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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취미의 권유 - 무라카미 류의 비즈니스 잠언집
무라카미 류 지음, 유병선 옮김 / 부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류라는 작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영화감독, TV 토크쇼 진행자, 사진 작가 등 다양한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하나도 하기 힘든 일을 척척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그의 주 종목인 소설이 아닌 '비지니스 잠언집'이라는 생소한 쟝르의 책을 먼저 접했다. "무취미의 권유"라는 제목마저 생소하다. 아마도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 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 책은 비지니스맨을 위한 월간지 '괴테'에 무라카미 류가 연재했더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봉급을 받아 생활하는 직장생활의 경험이 없는 무라카미 류가 비지니스맨을 위한 충고로 가득찬 잠언집을 냈다는 거 자체가 어찌보면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건 그가 '캄브리아 궁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거장들의 삶을 냉철하게 들여다 본 탓일 수도 있을 것이고, 소설가로서 다양한 삶을 대신 살아본 덕분에 이렇게 '주제넘는' 가르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첫 장 '무취미의 권유'에서 요즘 넘쳐나는 취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에게 취미란 기본적으로 노인의 것이다. 취미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좋아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그것을 취미로 하는 아마츄어가 될 것이 아니라 일로 삼는 프로가 되는 게 자연스런 흐름이라 얘기한다.
취미의 세계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건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해주는 것도 없다는 지적 또한 맞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며, 결국 우리는 '일'을 통해서만 이런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며 무라카미 류는 무취미를 우리에게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 역시도 사진을 취미로 한 지 몇년이 지났다. 그 전에는 야구에 푹 빠져 살았던 적도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될 뻔한 적도 물론 있었다. 무라카미 류는 너무나 좋아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일로 삼으라고 충고하지만 평생의 직업인 일이 그런 존재라면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를 고민해 보게 된다.
그렇게 푹 빠질 수 있는 감정은 그것을 즐길 수 있을 때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법이다. 취미를 통해서도 성취감과 충실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법이고, 그것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통로인 '일'로 인해 지친 사람들에게 숨고르기의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무례하게도 무취미 보다는 오히려 '다취미의 권유'를 해주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