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책임구상의 법철학적 의의


책임제도는 법적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제도이다. 
법규범을 위반하는 모든 일탈행위는 종국적으로는 
책임귀속 여부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요건 아래서 책임을 인정할 것인가, 
어떤 기준에 따라 책임의 강도를 조정할 것인가 
책임을 인정할 경우 어떤 제재를 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책임구상‘(Konzeption von Verantwortung)에 관한 문제는 법학 전반에 걸쳐 중요하면서도 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에 ‘근대법‘의 근간을 이루는자유주의 법모델은 ‘과책주의‘ (Verschuldernsprinzip)에 기반을 두어 책임을 구상하였다. ‘과책주의‘에 따르면 일정한 행위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관적 요건으로 ‘과책‘(Verschulden)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 P11

만약 어떤 행위자가 과책 없이 법규범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거나 결과를 일으킨 경우에는 그행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법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과책주의에 
따른 법적 책임은 ‘이성적 주체‘를 전제로 한다. 

과책주의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는 실천이성을 가진 
주체로서 자율적으로 자기결정과 자기처분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자기책임을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  - P11

이러한 책임의 모습을 우리는 형법학에서 말하는 ‘규범적 
책임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를 때행위자는 
이성적 주체이면서 동시에 ‘자유의지‘ (Willensfreiheit)를 지닌 ‘자율적인존재‘여야 한다. 한편 과책주의에 따른 법적 책임은 ‘행위책임‘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므로 ‘책‘과 무관한 
‘행위자의 속성‘은 책임을 판단할 때 원칙적으로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 - P12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특히 환경재난과 같은 ‘위험‘(Risiko)이 사회를 위협하면서 과책주의에 
기반을 둔 근대적 법적 책임과는 다른 책임구상이 
등장하였고 그 가운데 일부는 법적 책임으로 승인되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민법학에서 자리 잡은 ‘위험책임‘이다.

가령 위험책임은 ‘과책‘을 책임의 성립요건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그 대신 위험책임은 ‘위험원의 지배‘를 책임의 
성립요건으로 삼는다. 또한 위험책임은 원자력 책임이 
잘 보여주는 것처럼 행위책임이 아닌 ‘시설책임‘의 구조를 
취한다. 나아가 위험책임은 사회보험과 결합하여 개인적 
책임이 아닌 집단적 책임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위험책임은 사회보험을 통해 책임을 보험단체 
전체로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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