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쟁이 별이의 사진이야기
조정은 글.사진 / 북메이드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 그대로 책 속에 실려 있는 사진에서 감성이 묻어 나온다. 한 장의 사진으로도 사진을 찍은 사람을 느낄 수가 있다. 감성사진 전문가라는 수식이 결코 지나친 과장은 아닌 듯 하다. 말 주변도 없고 낮가림도 심하다는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게 되면서 넘쳐나는 감성을 사진에 담아내기 시작하게 됐다고 책 머리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녀는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한 장의 사진으로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바라는...... 나 역시도 그렇다. 그런 간절한 바람이 내게도 있다. 우리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고 나는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닐까.

사진을 찍다 보면 재미난 것이 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는다 해도 각자의 사진 속에 담겨진 풍경과 느낌은 다 제각각 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는 좀더 넓게 많은 것을 한 프레임에 담아내는가 하면 어떤 이는 좀더 디테일하게, 혹은 심플하게 생략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사진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진면목을 살펴보는 것도 사진이 주는 선물이다. 그것은 단순히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의 문제가 아니다. 촛점이 맞지 않고 구도가 뛰어나지 못하다 해도, 비록 색감이 화려한 사진이 아니라 해도 사진 속에 담겨진 그 사람을 끄집어 내 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속에는 분명 내가 다녀온 곳도 있고,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들도 많다. 왜 똑같은 모습을 바라 보면서도 이렇게 담아낼 생각을 못했을까, 풍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동을 오롯이 사진으로 표현하지 못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진이란 걸 취미로 하는 내내 느껴왔던 아쉬움이긴 하지만, 좋은 사진을 접할 때마다 그 아쉬움은 몇 곱절로 커진다.

사진을 잘 찍을 수 없다면, 난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 외롭고 지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잠시 숨돌릴 여유를 주는 사진, 바라보면 기분 좋아지는 사진들 말이다. 어찌 보면 그 욕심은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사진을 찍겠다는 목표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일 수도 있으리라.

바다가 왜 바다인지 아는가? 다 받아주니까 바다란다. 모든 걸 다 받아주니까, 모든 걸 다 안아 주니까 사람들이 바다라 부른단다. 그래서 사람들이 바다를 그리워하고 찾는거라고 감성쟁이 별이가 얘기해 줬다. 책을 덮으니 많은 말보다 많은 글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그녀가, 말도 없고 재미도 없는 심심한 그녀가 궁금해진다.

비가 올 때 슬퍼지는 이유가
물에 닿으면 아픈 상처처럼,
상처를 안고 살기 때문이래. - 53쪽 비가 와 1

시간이 약이 되듯
슬픔이 옅어지듯
상처가 아물 듯......
지금의 시간에 익숙해지겠지요.

잘...지내나요 당신?
바람에 당신의 안부를 여쭤봅니다. - 61쪽 잘 지내나요. 당신?

진흙 속에서 자랐지만
맑고 고운 자태로
그 화려함을 두고도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연꽃처럼......

당신의 삶도 그렇게 빛나길...... - 107꽃 연꽃처럼

햇살에 잘 마른 소국에서는
가을 햇살 향기가 난다.

빛 고운 가을 햇살 향에서는
해맑게 날 보며 웃고 있는 네가 생각난다.

가을은
빛 고운 그리움을 지니고
오늘도 내 곁을 자꾸만 스치운다. - 165쪽 빛 고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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