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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투게더 - 개정판
심승현 지음 / 홍익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외로움에 지쳐 있을 때
언제든 달려와 위로해 주었던 친구들에게,
나는 참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나는 요즘 빚을 갚기 위해 애쓰고 있다. 때때로 삶에 위안이 되어주곤 했던 카메라를 처분했고, 내가 가진 것 중에 값나가는 것들이 있나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렇게 모으고 모아 봐도 빛을 갚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좀처럼 늘지 않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나는 오늘도 뜬구름처럼 허망하다는 물욕의 끝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몇푼 안되는 빚에 마음을 쓰고 있는 동안 파페포포의 작가 심승현은 친구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이야기하고 있다. 외로움에 지쳐 있을 때 언제든 달려와 위로해주었던 친구들이 있어 그는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빚이라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런 종류의 빚이라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만큼 많은 친구들에게서 계산없는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니까.
지금까지 심승현이 펴낸 파페포포 시리즈를 모두 읽다보니(최근에 나온 파페포포 기다려는 제외하고) 공통점이 있다. 첫번째 이야기인 메모리즈에서부터 투게더, 안단테, 레인보우 까지 단 하나의 영어 단어가 작가가 한권의 책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파페포포 투게더는 곁에 함께 있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또한 그가 에필로그에서 밝혔듯 이 책은 언제든 달려와 외로움에 지쳐있는 그를 위로해 주었던 친구들에게 바치는 선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일상 속에서 진정으로 가치를 느끼는 것은 돈이나 물질이 아닌, 기쁨과 슬픔을 더불어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옷이 별로 없다면 헌 옷을 입으면 되고, 배가 고프면 물이라도 마시고 참을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오직 따뜻한 사람의 위안으로 치유되는 것임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지만 마음의 따뜻함 보다는 화려한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의 새 옷에 유혹당하기 십상이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없듯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해 달려와준 친구들도 분명 있었다. 그들에게 진 빚을 난 제대로 갚았는지, 아니면 갚으려는 생각이라도 해봤는지 스스로를 반성해 본다.
돈 한푼 들지 않는 일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차라리 노숙자에게 돈 몇푼 쥐어주는 편이 쉽지 그들의 거친 손을 따뜻하게 잡아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 자체도 어렵기만 하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겠다. 차가운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던 누군가의 사랑을 이제는 되돌려줘야 할 때가 되었으니까.
내 꿈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평생 변함 없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내 꿈은 그다지 거창하지 않다.
혼자만의 자유를 고집하기 보다는
더불어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고 싶다.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되는 사람,
소박한 일상 속에서도 언제나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감기와 사랑이 같은 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는 거다. - 01. 감기
POPO : 사랑이 무엇인지 내게 설득력 있게 말해 줘.
PAPE : 잠깐만......음, 우주가 얼마나 크지?
POPO : 끝이 없을 정도로 아주 크지.
PAPE : 하지만 본 적은 없지?
POPO : 응.
PAPE : 우주처럼 확실치는 않지만, 사랑도 아주 큰 것만은 확실해. - 02. 닮아간다는 것
사랑은 변하지 않아.
단지,
사람의 마음이
변했을 뿐이지...... - 05.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포레스트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요점은 글을 쓰는 거야.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 06. 포포의 생일
그 사람을 정말 아낀다면
그에게 가장 소중한 걸 지켜줘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돼. - 08.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사람이나 헌옷이나 지겨울 때가 종종 있는 거야.
하지만 '지겹다'는 건
'변함이 없다'는 거 아닐까? - 09. 자연스러움
아이들은 언제나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항상 찬찬히 걷는다.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 더디게 가는 시간을 뛰어가고
어른들은 시간의 빠름을 탓하며 찬찬히 걷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시간을 잃어버리는 슬픔을 의미하지만
잃어버린 시간만큼 기억이란 게 남으니 다행이다.
잃어버린 시간의 기억을 우린 '추억'이라 부른다.
어른이 되어, 그래도 찬찬히 걸을 수 있는 건
잃어버린 시간의 기억들이 아깝지 않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나에게 묻는다.
"지금 넌 행복하니?" - 13. 스무고개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씩
외로움이라는 그림자를 안고 살아간다.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외로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고백하면
외로움이 떠나가는 게 아니라 친구가 떠나간다.
왜냐하면
그 친구들도 그 녀석과
열심히 싸우고 있을테니까...... - 16. 나 같은 너
기억은 결코 잊혀지는 게 아니야.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아.
단지 맘속에 묻히는 것일 뿐......
그 아픈 기억 위에
또 다른 기억이 덮혀서 묻히는 것일 뿐..... - 25. 기억상자
사랑이란
서로의 착한 마음을 믿어주는 일이다. - 26. 백일 반지
사랑 받는 사람의 머리칼은 찰지다.
사랑 받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게속 머리를
감겨 주고, 빗겨 주고, 쓰다듬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으면
가슴을 보듬어 주고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 29. 더벅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