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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윤태영 지음, 노무현재단 기획 / 책담 / 2014년 4월
평점 :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던가.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하는 책이 또 한권 나왔다.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란 부제를 단 이 책의 제목은 '기록'이다. 기록 하면 곧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공적인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실천한 이가 바로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조선시대 사관들이 사초를 남겼듯 그는 대통령 재임시절 크고 작은 일정에 기록자를 배석하게 했다고 한다. 사관들이 붓으로
왕조의 권력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면, 그는 스스로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할 누군가를 지근거리에 두면서 제왕적 권력을 절제하려
노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던 일을 스스로 감당하였고, 그 누구보다 기록을 중요시했던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퇴임
후 기록물 유출의 주범으로 몰렸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돌이켜 보면 그렇다. 기록을 남기는 이가 누군가 하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겨진 기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지은이 윤태영을 두고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복심(腹心), 대통령의 입이라 불렀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까지 기록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라고 책에서도 그를 소개하고 있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 만난 윤태영은 이후 2001년 대통령 선거 시절 선거 캠프에 합류한 데 이어 청와대는 물론 퇴임 이후 봉하마을에서까지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이기에 그 누구보다 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이 책을 펴냈으리라 생각한다. 그에
적대적이었던 보수언론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혹은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에 의해 과장되지도 않은 순도 100% 짜리 사실을 우리는 이 책을 알고
싶고, 그의 진심을 다시금 전해듣고 싶은 것이다.
누구나 역사 속에 공과를 남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지도자 역시 사람이기에
실수도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 역시 역사에 남겨진 기록을 통해 숨겨진 인간적 면모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록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작성된 것이고, 후대의 특정세력에 의해 조작되거나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사실 어찌보면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치적은 한껏 부풀리고, 부끄러운 치부는 지워 버리거나, 다른
색깔로 덧씌워 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은 것보다 훨씬 못하다. 우리가 기록에서, 그 기록들이 총체적으로 정리되고 집대성된
역사 속에서 기억하려는 것은 오직 진실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눈과 귀를 통해 기록된 모든 것들은
역사가 된다. 그 역사 속에서 떳떳한 주인이 되려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바른 시각이 있어야 할 것이고, 압축되어 표현되어지는 말들을
이해할 수 있는 해박한 식견과 특정의 정파적 이익과 사리사욕에 치우치지 않는 공명정대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기록자'들이 늘어난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과거 우리의 선배들이 꿈꾸었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에 좀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어 본다. 이 책은 이제는 떠나고 없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아닌, 현재와 다가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숙제
하나씩을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