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의의
(i) 헌법 또는 헌법학(Constitutional Law, Droit constitutionnel, Verfassungsrecht)은 다른 실정법(학)과 마찬가지로, 한국이나 동양의 전통적인 법규범 · 법질서에서 유래하기보다는 서양의 법질서 · 법체계를 이어받았다. 근대한국에서 헌법개념은 장정, 국제, 국헌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고유한 의미에서의 헌 (학)은 "국가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기본원리를 정립한 법"이다. 즉, 헌법은 국가에서 작동되고 있는 모든 법규범 중에서 최고법이고 기본법(근본법)이다.
(ii) 1787년에 제정된 미국 헌법과 1789년 프랑스 혁명기에 천명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으로부터 비롯된 일련의 입헌주의 문서는 주권재민에기초한 근대입헌주의 헌법의 풀뿌리 역할을 다져왔다. 이제 헌법은 단순히 국가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기본법을 뛰어넘어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한 권리장전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에 따라 근대입헌주의의 정립 이래 헌법은 "국민주권주의에 기초하여 국가의 조직과 구성을 설계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최고의 기본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 P3
대한민국헌법의 이해
(i) 헌법학의 이해에는 그 사상적 뿌리인 근대 자연법론에 기초하면서, 동시에 법실증주의의 이론과 제도를 동시에 포섭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헌법의 이해에는 근대입헌주의 헌법의 보편적 가치인 근대자연법론의 사상적 세계에 기초하면서도, 한국에서의 실존적 법규범과 법현실을 인식하고 이에 순응할 줄 아는 법적 실존주의에 깊이 천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시대에 정립하고자 하는 법이념과 법적 안정성의 상호 조화로운 발전을통하여 헌법학의 이해와 실천에 균형이론이 터 잡을 수 있다.
(ⅱ)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인 헌법이 국가 속에서 구현되고 국민과 호흡을 함께할 때 비로소 헌법은 "국민의 생활헌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바로 그때 국민주권주의에 기초한 민주법치국가는 국민의 삶 속에 자리 잡는 생활법치의 장을 열어갈 수 있다. - P7
실질적 의미의 헌법이란 헌법의 성문 · 불문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법규범의 유형에 관계 없이 그 실질적 내용이 헌법적 가치를 가진 규범의 총체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성문헌법이 없더라도 실질적 의미의 헌법은 존재한다. 또한 성문헌법에 존재하지 아니한 사항도 실질적 의미의 헌법의 내용이 될 수 있다. - P9
형식적 의미의 헌법은 성문헌법전에 명시된 규범만을 지칭하는바, 특별한 기관에 의하여 제정되고 특별한 절차를 통하여서만 개정될 수 있다 - P9
실실적 의미의 헌법과 형식적 의미의 헌법의 조화
실질적 의미의 헌법개념이 강학상개념인데 비하여, 형식적 의미의 헌법개념은 법적 개념이다. 형식적 의미의 헌법과 실질적 의미의 헌법은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며 그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① 실질적 헌법 사항인지 여부는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다. ② 입법기술상 모든 내용을 헌법에 담을 수가 없다. 비록 국가권력작용과 기본권보장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상당부분 공통된다 하더라도, 형식적 의미의 헌법 즉 성문헌법전에는 그 내용이 실질적 의미의 헌법개념에 포섭될 수 있는 선거·의회·정당 등에 관한 많은 사항이 제외되어 있다. ③ 실질적 헌법에 해당되는 사항이라도 빈번하게 개정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헌법전에 규정하지 아니한다. ④ 헌법적 가치를 가진 사항이 아니라 하더라도 특유의 사정에 의하여 정책적으로 헌법전에 규정하기도 한다 (예컨대, 1999년 개정 전의 스위스 헌법 제25조 추가조항의 가축도살방법에 관한 규정, 미국 수정헌법 제18조와 제21조의 알코올음료에 관한 규정 등), - P9
성문헌법이란 성문의 헌법전을 지칭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헌법은 성문헌법일뿐만 아니라, 헌법개정을 위한 특별한 기관이나 절차가 마련된 경성헌법이다. - P9
관습헌법이란 국가에서 용인되는 헌법적 가치를 가진 관습적 규범의 총체를 말한다. 하지만, 헌정실제는 규범적 효력이 없고 단순한 현실적 사실에 불과하므로 관습헌법과 구별된다. - P10
영국 등과 같이 성문헌법이 존재하지 아니한 불문헌법 국가에서는 관습헌법에입각하여 헌정질서가 유지된다. 즉, 영국에는 성문헌법은 없지만, 관습헌법에 기초한 실질적 의미의 헌법은 있다. - P10
관습헌법의 인정 여부
성문헌법 속에 헌법사항을 구체적으로 모두 규정하기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성문헌법에서 헌법적 가치를 가진 사항이 누락되거나 모자랄 수도 있으므로, 관습헌법의 필요성과 규범력을 인정하여야 한다. - P10
관습헌법 논의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논의의 핵심은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관습헌법인가의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은 관습헌법이므로 법률로써 수도를 이전할 수 없으며 헌법에서 명시한 제130조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하는 위헌법률이라고 판시한다. 반대의견은 관습헌법의 효력은 성문헌법의 보완적 효력을 가질 뿐이며, 관습헌법의 개정은 헌법개정 사항이 아니라고 보았다(8:1)
위 위헌결정에 따라 수도이전 대신 제시된 행정중심복합 도시 건설과 관련하여, 7인의재판관은 "국민에게 특정의 국가정책에 관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인정된다고 할 수도 없다"라고 하여 각하의견을 제시하였다. 다만, 6인의 재판관은 기존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은 관습헌법에 속한다고 본, 반면에 3인의 재판관은 관습헌법을 부인한다. 한편, 2인의 재판관은 신행정수도는 결과적으로 수도를 분할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합의나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 법률에 대하여는 수도분할이라는 비판론을 반영한 개정안이 2010년에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부결되었다.
생각건대 헌법재판소가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을 관습헌법으로 보았다면, 수도분할을 의미하는 위 특별법도 또한 위헌이라고 판시하였어야 마땅하다. - P10
관습헌법의 성립요건
(i)관습헌법도 관습법의 일종이므로 관습법의 성립에서 요구되는 일반적 성립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① 기본적 헌법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관행 내지관례가 존재하고, ② 그 관행은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사라지지 아니할 관행이라고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반복 내지 계속되어야 하며 (반복ㆍ 계속성), ③ 관행은 지속성을 가져야 하며 그 중간에 반대되는 관행이 이루어져서는아니 되고(항상성), ④ 관행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모호하여서는 아니 되고 명확한 내용을 가져야 한다(명료성). ⑤ 이러한 관행이 헌법관습으로서 국민들의 승인 내지 확신 또는 폭넓은 컨센서스를 얻어 국민이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국민적 합의)(헌재 2004.10.21,2004헌마554 등)
(ii) 하지만, 관습헌법은 성문의 규범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인정은 요구되지 아니한다. - P10
관습헌법사항
(i) 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헌법에 규율되어 그 효력이 법률보다우위를 가져야 할 만큼 헌법적으로 중요한 기본적 사항이어야 한다.
(ii) 국호(대한민국), 국어(한국어), 수도(서울) 외에도 국기 (태극기), 국가(애국가), 국시 등도 관습헌법에 포섭할 수 있다. 이들 국가정체성에 관한 사항은 외국헌법(예컨대, 프랑스헌법)의 예와 같이 헌법에 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 P11
관습헌법의 효력
관습헌법도 헌법규범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성문헌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관습헌법은 그 효력에 있어 한계를 가진다.
(i) 관습은 결코 성문헌법전에 규정된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ii) 관습은 성문헌법이 침묵을 지키는 경우에 일정한 조건에 따라 성문헌법을 보충할 수 있다. 특히 헌법규정이 명확하지 아니할 경우에 이에 대한 평석을 가할 수 있다. - P11
관습헌법의 변경관습헌법이 성립되기 위하여서는 관행의 존재, 반복. 계속성, 명료성, 항상성, 국민적 합의와 같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테면 관행의 연속이 단절 또는 변경되거나, 국민의 법적 확신이 변경되는 경우, 관습헌법은 다른 내용으로 변경될 수 있다. - P11
한국헌법은 근대입헌주의적 의미의 헌법에 기초하여 현대 사회복지주의적 의미의 헌법을 수용하는 헌법이고, 성문헌법 · 민정헌법 · 모방적 헌법 · 단일국가헌법 · 강한 경성헌법ㆍ (수정)자본주의헌법 · 입헌주의헌법이다. 그러나 명목적 헌법에서 규범적 헌법으로 발전과정에 있는 헌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P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