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하스의 경우
샤일록이라는 인물로부터 나는 문학상의 인물인 동시에 역사상의 인물이기도 한 미하엘 콜하스를 떠올린다. 하인리히 클라이스트는 동명의 소설에서 압도적인 설득력으로 이를 묘사한다.
샤일록은비틀거리며 법정을 나섰고 힘이 다한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판결에 따랐지만, 미하엘 콜하스는 그렇지 않았다.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무시된 자신의 권리를 손에 넣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 뒤에, 즉 사악한 원님 재판으로 인해 재판을 통한 권리 실현의 길이 닫히고, 재판권이 그 최고 담당자인 군주에 이르기까지 불법의 편이었음이 명백하게 밝혀진 뒤에, 그는 자신에게 가해진 모독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격분에 몸을 떨면서 이렇게 말한다.
"발로 걷어차이는 신세라면 사람으로 사느니 차라리 개로 살겠소."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결의했다. "(법률로) 보호를 해주지 않는 것은 저를 황야의 야수들에게 쫓아내는 것입니다. 저자신을 지키라고 제 손에 몽둥이를 쥐어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 P108
그를 움직인 것은 하나의 윤리적 이념에 불과했다. 그 이념이란 "자기가 당한 봉욕을 배상받고 자신 같은 백성들이 앞으로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에 대한 의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을 위해 그는 모든 것을 희생한다. 가정의 행복도, 집안의 명예도, 토지재산과 생명과 신체도 희생한다. 그러고 그는 무차별적인 섬멸을 목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과 그 공범의 무리만을 상대로 삼아 싸운다.
나아가 자신의 권리를 실현할 가망이 보이면 자발적으로 무기를 버린다. 그러나 법과 권리와 명예를 헌 신발처럼 버리고 고려하지 않은 당시의 상태가 얼마나 큰 오욕을 수반했는지를 마치 그의 경우에 대해 명백하게 밝히고자 하는 것처럼, 그는 약속된 자유통행권과 불소추의 보장을 빼앗기고, 처형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 P109
그래도 죽음 직전에 자신은 무의미하게 싸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주장했다는 생각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를 초연하게 했다. 그래서 그는 흡족한 기분으로 스스로 나아가 세상과 신과 화해한 채 태연하게 형리에게 몸을 맡겼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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