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설계집 - 도면으로 보는 한옥 시리즈 3
신광철 지음, 이규열 사진 / 한문화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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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일까? 어릴 적엔 별 관심이 없었던 고택들에 관심이 간다. 새로운 곳을 갈 때면 늘 근처에 있는 고택을 찾아보게 된다. 아직 한옥 건축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들에도 관심을 가져보려 노력해 본다. 오래된 우리 것이라서 그런 지 배우지 않아도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지었다는 이유일까, 한옥은 자연과 참 잘 어울린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작은 것은 작은대로, 또 웅장하고 위엄있는 건물은 또 그런 것대로 자연의 일부로서 또다른 분위기의 풍광을 만들어 내는 소재가 되어준다.

그저 한옥이 지닌 멋에 끌렸던 것에서 이제는 제대로 된 한옥을 지어 살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이끌린 지 오래다. 집을 지을 땅이나 건축 재료를 구입하는 데 소요될 엄청난 비용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떠나 지금은 그저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다.

허무맹랑한 공상가적 기질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현실적 도움이 될 게 전혀 없지만 가끔은 숨 쉴 여유를 주기도 한다. 오늘은 담장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내일이면 ㅁ자 형태의 경상도식 한옥이 한채 뚝뜩 머릿 속에서 지어지기도 한다. 대청마루는 몇칸으로 할까, 정자 앞에 연못을 하나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상상들은 그 자체만으로 즐거움이다.

이런 단편적인 상상을 좀더 구체화하기 위해 구입한 책이 '도면으로 보는 한옥 설계집' 이다. 시인이자 작가인 신광철이 글을 쓰고, 이규열이 멋진 사진을 한가득 담았다. 왕이 머물던 민가인 낙선재, 연경당, 운현궁 등을 비롯해 전국의 이름난 사대부집과 민초들이 살던 초가집 등 50여 채에 달하는 명품 한옥들이 책에 담겨 있다.

하나같이 그림같은 집들이다. 우리의 한옥에는 실용성 뿐만 아니라 철학이 담겨있다고 한다. 한옥에는 천년의 세월 속에 담긴 삶의 지혜와 철학이 온전히 녹아들어 있기에 지금에 와서 한옥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옥을 짓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을 위해 1,000여 컷의 사진 속에 담아내 도면과 함께 실어낸 이 책은 한옥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겠다는 착한 뜻으로 책을 만들었다지만 나는 책에 실려있는 집들을 찾아가는 발품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오래된 집들이 나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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