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어쩌면 가까이 -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 제주
허지숙 & 허지영 글.사진 / 허밍버드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제주도. 이름만 들어도 언제든 떠나고 싶어 지는 곳이다. 여러번 다녀 왔지만 여전히 만나보지 못한 풍경과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제주도에 일주일 살아보기, 한달 살아보기 이런 것들이 유행인 모양이다. 그만큼 제주도란 섬이 가진 매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매력적인 곳에서 나고 자란 허지숙, 허지영 자매는 부러운 사람이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위해 6년간 제주로를 떠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와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남겼던 사진과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천국은 어쩌면 가까이>란 제목의 이 책에는 제주도 사람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숨겨진 비경들이 많이 있다.

 

책에 담겨진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그 풍경 속으로 떠나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그녀들의 사진은 사진학 개론이나 이론서에 나와 있는 잘 찍은 사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할 지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녀들의 사진들은 감각적이고, 개성이 넘친다. 분명 센스있는 사람들이기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늘상 좋은 곳에 있다보면 그것이 좋은 것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기도 그렇고 좋은 친구나 연인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사라지고 나서야 가치를 깨닫게 되는 우리의 우둔함을 탓할 수 밖에. 나 역시도 매력적인 도시인 경주에서 꽤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정작 그곳을 떠나오고 나서야 경주의 진면목을 깨닫게 됐고, 그리워하게 됐다.

 

하지만, 허 자매는 가까이 있는 천국을 찾아냈다. 보이지도 않는 목적지를 좇아가다 길가에 핀 들꽃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자는 그녀들의 다짐은 무척 현명한 것이다. 어찌보면 평범한 풍경 속에서 의미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녀들은 제주도의 속도를 매우 느리다고 얘기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제주도만큼 급격한 변화가 계속되는 곳이 또 얼마나 있을까. 1년만 지나도 새로운 볼거리들이 생겨나고 기존의 오래된 것들은 사라지고 만다. 이름난 관광지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예전의 그 호젓함과 여유로움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오늘은 어디를 탐험해볼까' 하고 설레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면 뻔한 일상도 충분히 달라 보일 수 있다고 허 자매는 말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또한 그 행복을 발견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역시 스스로의 몫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풍경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순간 행복이 내 곁에 다가왔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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