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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서른 살. 참 묘한 나이다. 인생에서 30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 무렵에 괜시리 마음이 서글프지고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을 다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 후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 세상살이에 발을 들여놓는 시기가 이십대 후반 무렵이다. 이를테면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시기라고 봐야 할까.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라는 책을 지은 김동영이란 사람 역시 나이 서른에 무모한 미국 여행을 떠난다. 음반사에 취직해 공연 기획을 하다 가수 매니저로, 작사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는 방송작가로 일하던 방송국에서 "이제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분주하거나, 혹은 좌절,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술로 괴로움을 잊으며 세월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 마음을 정리하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김동영이라는 젊은이의 대처방법은 조금 독특했다.
그도 역시 여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여행에는 '버림'이 필요했다. 그가 소유하고 있던 것들을 팔아 여행 경비를 마련한 후 그는 장장 230일간의 미국 여행을 떠났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저 젊은 기분에 한 치기어린 행동으로 보아 넘기기엔 그 여행의 목적이 너무나 뚜렷했다. 게다가 그 여행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책까지 들고 돌아 왔으니 이만하면 그 정도의 낭비(?)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기꺼이 할만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용기가 부럽다. 누구나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지금 당장의 삶에 얽매어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산다.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떠나지 않으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처분할 필요가 없으니 당연히 잃을 것도 없다. 성공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용기를 내서 떠나는 사람과 머물러 있는 사람. 과연 누가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떠나 있는 사이 남아 있는 사람은 승진을 하고, 돈을 모으고, 보다 많은 인맥을 쌓아 더 높이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선의 눈을 가진 김동영처럼 옆으로 넓어지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을 옮기며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하나도 빼놓을 것 없이 공감가는 말들이다. 경험에서 우러난 글이라서 그런가 보다. 앞으로 이렇게 살아봐야겠다. 아무 것도 안하면서 그저 불평하기 보다는 고치려고 움직이는 편이 낫고, 상대방이 달라지길 바라기 보다는 내가 그 편에 맞춰 가는 것.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그렇기에 또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손이 차다는 말보다는 그 손을 끌어다 옆에 두는 편이 더 낫다.
보았다는 말보다는 느꼈다는 말이 더 낫다.
지겨워하기보다는 환불을 받는 편이 더 낫다.
다리 아파하기보다는 부서진 의자에 못을 박는 게 더 낫다.
침묵하는 습관보다는 말을 적게 하는 습관이 더 낫다.
많은 것을 보기보다는 많은 것을 다르게 보는 눈이 더 낫다.
많이 달라진 그를 탓하기보다는
전혀 변하지 않은 내 자신을 의심하는 게 더 낫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는 편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