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실증주의의 법 개념으로 주류적인 것이 영국의 
오스틴과 벤담의 법명령설이다. 즉 법은 주권자의 
일반적 명령이다. 그러나 법이 권리나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규범이나 허용규범이 존재한다는 
점과 주관적 권리와 객관적 법은 이원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법명령은 법철학적 허무주의라는 비판이 있다. 

심헌섭 교수는 법 개념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법명령을 
지지하면서도 금지에 대한 자유 내지 허용의 독자성에 
주목하고, 명령보다는 더 널리 ‘지시(Directive)‘의 의미를 
가진다고 하며, 이는 관습법이나 판례법도 포괄할 수
있다고 한다(심헌섭, 법철학 1, 53면 이하). 

그는 법 개념은 법이념에 대하여개방적이지만, 법이념은 
법의 개념 징표가 아니고, 오히려 법의 평가기준이라고 
하여 기본적으로 법실증주의의 입장에 선다. - P31

법이 명령이든 지시이든 법의 이름으로 그 어느 사항이든지 명령할 수 있는지, 즉 명령의 대상 문제도 제기된다. 법의 
명령으로 윤리적 사항을 명하게나 반대로 비윤리적 사항을 명하여도 법이 되는지, 불가능하거나 준수하기 어려운 
것을 법의 이름으로 명할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가 있고, 
그러한 점에서 명령설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P31

어떻든 기본적으로 법실증주의에서 법은 실정법이다. 
대륙법계에서는 국가적 설정에 의한 법률 등의 형식으로 
법이 나타난다. 따라서 법은 국가적 입법과 승인을 통하여, 즉 헌법이 예정한 국가기관인 의회나 법원 등에 의하여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법규범이 창출된다. 

물론 의회 등 법설정기관의 입법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법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는다. 
법률은 단지 책속의 법이고 살아 있는 법, 구체적 법은 
사법에 의하여 발견되고 형성된다. 또한 관습이나 학설 등 
비구속적인 법인식원이사법의 승인에 의하여 구속적인 
법규범이 된다. 이러한 사법의 승인에 의하여 형성되는 
판례법 또는 사법입법 등과 같은 대체입법은 권력분립의 
한계를 동요시킬 수 있다. 

물론 법원의 판결은 민주주의 하에서 기본적으로 법률의 
우위나 입법자 우선(Primat des Gesetzgebers)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고 분화, 전문화된 사회에서, 법률 자체에 흠결이있거나 의회 입법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올 수 있고, 기술의 발전
등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의회가 
너무 늦기 때문에 사법이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거나 
현실에 부응하는 법을 형성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는 현행 법률문언을 넘어서는 법을 창출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점에 관하여는 방법론상 논란이 있다
(제10장 참조). - P31

그런데 국가 이외에 다른 법공동체에도 실질적인 법설정 
기능이 부여되고있다. 교회법이나 단체법(정관, 회칙 등), 
약관, 단체협약 등과 같은 사적 입법은 국가의 법설정 
독점을 흔들어 놓았다. 

다만 이러한 사적 입법은국가적으로 규범통제를 통하여 
승인되고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법이 된다는 것이 
법실증주의의 입장이다. 그리고 관습법 등의 법외적 
규범도 법률을해석 적용하는 법원에 의한 사법적인 
심사와 규범통제를 통하여 법규범으로 승인되고 
확정된다(승인설). 

이는 법원, 그중에서도 최종심이 법으로 선언한 것이 
법이라는 영미 판례법 국가의 법현실주의의 관념에 
연결되고, 대륙에서는 판결실증주의라는 이름으로 
판례법의 중요성이 승인된다. 오늘날성문법주의 하에서도 실정법의 법규범은 판례에서 형성되고, 법학시험이나
법실무에서 판례는 정답이나 신앙으로 고착되어 가고 있다. - P32

한편 제도적 규범질서로서의 법 개념도 주장되고 있다. 
제도적 법이론에서제도는 결혼이나 소유권, 계약, 회사 
등과 같이 법규범들에 의한 사회적 사실의 형성이 중요하고, 규범 자체가 아니라 그에 의해 형성된 사실인 제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실증주의적이다. 

제도로서 효력 있는 법규범의두 가지 징표는 국가적으로 
규율되고 승인된 절차 내에서 특정 국가기관들의 협력에 
의하여 성립되고, 규범준수가 필요한 경우 국가의 강제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것이다. - P32

그러나 실증주의적이고 국가적 설정과 집행에 의하여 
제도화되는 법 개념은한계와 흠결이 있다. 즉 법과 정의의 
관련성 문제나 전법적, 법외적, 초법적법명제가 있다는 
것과 법의 효력이 최종적으로 국민 의사의 승인에 의한다는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 P33

생각건대 기본적으로 법실증주의적인 법 개념이 더 현실에 부합하고, 정의문제는 일단 법 개념에서 분리되어야 한다. 
정의나 도덕의 문제는 국가적 불법이나 시민에 의한 법의 
승인과 준수 및 법의 실효성의 문제와 관련되고, 
이는 법 효력론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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