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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뭔가 찜찜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시인 최갑수가 이렇게 부지런할 리가 없지 않은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폈더라면 'Sentimental Travel' 라는 문구를 놓쳤을 리가 없다. 이미 몇해 전에 한 번 당한 적이 있던 나로서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
최갑수의 신작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결국 몇 해 전에 그가 펴낸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이란 책을 다시 펴낸 것에 불과하다. 물론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을 사진까지 그대로 실어서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란 제목의 책으로 발간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은 "그래도 양심은 있네"라고 봐 넘어갈 만 하다.
제목은 참 마음에 든다. 언제나 그렇듯 최갑수의 책에는 시인의 감성이 잔뜩 묻어난다. 하지만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서일까. 에필로그에서 다시 보아도 문장은 어색하고 사진은 유치하다고 겸손을 드러내고 있지만 5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읽어보는 이 글들에서 과거의 그 공감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없음이 안타깝다. 비야 커피를 작은 종이컵에 타 먹는 것처럼 쓰다.
예전에는 그의 넘치는 감성이 부러웠지만 어느 순간 부담스러워졌나 보다. 끈적거리지 않고 그저 쿨한 것이 세상사는 데는 편하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기 때문일까. 모진 풍파를 겪고 질곡의 삶을 산다 해도 그의 언어 속에서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담백함으로 머물러 있으면 좋겠다.
오랜 기다림이 아쉬움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앞으로도 난 최갑수의 글과 사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비록 무책임하게 5년전의 글을 재탕한다 해도 여전히 여행을 좋아하는, 그 느낌을 공감가는 글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버릴 수 없는 까닭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그 별에 닿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그림을 통해
어떤 이는 음악을 통해
어떤 이는 사진을 통해
어떤 이는 사랑을 통해 그 별에 닿는다.
그리고
내가 그 별에 닿는 방법은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