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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행 ㅣ 당신에게 시리즈
최갑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나온다는 얘기도 없더니 어느새 최갑수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당신에게, 여행'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에는 최갑수가 다녀온 여행지 아흔아홉 곳이 소개되어 있다. 세상은 넓고 좋은 곳도 많겠지만 많고 많은 장소 중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충분할만큼 매력적인 곳이란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시간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덕분에
책 속의 풍경 속에 나의 발자국들도 많이 남아 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각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느낌은 다 다를 것이다. 사진 몇장을 통해
최갑수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 수십 수백의 사진 중에서 하필이면 이 사진들은 골랐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 여행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을 선택하는 것도 행복한 고민이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위안을 얻고, 그 느낌을 사진과 글로 표현해 왔던 최갑수의
추천 여행지 쯤으로 여겨도 좋겠다. 그도 그럴 의도였는지 각각의 여행지 소개글 말미에는 언제 이 곳을 가면 좋을 지, 어디에서 자고 무얼 먹으면
좋을 지에 대한 짤막한 소개글을 남겨두는 친절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각각의 장소에 어울리는 때가 따로 있기는 하다. 장성
백양사는 애기 단풍이 곱게 물드는 10월 무렵이 좋을 것이고, 영랑생가나 백련사에는 동백꽃이 두둑 떨어지는 4월이, 안면도의 꽃지해변은 붉은
낙조가 타오르는 한여름이 좋을 거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내세울만한 사진 한장 남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그 '때'를 잘 맞춰 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행에 따로 때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떠나고 싶을 때, 아니면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때가 바로
그 때다. 굳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명소가 아니어도 좋다. 그곳이 어디든 지친 마음이 쉴 수 있고, 가라앉은 내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잠깐동안의 위안과 감동이 있는 곳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절반 정도는 이미 다녀온 곳이고, 나머지는 앞으로 가봐야 할
곳들이다. 어디를 가 볼까 하는 고민이 이 책 한권으로 줄어들 수 있어서 좋다. 같은 길을 걷게 되겠지만 아마 그 느낌은 다를 것이고, 사진에
담겨지는 풍경 또한 같이 않을 것임을 안다. 그래도 상관없다. 최갑수가 얘기하듯 "모든 순간이 여행이며, 우리의 모든 추억은 찬란"할
것이기에.
나는 풍경이 사람을 위로해 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나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에 마음을 다쳤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 건 풍경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풍경이 지닌 이런 힘을 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일은 좋은 음악을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신과
다투었을 때,
그래서 나나 당신이나 낙담하고 있을 때,
나는 당신을 안면도 꽃지해변으로 데리고 갔다.
낙조 아래에서 나는 당신의
손을 슬며시 잡았고,
우리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