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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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해 할 필요는 없다. 물은 99도가 될 때까지 끓지 않는다. 100도가 되기를 기다리는 인내와 여유가 필요하다. 내가 노력하고 있다면 기다림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발효 과정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시작해서 당장 성과를 얻는 것은 그야말로 운이다. 하필 행운의 여신이 나만 피해갈 리 없고, 하필 불행의 여신이 내 발목만 잡을 리도 없다. 인생은 정직한 것이다. 묵묵히 걸어가라. 결과를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 바로 필자의 인생에서 아쉬웠던 점이자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시골의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외과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이란 책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그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쉬었던 점을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깨우쳐 주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철학자의 심장으로 고뇌하고, 시인의 눈으로 비판하며, 혁명가의 열정으로 실천하라는 것이다.

저자의 책들을 몇권 사서 그 중에 읽은 것도 있고, 여전히 책꽃이에 가지런히 꽃혀 있는 책도 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전자라면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후자에 속한다. 외과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끝에 라디오와 케이블TV의 프로그램 진행을 맡을 정도로 전문가의 경지에 올랐다지만 내겐 그가 본업인 외과의사로서 환자들을 성심으로 대하며 느꼈던 것들이 마음에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런 그가 청춘의 멘토로 소임을 다하기 위해 내놓은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6년간 여러 강연, 청춘 콘서트 무대를 통해 중고등학생, 대학생, 학부모, 선생님들과 나눴던 대화의 기록이다. 그 수많은 대화들을 한층 더 완성된 문장으로 숙성, 발효시킨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젊은이여 꿈을 가져라"고 쉽게 얘기는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리는 이땅의 청춘들에게 세상의 변혁을 꿈꾸는 혁명가가 되라 얘기할 수 있을까. 감히 깊은 사색의 철학을 공부하고 시인의 아름답고도 냉철한 감성을 좇으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마다 취업이 당면한 인생의 최대 과제가 되어버린 청춘들에게는 그래서 스펙 쌓기가 눈 앞에 떨어진 불덩이다. 그것은 사실 그들의 책임과 잘못이 아니다. 그들을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 속을 내몰아버린 시스템의 문제요, 기성세대의 무책임이 낳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청년은 당연히 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가르침이 어쩌면 위선으로 느껴질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골의사 박경철의 글에서는 진실이 느껴진다. 성공한 인생을 산 선배가 제잘난 맛에 지껄이는 공허한 말들이 아니라 그 역시도 치열하고 고뇌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찾아왔던 물음들에 대한 답들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호흡을 깊게 하고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해 본다.

저자 스스로는 수준 낮은 에세이라며 겸손했던 '응시'에 관한 이야기에 여운이 남는다. 나 역시도 무척 좋아하는 안동 봉정사를 초가을 무렵에 찾아 인적이 없어 적요한 산사를 홀로 거닐며 느꼈던 감흥을 기록한 글이다. 차를 타고 올라가면 불과 수분이면 오르는 길을, 사방에 널린 자연을 의식하며 수십분 혹은 한시간 여 걸으며 사물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넓은 깊은 응시의 충만함에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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