뜻함으로 바뀐다.
진짜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시작된다.
사랑은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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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 -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선정 비바리의 178가지 특별레시피
정영옥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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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나름 자취 생활을 몇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요리가 없다. 타고난 천성이 조곤조곤 재료를 준비하고 정성들여 음식을 만드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러기엔 지나치게 입이 짧은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 내가 조금은 두툼하기까지 한 요리책을 펴 들고 살펴보고 있다. '비바리'라는 필명으로 더욱 유명한 블로거 정영옥님이 펴낸 '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에는 그녀가 정성스레 만든 178가지의 레시피가 담겨져 있다. 여러 블로그를 통해 그녀의 요리 솜씨는 이미 온라인 상에서 검증된 바 있지만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아기자기한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거다. 최근 들어 상술에 놀아난 몇몇 파워 블로거들의 잘못된 처신으로 블로거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녀가 2006년부터 꾸준하게 운영해 오고 있는 블로그를 찾아본 사람들이라면 요리 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비바리 정영옥님은 책을 펴낸 이유를 소상히 얘기해주고 있다. 그녀는 6남매의 셋째 딸로 제주에서 태어나 밭농사에 바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어렸을 적부터 '밥 담당'을 맡아 자연스레 요리를 시작하게 됐고, 제주를 떠나 처음 뭍으로 온 부랑아 시설에서의 봉사 생활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언니의 투병생활을 통해 친환경 요리에 심취하게 된 사연 말이다.

먹거리는 참 많이 풍부해지고 풍족해 졌지만 오히려 현대인들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편리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졌지만 그 덕분에 성인병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책 속에서 그녀는 고혈압, 당뇨, 암 등과 같은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 식품 첨가물이 든 가공품을 적게 먹자.
2. 제철에 나는 자연식품을 즐겨 먹자.
3. 외식은 가급적 삼가고 스스로 만들어 먹자.
4.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자.
5. 많이 웃고 좋은 일을 많이 하자.

어떤가. 다 아는 얘기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조금 귀찮고 불편하다고 해도 그녀가 얘기해 준 건강을 지키는 법을 따라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많이 웃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은 굳이 먹고 마시는 것을 떠나 삶에 대한 여유와 봉사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가 생활을 통해 몸소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아 고맙다.

제1부 조물조물 자연을 버무린 무침요리 24선을 시작으로 마지막 장인 제10부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려낸 바삭바삭 튀김요리 14선에 이르기 까지 책에 담겨져 있는 178가지 요리들을 보고 있자니 군침이 난다. 한편으로 요리 실력은 커녕 열정 조차도 없는 나이지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대로만 하면 나도 일류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꾸밈없고 담백한 그녀의 사진 속에 담겨진 요리들이라서 그런지 더욱 더 맛깔나 보인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요리.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문득 '카모메 식당'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는 것. 또한 그 요리를 맛나게 먹는 일상의 행복. 비바리 정영옥님이 꿈꾸고 희망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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