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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져라
정헌재 글.그림.사진 / 살림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독특한 형식의 재미난 책이다. 나도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호작질(?) 이었지만 그림 솜씨도 없고 글 솜씨도 모자라 언감생심 시도를 해보지 못했던 일. 한 장의 사진 속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주는 그림과 글을 넣어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지은이의 능력이 부럽기만 하다.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이유는 무얼까. 나이 들면서 우리가 상상하기를 그만 두기 때문이라는 지은이 정헌재의 얘기에 공감이 가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무미건조해 진 삶을 세월 탓, 세상 탓 하기 보다는 나 자신의 무심함에서 그 원인을 찾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상상하는 법을 잊었다기 보다 상상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혹은 창피하다고들 생각하죠.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해 버리는 겁니다.
......
"같은 것을 보면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라."
그건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 말이 제 삶의 거의 모든 것에 적용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씨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나갈 수 있는 문을 그릴 수 있었던 것도
다 '상상'의 힘이었습니다. - 상상으로 기분 좋아지다 중에서
남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멋진 재능이다. 친구와 함께 같은 풍경 속에 머물며 카메라에 담는다고 해도 각자가 찍은 사진을 보면 비슷한 듯, 또 다른 느낌을 많이 받곤 한다. 내가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쳤던 것들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꽉막힌 내 관념과 인식의 프레임도 조금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는 자극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기록이 기억이 되고, 기억이 추억이 되고, 추억이 모여서 반짝이는 삶이 된다는 글에 한참 멍해졌다. 이건 꼭 내 머릿 속에 들어왔다 나간 사람같지 않은가. 내 삶이 반짝일 수 있도록 많은 추억을 남기고, 또 그러기 위해서 많은 것을 기록해야겠다. 좋은 사람, 풍경, 느낌들로 내 삶을 좀더 많이 채울 수 있도록 물러지지 않을만큼 또 말랑말랑하게도 살아봐야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아요.
"비가 내리면 비 냄새가 좋고
그 비에 젖은 흙냄새가 좋고
비를 품은 바람 냄새가 좋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 사랑으로 기분 좋아지다 중에서
시작글에 담겨져 있는 지은이의 마음이 참 따스하다. 뭔가 대단한 글을 써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옆에서 조곤조곤 같이 얘기 나누는 느낌으로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글로는 부족하니 사진을 얹고, 사진으로도 부족하니 그림을 얹었다는 그의 말은 지나친 겸손이겠지만, 나도 그처럼 한장의 사진이나 글로 누군가의 가슴에 말을 걸 수 있었으면, 기분을 좋아지게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져라'는 그 누군가의 명령을 따라야 할 것 같다. 내 주위에 내 기분을 좋아지게 해주는 사람, 사물, 풍경이 좀도 많아졌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다가 책을 읽다보니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 누군가에게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존재일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