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왜 자기과시를 위한도덕은 위험한가?
야구 용어 중에 ‘스탠드 플레이stand play‘란 게 있다. 관중을 의식한 플레이 또는 관중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하는 과장된 플레이를 말한다.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임에도일부러 다이빙을 해서 잡음으로써 관중의 박수를 끌어낸다면, 그게 바로 스탠드 플레이다.
stand는 grandstand를 줄여서 쓴 말이다. grandstand는 야구장 등의 지붕이 있는 정면 관람석을 말한다. 그 관람석의 관중을 염두에 둔 플레이라고 해서 생겨난 말인데, 영어에서 grandstand는 동사로도 쓰여 "관중을의식한 플레이를 하다"는 뜻이다. 정치인이 인기영합적인 언행을 하는걸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정치적 올바름‘이 촉발한 ‘문화 전쟁‘
"이딴 개소리를 가래 뱉듯이 사방에 뿌려대는 PC충 꼴페미를 정신병원에 잡아 처넣어라."
인터넷에서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기사만 떴다 하면 달리는 악성 댓글의 한 유형이다. ‘PC충‘은 PC를 강조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인기를 누리는 인터넷 유행어의 자리에 오른 지 오래다.
앞서 정의했듯이, PC는 다문화주의의 기치 아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걸 바로잡으려는 운동 또는 그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다.
PC의 본고장이라 할 미국에선 이 운동이 처음 선을 보인 1980년대 초만 해도 잠깐 반짝했다가 곧 사라질 일시적인 유행쯤으로 가볍게 여긴 사람이 많았다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는 게 판명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PC는 곧 미국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서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데, 대체적으로 공화당은 반대, 민주당은 찬성을 하면서 ‘문화 전쟁Culture War‘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주요 동인이 되었다.
‘PC충‘이 인터넷 유행어가 되었다는 건 미국의 ‘문화 전쟁‘이 드디어 한국에도 상륙한 건 물론 대중의 일상적 삶에 파고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2022년 대선에서 발생한 ‘이대남 논쟁과 논란‘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진행되는 PC 논쟁은 미국의 그것과 비교해 이른바 ‘문화 지체cultural lag‘ 로 인해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걸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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