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 초보 시골 생활자의 집 고르기부터 먹고살기까지
엄윤진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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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한적한 시골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대부분 그 시작은 막연한 동경이나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출발이 촘촘하지 못했기에 낭만적인 시골생활을 꿈꿨던 많은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게 마련이다. 시골 생활은 그리 녹록치도 않고 낭만적이지만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 운명처럼 이끌려 시골로 내려와 잘 어우러져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다 13년 동안을 아이들의 독서와 글쓰기 지도를 하며 살았던 사람 엄윤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 아낙이 홀홀단신 가족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가야산 산자락 아래 마을에 터전을 잡은 지도 십 년이 훨씬 넘었다.

그 인연은 길을 잃음으로서 시작된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이끌려 들어선 산길에서 그녀는 운명처럼 아소재를 만났다. 5년 동안이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방치되었던 한옥이 온기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계약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마음 속으로 이미 서울에 있던 짐을 하나둘씩 이 집에 옮겨 놓고 있었다고 하니 운명의 짝을 찾는 기쁨이 이런 것이겠지.

건물이 네 채인 집 마당에 서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본채에는 내가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는 의미로 아소재란 이름을 지었다. 나 아(我), 소생할 소(蘇), 집 재(齋). 주로 한옥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되는 집에는 비가 별처럼 쏟아지던 날에 성우당이라는 이름을, 주방 공간으로 사용하는 집에는 웃으며 맛을 낸다는 뜻의 소미재라는 좋은 이름을 붙여줬다. 창고로 사용하는 공간은 기어대장간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어엿한 북카페가 들어섰을 지도 모르겠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 내면서 그녀는 아소재에서 여러 해 동안 삶의 의미를 찾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래된 한옥을 손보고, 그곳에서 남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순간적인 충동에 이끌려 시골생활의 쓰디쓴 실패를 맛보지 않으려면 뭐 하고 먹고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먼저 찾아야만 한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의 저자 엄윤진 역시 그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는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집 계약부터 하고 시골 한옥에 눌러앉은 초보 시골 생활자라고 자기를 소개하고 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고, 시골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찾아는 해답을 오롯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만한 노력과 재주가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넉넉한 돈만 있다고, 혹은 도시생활에 싫증이 난 탓에 시작한 무모한 시골생활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차근차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을 꿈꾸고 준비하려는 사람에게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는 친절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소재에 잠깐 시간을 내 다녀와 봐야겠다. 자연 속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의 시골생활을 미리 꿈꾸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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