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입니다 - 딴 세상 사람의 이 세상 이야기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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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문. 에세이를 읽고 오랜만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글의 종류중 하나가 떠올랐다. 소설(또는 소설가)에 대한 내 여러 선입견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소설가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찾아보는 나의 심리는 뭘까.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고 에세이는 현실의 이야기이므로 에세이가 더 진실을 잘 반영한다는 또 다른 선입견때문일 것이다. 선입견이 조금이라도 바로잡히고 지나온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책을 읽었으니.

📖 나는 SF를 쓰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쓰게 된 사람이 아니고, 내가 쓰는 글이 반쯤은 SF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이다.

📖 SF는 과학소설로 번역되지만, 나는 SF를 쓰려면 과학보다는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곤 한다. 국제정치학은 SF와 많이 가깝다. 세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면 세계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대로 얻게 되는데, 세상을 이해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능력은 SF나 판타지 소설을 쓰는 것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 SF작가들은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전공을 열심히 살린다. 학문을 소설에 효과적을 집어넣는 요령은 무엇일까? SF소설을 쓸 때면 주어진 분량이 약간 빠듯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 외에, 소설속 세계를 설명하는 일 혹은 설정을 풀어내는 작업에 꽤 긴 분량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세계를 설명하는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은, 과학자가 등장해서 ˝이 세계는 말이야˝하고 줄줄줄 설명하는 방식이다. SF의 설정은 잘게 나뉘어 작품 곳곳에 퍼져 있어야 한다. 등장인물이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설명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편이 가장 좋다. 학문하는 태도는 SF의 오랜 친구이자 유용한 도구다. 일상과 직관을 넘어서는 지적 도구와 그로 인해 펼쳐진 세계의 또 다른 면모에 매료된 사람들이, 그 놀라운 감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어렵사리 꺼내든 도구. 그것이 바로 내가 아는 SF다.

📖 우리가 우리 삶으로부터 분리되어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안거리다. 적어도 어떤 문제는, 내 인생을 통째로 휘감을 만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은 예측이라도 해야 하고, 예측조차 못하는 일은 기록이라도 남겨야 한다. 기록조차 하지 못하고 언어의 수면 아래에 침잠해 있는 고통은 얼마나 처참한가. 섬세한 언어는 뭉쳐있는 응어리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도구다.

📖 SF읽는 법 : ‘인물 100%‘ 설정 해제, ‘자동 비유 찾기‘ 기능 해제, ‘결말을 찾는 법‘(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결말도 결말로 받아들이기), ‘관습적 독법 차이‘(소설속 기관명 등 심각히 생각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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