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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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는 제목은 내가 바라보는 나를 참 적나라하게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쎄, 그럼 과연 어른이 된다는 건 뭘 의미하냐고 물어온다면 그 질문에 대해서도 명확히 대답하기 어렵긴 하지만, 어쨌든 성숙한 어른이 되려면 난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단지 나이를 먹고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집을 장만하고, 큰 자동차를 굴리고 하는, 어찌보면 평범하게 보이는 인생의 일정을 밟아가고 있는 걸 얘기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런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인생이 한없이 서글프게 느껴질 테니까.

그렇다면 이런 정의는 어떨까? 더 이상 꿈이라는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 나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 것들에 시간과 돈과 마음을 쓰지 않는 것. 더이상 실망, 상처, 실패라는 말을 용납할 수 없는 것. 있는 그대로 좋은 것을 좋다 얘기할 수 없고, 싫은 것을 싫다 얘기할 수 없는 것. 인생에는 공짜가 없음을 알아가는 것. 정처없이 헤매는 청춘의 끝.

더 서글퍼질까? 그렇다라도 해도 어쩔 수 없다. 부정한다고 해도 결국 그런 것들이 이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어른스러움인 것이다. 이 나이가 되면 이 정도는 이뤄야 하고, 또 이 나이가 되면 정해진 틀에 잘 적응하며, 혹은 자신보다 더 어린 사람들을 정해진 틀에 잘 구겨넣으면서 살라고 강요 당하는 것이 우리가 하루하루 터벅터벅 걸어가는 인생 아닌가.

내 나이도 불혹을 넘었다. 불혹(不惑)이란 게 무언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갈 길을 간다는 말이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지니는 의미는 사뭇 큰 것 같다. 남자 나이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중년(中年)이 아닌 중년(重年)으로, 좀더 무거워지고 깊어져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언제나 청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다만 열아홉에도 스물아홉에도 서른아홉에도 마흔아홉에도
아제 내 청춘도 끝나는구나 생각하며
나의 청춘을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은 김동률의 뮤직아일랜드, 테이의 뮤직아일랜드, 이적의 텐텐클럽,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 등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작가를 맡았던 강세형의 방송 원고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A4 2장 분량으로 씌어진 글들의 구성은 독특하면서도 읽기에 편하다. 마치 깊은 밤 라디오 DJ의 목소리를 통해서 누군가의, 혹은 내 자신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엿듣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좀처럼 어른이 되지 못하는 나는 위안을 얻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어른인 척 살고 있지만 여전히 청춘의 뜨거운 피가 식지 않았음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격려하는 목소리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공감하고 위안을 얻었으니 이젠 또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 

이 책의 표지에는 '여러 번의 실망, 여러 번의 상처, 여러 번의 실패, 그 사이 어느덧 겁쟁이로 변해버린 청춘에게 보내는 설렘, 두근거림, 위안의 이야기'라는 말이 씌어져 있다. 이미 육체적인 나이의 청춘은 잃어버린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한편 언제까지나 청춘이고 싶다. 그래서 "청춘, 내게는 지금 이 순간"이라고 늘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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