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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집짓기 - 취향이 있는 집을 완성하기까지 6개월 프로젝트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남은 생에 이루고 싶은 몇가지 꿈이 있다. 풍광 좋은 땅에 내가 그려온 그림 같은 집을 짓는
일도 그 중 하나다. 그것이 언제쯤이 될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상상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니 나는 틈만 날 때마다 관련된
책을 사 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맘에 드는 집을 골라 보기도 한다. 최소한의 돈이 모아지고, 지금과 같은 열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나의 무모한
도전도 완성을 볼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여기 나보다 한참 먼저 길을 간 사람이 있다. 꿈꿔왔던 동해안 시골에 집을 짓고 얌전한 시바견
한마리와 살아가고 있는 박정석이란 여인이다. 처음에 이름을 보고선 남잔줄 착각했었는데, 책 속의 사진을 통해 여리여리한 여자사람인 줄 알고는
놀랐다. 또 하나 놀랐던 건 그런 그녀가 6개월간의 집을 짓는 전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그녀만의 취향이 있는 집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오래전 나 또한 아버지를 도와 집을 지어본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은 시청에 허가도 받지 않고
옥상에 무허가로 지은 방 세 칸, 부억 한 칸짜리 집이었지만 직접 수많은 벽돌을 져 날랐고, 모래와 시멘트를 배합해 미장질을 하고 문과 창문을
달았으며, 슬레이트 지붕까지 올렸다. 보일러를 놓고, 장판과 벽지에다 전기작업까지 다 마치고서야 나의 여름방학도 끝이 났던 기억이 있다.
무허가로 엉성하게 집을 짓는 것도 지난한 과정인데, 자신을 닮은 집을 지상에 구현해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맨 처음 어떤 집을 지을 것일까를 고민해야 하고, 그 이후로는 현장에서 당초의 생각대로 지어질 수 있도록 수많은 참견과
갈등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면 그 돈 때문에 꿈꾸었던 바와 다른 결정을 해야 하는 고달픔도 겪게 될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고 씩씩한 그녀는 집짓기는 신나다며, 기회가 된다면 집 한 채
지어보라고, 황홀한 그 시간을 마지막 일 분 일 초까지 즐기라고 권유하고 있다. 아파트 말고 소박하고도 모던한 집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짓고
싶었던 그녀의 오래된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나를 닮은 집짓기>라는 책을 통해 오롯이 지켜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집짓기를 열망하는 단계부터 꿈의 집을 완성하기까지 열혈 건축주가 직접 들려주는
살아있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속에 담긴 집짓기의 본질과 미래의 건축주를 위한 귀중한 조언들까지 오롯이 독자들의 차지다.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하게 지은 전원주택들을 보며 사람들은 도시를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꿈꾸겠지만 집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주 자신이 담긴
것이어야 한다는 그녀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덕분에 나의 꿈도 한걸음 더 구체화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