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국가의 목적

법치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 국가체제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 나아가 
인간의 자유와 안전을보장한다. 나치의 폭정 끝에 탄생한 
신생 독일(서독) 기본법 제1조보다 이 점을 명백히 보여 
주는 헌법체계나 문언은 없다. 

즉, "인간의 존엄은불가침이다. 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 이에 따르면 법치국가는 
인간의 존엄을 최고의 목적으로 삼고 거기에 이바지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서독헌법의 제정에 앞서 마련된 
초안 제1조도 "국가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며, 인간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천명했다. 
"국가는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다. 따라서 국가 없는 
인간은 상정할 수 있어도 인간 없는 국가는 상정할 수 없다. "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P29

그러므로 법치국가의 목적과 임무는 그의 보장기능 및 
보호기능이든, 사회적인 급부기능이든 간에, 인간과의 
관계에서 결코 인간을 지배하는 데 있지 않고,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해 봉사하는 데 있다. 궁극적으로는 
바로 인간의 존엄과 행복한 삶을 실현하도록 그 외부적 · 
간접적인 조건을 법적으로 마련해 주는 한도 안에 
법치국가의 성격이 나타나는 것이다. 왜냐, 존엄성의 
주체인 인간은 저마다 직접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의미 
있게 개발해 나갈 수 있는 정신적-윤리적인 자기결정과 
자기선택의 능력을 원칙적으로 갖고 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법치국가는 그의 수단의 측면에서 보면 
지배조직체이지만, 그의 목적의 차원에서 보면 봉사조직체이다. 순전히 개인존재의차원에서만 본다면 어쩌면 국가 
그 자체는 하나의 악일지 모른다. 그러나 법치국가는 결코 
악을 위해 통치하지 않는다. 영국의 오래된 법언가운데 
하나인 "국왕은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The king can do no wrong)는 언명은 적어도 그 본래의 의미에 비추어 
이해하자면 오늘날에도 적용될만한 국가행위의 윤리적 지
도 원리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법치국가도 지배와 통제수단을 써야 할 때가 있다. 
탐욕과 이기심에 이끌리는 인간의 삶의 터전에는 갈등과 
충돌, 범죄와 일탈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그치지 않는 야만상태또는 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혁명적 상황하에서는 인간의 존엄의 실현이나 자유의 의미의 중요성도 한 낱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최소한 이러한 야만상태를 종식시키고 
법질서가 통할 수있는 시민상태로 이전하기 위해 최소한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가는 만인이 만인과 더불어 싸우는 전쟁상태를 극복하고,만인이 만인과 더불어 평화할 수 있는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홉스의 말을 빌리자면 무법한 야만상태에서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늑대가 되지만, 법이 통하는 시민상태에서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천사 같은 존재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사회적 행위를 제압하고 사회적 행위를 유도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실효성 있게 법을 집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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