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 어떤 시대에도 정치적 대립과 갈등은 존재했다. 더구나 다원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이한 이념과 생각을 두고, 또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갈등과 대립은 정치제도를 통해 
원만하게 해소되어야만 정치적 안정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통치 형태는 권력의 소재를 결정하는 것부터 
정치적 갈등과 대립의 해소 방안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정치제도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걸어온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통치 형태에대한 합의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1. 통치 형태란 무엇인가? - P15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의 세계에도 우두머리는 존재한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언 킹‘은 동화적 소재와 만화적 
상상력에도 불구하고동물 세계에 우두머리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결정되는 방식이 매우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싸움에서 승리한 강한 수컷만이 
무리를 이끌 수 있는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미나 벌처럼 군집을 이루며 사는 또 다른 곤충 
무리의 우두머리인 여왕개미, 여왕벌은 싸움을 통해서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암컷이 우두머리로 점지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우두머리를 결정하는 방식은 이처럼 
다양하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을 동물들과 동일한 
수준에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인간의 삶 역시 
무리를 지으며 사는 동물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 P15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대로 인간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정치적 동물이다. 그러나 공동체를 이끌어 갈 
지도자나 정치제도 없이 모두가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 P16

홉스(Hobbes)나 로크(Locke)와 같은 사회계약론자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안전과 평화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명 · 자유 재산을 침해하지 않기로 하는 
사회계약을 체결하고, 그 결과 이러한 동의를 강제하는 
주권적 권력이 출현하게 된다고 보았다.

이들이 말하는 주권적 권력은 결국 국가를 이끌어 갈 
우두머리의 존재와 긴밀한 관련을 갖는다. 혼돈과 무정부 
상태로의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자에 의한 
정치적 질서와 안정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마키아벨리의 
사상 역시 정치 공동체 내 우두머리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 P16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통치 형태는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정치공동체의 우두머리를 어떤 형태로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즉 통치 구조는 권력 집행의 주체와 
정치적 지배의 틀을 어떻게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며 
이 때문에 정부 형태, 권력 구조 등의명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통치 형태의 설정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우두머리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기준도 몇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 P16

첫째, 정치적 우두머리에게 어느 정도의 권위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치적 우두머리에게 부여되는 
지위는 국가 원수(head ofstate)와 행정 수반(head of 
government)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지위를 
모두 한 사람에게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각각 나눠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 P16

우리나라나 미국의 대통령제에서는 이 두 가지 지위가 
한 사람에게 부여되어 있으나, 내각제 국가에서는 분리되어 있다. 예컨대, 영국에서 국가 원수는 국왕이며, 행정수반은 총리가 담당한다. 한편, 국가 원수로서 국왕이 존재한다면 
국왕이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갖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국왕이 국가원수라는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아 있느냐 혹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우두머리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통치 형태는 달라진다. 전자는 입헌군주제가 되고 후자는 
군주제 국가가 될 것이다. - P17

두 번째는 권한의 견제 여부이다.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을 허용할 수도 있고 다른 기구나 제도에 의해 권한의 
행사가 견제받도록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한의 견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견제를 받는다고 해도 권한의 허용 
정도와 견제의 방식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제도적으로 
여러 개의 기관에 권한을나누어 서로 견제하도록 할 수도 
있고, 한 기구를 다수파가 장악하면 상대적으로 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통치 형태도 있을 수도 
있다. 입법·사법·행정의 3권분립 문제나 상원 • 하원의
양원제 여부,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권한 배분과 같은 
문제들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 그동안 정치적인 영향력이 
커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대한 문제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 P17

세 번째는 얼마나 오랜 기간 권력을 담당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왕은 즉위하면 특별한 일이 없다면 평생 
임기에 제한을 받지않는다. 국왕처럼 평생 임기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에서 계속 이기기만 하면 
몇 년이고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내각제 국가가 그런 경우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두 번만 대통령을 할 수 있는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5년 단임만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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