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론이 법학, 법률실무 또는 입법을 꼼꼼히 파고들어 
지배하도록 하면, 정의론과 법 양쪽에서 폐해가 생길 것이다.

첫째, 정의론은 현실적 문제의 권위적 해결의 부담에 숨이 
막혀 과도하게 위축될 것이다. 둘째, 정의를 항상 법(가령 
소송)으로 실현하려 한다면, 옳고 그름, 정당과 부당, 
정의와 부정의의 모든 문제들을 입법로비, 행정강제, 소송 
등에 의하여 해결하게 되어 법적 과정은 비대해질 것이다. 

피소당할위험과 소송이 가지는 불확실성과 비용은 
부담스럽다. 입법로비로써 사태를 역전시키는 일도 
부담스럽다. 최악의 경우에는 서로 상대방에게 최대의 
부담을 지우려는 쟁투를 벌이게 된다. 

요컨대 법이 정의론을 글자 그대로 따르려 하면, 오히려 
사회철학자의 사유를 사회공학적인 사회개조의 시도로 
곡해하고, 개인과 사회를 사회공학의 실험대상으로 
전락시키며, 법을 이용한 투쟁이 폭증하는폐해를 낳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의의 탐구와 추구는 법과 법률가의 전유물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사회철학자와 법률가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적절한 정도로 상호 교류하는 것이 좋다. - P6

법은 보편타당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구체적 
사건을 넘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중요한
(legally relevant)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구구한 사정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 법률개념을 도구로 법규범을 
체계화하고,기존의 법규범을 가급적 유지하면서 다양한 
사안유형을 소화하면, 법관 기타 공무원의 자의를 
염려하여 불안에 떨 필요가 없고, 명백피할 수 있으며, 
이해관계의 적절하고 일관성 있는 형량을 기할 수 있다. 
이것이 법적 접근이다. 그 체계적 연구가 법학이다.
- P6

역사를 통하여 학문은 분화되고, 정치, 법, 행정도 
학문으로부터 독립했다. 철학으로부터 독립한 분야들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철학이지만, ‘지혜의 사랑‘이나
 ‘앎의 사랑‘의 전체가 곧 철학이라고는 할 수 없다. 

법학을 매개하지 않고 입법과 법의 해석ㆍ적용에 
사회철학을 곧바로 개입시키려 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은 법이 사회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하겠지만, 법은 사회문제만 다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법률가는 법의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자신의 권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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