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념의 문제

"법률가들은 아직도 법 개념의 정의를 찾고 있다."
칸트(I. Kant),  -순수이성비판 - - P22

‘법적‘이란 무엇인가?

법이란 무엇인지의 문제는 무엇이 ‘법적‘인가라는 
문제를 전제로 한다. 법적문제란 단순한 권리 의무 
관계에 국한되는가? 더 나아가 인간생활의 경제적, 
정신적 이해관계에 관한 다툼을 모두 법의 이름으로 
개입 판단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법의 
관할 영역은 어디까지이고, 그 영역이 선형적으로 
정해진 것인지, 아니면 법이 규정하고 관여하기 나름일까? 물론 법이 개입할 수 없거나 판단이나 개입하기에 
부적절한 영역이 있고, 법이 의식적으로 흠결을 두어 
법의 영역에서 배제하고 도덕이나 다른 사회규범에 
맡겨두는 부분도 있다. 이는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의 문제이다. 또한 분쟁이 법절차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열쇠인 ‘법률상 이익‘이라는 소송법적 개념도 
바로 법적이라는 표현과 법 개념의 문제와 직결된다. - P22

실정법이 약혼 해제의 경우는 그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있지만, 남녀 간의 단순한 결혼 약속의 파기는 도덕적 문제로 개입하지 않는다. 또는 동성애나 낙태 등의 민감한 도덕적 문제를 형사 처벌할 것인지, 도덕의 문제로 남겨둘 것인지의 논쟁은 실제로 끊이지 않았고, 각국의 취급도 다르다. 종래 도덕이나 당해 사회규칙에 남겨진 문제를 무한정 법의 영역에 
끌어들여 이를 다루는것은 법만능주의도 부적절하지만, 
법이 관여하지 않고 공백으로 두었던 문제가 입법이나 
법형성에 의하여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 P22

예컨대 단순히 지하철의 역명(부산의 ‘대현역‘)이나 항구의 명칭(부산신항)이 잘못되었다고 재판으로 변경을 구하는 
것은 법적 쟁송의 대상이 아니고, 학생의 학위 논문이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고 학위 수여에 적합한 것인지는
법이 개입하기 어렵거나 법관이 판단하기에 부적절한 
분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지, 
학위논문 수여의 절차를 지켰는지의 문제는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오늘날 기술의 발전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이 법적 판단과 보호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현대 지식재산권법의 과제이다. - P23

그리고 환경침해 등으로 인한 주민소송과 같은 경우에 
사법에 의한 법률상이익의 확대는 인상적인 것이다. 
종전에 판례로 단순한 반사적 이익 내지 경제적 이익으로 
치부되었던 것이 시민의 법의식과 법적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판례가 변경되어 법률적 이익으로 승격되었고, 
환경적 이익의 법적 보호와 환경권이라는 권리의 확대로 
귀결되고 있다. - P23

또한 과거에 법적 문제가 아니었거나 합법적이었던 사태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후에 불법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특히 체제 변화 또는 독재나 불법국가의 몰락 이후 과거 청산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 흔히 나타난다. 

예컨대 우리나라 유신헌법 하의 긴급조치는 당시에는 
법적으로 시행되었지만, 정의나 정당성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어서 오늘날 소급적으로 불법이 되었고,
독일의 나치 치하의 많은 법이나 구 동독의 국경법도 
같은 운명에 처해졌다.

- P23

한편 ‘법적‘이란 개념과 강제 내지 강제가능성의 관련성이 
문제된다. 법적인 것은 대부분 강제가능성이 있고, 강제는 
법적인 것의 본질적 속성에 포함된다. 법에는 불완전법규나 선언적 규정 또는 훈시 규정 등과 같은 강제가 없는 법규범도 많이 있다. 돈을 내라는 강도의 명령도 강제성이 있지만 
세금징수원의 같은 명령과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후자가 
법적 명령이라는 점에서다르고, 따라서 이는 법적이나 
법 개념의 문제와 관련되는 것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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