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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06년 3월
평점 :
한참 전에 사 놓고도 이제서야 책을 다 읽고 손에서 놓게 되네요. 사람들의 평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책을 읽기 전 무심코 인터넷에서 접한 부정적인 서평에 선뜻 손에 잡히기가 않았었습니다. "좋은 책이긴 한데, 식상한 느낌이 난다."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짤막한 글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 제가 문제였던 것이지요.
맞습니다. 좋은 책이긴 한데, 그 내용을 보면 조금 식상한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삶에 힘이 되어주는 말들이란 것이 어떤 건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것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드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아직은 마음에 조금의 여유가 있다거나 깊은 수렁에서 한걸음 빠져나온 사람들이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 말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절망에 빠진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로 빙벽처럼 굳었던 마음이 풀릴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로 지옥과 천국을 경험할 수 있고,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갈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찌를 수 있고, 한마디 말이 갓 퍼담은 한그릇 쌀밥이 되어 감사의 눈물을 펑펑 쏟게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책에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그러한 것들입니다. 저는 그 말들을 통해서 제 인생에 힘과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쓰면서 다시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혹시 이 책 속에 있는 한마디 말이 이 책을 읽는 분들의 인생에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 본문에서
제목에서 짐작할수 있듯 이 책은 힘든 삶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힘과 위안, 그리고 용기를 주는 따뜻한 한마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펴낸 정호승 시인이 그 말들에서 위안을 얻었고, 다시 용기를 내서 지금껏 인생을 살아왔듯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 역시 그러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왜 유독 내게만 세상은 이토록 힘들기만 한 걸까. 누구나 그저 눈에 보여지는 나와 남의 겉모습만을 비교하면서 절망하고, 한편 분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어깨 위에 얹어진 고통의 크기는 달라 보이더라도 그 무게는 실상 같은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고통이 있어 그 사람의 인생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고 시인은 얘기합니다. 그래서 신은 인간들에게 기쁨 보다는 슬픔을, 즐거운 순간 보다는 고통을 안겨준 것이라 합니다. 그것은 어둠이 있어 별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처럼, 겨울이 있어 봄이 더욱 기다려지는 것과 같은 것일테지요.
참 좋은 말들이 많습니다만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1997년에 정호승 시인이 펴낸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데, 해인사에서 발간되는 월간 해인지에 실린 큰스님의 말씀 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는 말을 듣고서 큰 가르침을 얻었다 시인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이르도록 진정 사랑하라는 이 말씀은 제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가을이 너무 깊어 버려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여러 이유로 겨울은 참 싫습니만 겨울이 있기에 봄이 기다려 지는 것이요, 짧기만 한 가을의 끝을 좀더 잡고 싶어지는 것일 겁니다. 아픔이 있고 힘들겠지만 잠시동안의 겨울을 잘 견뎌 보려 합니다. 곧 다가올 따뜻한 봄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