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감각을 보여준 주체에도, 세계에도 이것은 탁해진 공기를 윤리적으로 정화하는 천둥과 같은 것이다. 원래 주체의 힘에는한계가 있기 때문에 권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자의를 방임하는 제도들의 벽에 막혀 좌절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폭풍을 일으킨 사람은 스스로 그 피해를 입게 되고, 권리감각을 침해당한 사람으로서 범죄자가 될 운명을 선택하거나(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그것 못지않게 비극적으로 되는 것, 즉 힘없이 당한 불법이심장을 찌르는 가시가 되어 윤리적인 출혈사를 맞게 되고, 더 이상 법과 권리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 P102
이처럼 자신이 받는 손해보다도 권리의 이념에 대한 모독과 멸시를 더욱 민감하게 느끼고, 전적으로 사리사욕 없이 권리의 억압을 마치 자신의 권리가 억압된 것처럼 느끼는 사람을 볼 때, 그 이념적 권리감각이나 이상주의는 고귀한 성질을 갖는 사람들의 특권인 것처럼 생각될지도 모른다. - P102
그러나 자신에 대한 불법만을 느끼는 어떤 이념적 앙양과도 관련이 없는 권리감각조차 내가 앞에서 논의한 구체적 권리와 법률의 관계를 완전하게 이해할것이다. 즉 나의 권리는 법 일반이고, 전자의 침해나 주장은 동시에 후자의 침해나 주장이라는 명제로 요약된 관계다. - P103
이러한 관점이 법률가 사이에 그다지 유포되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사실이다. 법률가들은 법률이 구체적인 권리를둘러싼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즉 분쟁의 대상은 추상적인 법률이 아니라, 법률이 구체적인 권리의 모습을 띤 것이고, 법률이 ‘사진에 찍힌 모습‘과 같은 것으로 구체적권리에 찍혀 있을 뿐, 법률 자체가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P103
나도 법기술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를 인정했다고 해서, 반대의 관점이 정당성을 인정받지못한다는 것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반대의 관점이란, 법률을 구체적 권리와 동일선상에 놓고, 후자가 위협받는 것은 전자가 위협받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은 선입견이 없는 권리감각에 대해, 법률가의 관점보다도 훨씬 알기 쉽다. - P103
독일인은 소송을 할 때 원고가 ‘법률을 호출하다 Gesetz angerufen‘ 라고말하고 로마인은 ‘법률의 발효legis actin‘ 라고 말한다.
어느 경우에나 소에 의해 법률 자체가 문제가 되며, 개별 사건에서 결정되어야하는 것은 법률을 둘러싼 다툼이다. 이는 특히 고대 로마의 법률 소송을 이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권리를 위한 투쟁은 동시에 법률을 위한 투쟁이기도하다. - P103
분쟁은 권리주체의 이익, 법률의 구체화인 개별적 관계, 즉 내가 ‘사진에 찍힌 모습‘이라고 부른 것(이는 법률에서 나온 빛을 오로지 노출의 순간에 취해 정착시킨 것으로 파기될 수 있는 것이다)에 대해서만생기는 것이 아니라 법률 자체가 무시되고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법률은 공허한 유희나 미사여구가 되지 않기 위해 자기를 주장해야 한다.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된 그대로 있으면 법률도 붕괴되어 버린다. - P104
자신의 분쟁을 위해 국가(법률)를 자기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면, 그것은 이기주의의 이익과 합치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기주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과 자신의 권리차원을 넘어, 권리자가 법률의 대변자가 되는 높이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권리주체가 자신의 이익이라고 하는 좁은 시각에서 진리를 인식하고 방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것이 진리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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