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론의 의의


범죄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하고 유한 행위‘를 
의미한다. 범죄는 행위이며, 형벌 역시 행위를 매개로 
하여 인간행위자에게 부과된다. 따라서 범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인간의 행동의 행위성(Handlungsqualitat)이 
존재하여야 한다.

범죄성립의 제 단계, 즉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은 
이 행위의 술어 내지 속성인 것이다. 그래서 행위는
범죄성립요건론(=범죄론) 체계의 최상위의 개념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행위론은 인간 행위의 일반적 인식을 토대로 하여 
그행위이해와 범죄론 체계와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분야로서, 일정한 방법론 위에서 범죄의 모든 발생형태를 
포괄하는 행위개념을 모색한다. 

과실범, 작위행위론이 다루는 행위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성요건해당성 · 위법성 ·책임을 술어로 하는 
주어로서의 실체인 행위로서, 이는 구성요건해당성의 
이전단계에서의 행위이다(전(前)구성요건적 행위‘). 

행위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간의 행동거지는 
행위가 아니며, 이 비행위를 행위에서 배제하는 기준의 
제시 역시 행위론의 문제가 된다. 행위의 개념을 둘러싸고 
자연과학)주의적 행위론(인과적 행위론), 목적론적 행위론
(목적적 행위론), 그리고 다양한 단서에서 출발하는 사회적 행위론이 모색되었다.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를 ‘의사에 기하여 외부세계에 
야기된 인과과정‘으로 본다. 이는 ① Kant적 인식, 
즉 인과법칙이 지배하는 자연계와 자유의 법칙이 지배하는 인간의 예지계를 구분하고, 자연인과의법칙에 따라 
운행되는 자연계와는 달리 인간의 예지계에서는 인간의 
의사에 기한 행위에 의하여 자연에 없던 인과연쇄를 
새로이 야기함으로써 외부세계에 변화를 가져 온다는 
인식과, ② 이와 같이 인간에 의하여 야기된 인과과정이야말로 자연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에 터잡고 있다. 이로써 인과적행위론은 "인간의 의사에 의하여 
비롯되고 외부세계에 변화를 초래한 인간의 움직임"을 
‘행위‘로서 파악한다. 인과적 행위론의 대표자인 Liszt는 
행위를 유의적 거동에 의한 외계의 변화"라고 하였다.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를 ‘유의성을 갖는 일정한 거동‘으로 
보는 데 특징이있다. 이로써 그것이 ‘인간‘ 행위임을(유의성), 그리고 인간의 ‘행위‘임을(거동성) 확인한다. 여기서 
행위는 일정한 목적표상(예컨대 결과)을 실현하는 인간의 
움직임으로 파악되지 않고, 목적 표상을 실현하는 제 조건을 설정하는 인간의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갑이 A를 칼로 찔러서 살해하는 행위를, 갑의 A에 
대한유의적인 출혈야기(=사망의 조건설정)로 본다. 
갑의 행위가 인간의 인과과정의야기로 환원되고 있으며, 
그 의미를 결정하는 요소인 의사의 내용(살인의 의도)은
행위의 차원에서는 고려되지 않고, 후에 범죄성립을 
검토하는 ‘책임‘의 단계에서고려된다(고의책임을 지울 
것인가 과실책임을 지을 것인가).

인과적 행위론에 대한 비판

인과적 행위론은 유의성과 거동성을 행위요소로 보고 
의사를 행위에 대한 인과과정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된다.

(i) 인과적 행위론은 유의성에 입각한 거동을 행위로 
보기 때문에 행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인간 행위의 의미는 유의성에 기한 인과적 조건의 설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과정의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 즉 행위자의 목적표상과의 관련에서 나온다. 갑이 A를 
마구 때려 많은 피를 흘리게 한행위가 살인미수행위인가 
상해행위인가, 폭행(치상)행위인가는 행위자의 의사방향을 도외시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 미수에서 의사의 내용이 
필수적 요소라면 결과가 발생한 기수에서도 그것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ⅱ)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의 요소로서 거동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거동성이없는 부작위를 행위로 볼 수 없게 된다. 
부작위의 본질은 기대되는 의사형성을하지 않아서 
기대되는 인과과정을 야기하지 않은 데 있다. 
따라서 작위는 갖추고있으나 부작위는 갖추고 있지 않은 
거동성은 양자에 공통되는 상위개념의 요소가 될 수 없다. 

(ⅲ)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와 의미있는 연관이 없는 
결과에 연결되는 거동까지도 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어 한계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인과적 행위론은 후술할 목적적 행위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간행위에 관한자연적 이해로 여겨져서 별다른 명칭도 
없이 통용되어 왔다. 목적적 행위론이 자신의 이론과 구별할 목적으로 이전의 행위관에 대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 ‘인과적행위론‘이다. 인과적 행위론자들은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나름의 대응을 하였으나 설득력 있는 옹호론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목적적 행위론은 인간의 행위를 목적론적으로 파악한다. 
즉 행위는 행위자가 목적을 선취하고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인과과정을 지배조종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Aristoteles의 목적론적 사유방식, 사고심리학
(Denkpsychologie), 현상학 특히 Nicolai Hartmann의 
윤리학에 토대를 두고 Hans Welzel이 구상한 이론이다.

(i) 목적적 행위론은 행위를 인간의 ‘목적실현 활동의 수행‘ 이라고 본다. 인간은 인과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자신의 활동이 가져올 결과를 일정 범위에서 예견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인과과정을 지배 조종한다. 1목적적 행위론은 행위가 야기하는 인과성을 전제하고, 맹목적으로 전개되는 인과과정의 눈을 뜨게 하여 목적한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고 본다. 목적적 행위조종은 두 단계로 실행된다. 제1단계에서는 행위자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을 선택하며 목표달성과 결합된 부수적 효과를 고려하고, 제2단계로 행위자는 그의 행위를 현실세계에 실현시킨다. 이와 같이 목적적 조종에 의하여 실현된 결과만이 목적적으로 초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행위의 목적성은 행위자가 설정한 목적의 실현의사라고 할 수 있다.

(ii) 목적적 행위론에서 고의는 구성요건의 실현의사를 
의미하므로 ‘목적성‘과 ‘고의‘는 동일시된다. 
고의는 구성요건 실현을 위한 목적적 행위의사(finalerHandlungswille)로서 행위의 목적적 요소가 되며, 행위는 
이 고의의 목적적 실현이다. 이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목적적) 요소를 갖는 행위를 구성요건에 포섭함에 
있어서 양자를 공히 고려하지 않고 고의를 구성요건요소가 아니라 책임요소로 보는 것은 구성요건의 온전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목적적 행위론에서 고의는 책임요소가 
아니라 구성요건요소(‘주관적‘ 구성요건요소)가 된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불법‘이라고 한다면 
그 행위의 핵심적 내용을 이루고있는 고의는 마땅히 
주관적 불법요소가 된다. 

(iii) 목적적 행위론은 과실행위도 행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이론구성에서는 변화가 있었다. Welzel은 
처음에는 과실범에서의 결과는 목적적으로 실현된 것이 
아니라 맹목적 · 인과적으로 발생한 것이지만, 이는 
목적적 행위를 통하여 회피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고의범과 과실범은 이 점에서 행위로서의 공통요소를 
갖는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Niese는 이 목적성은 
현실적으로 존재한 목적성이 아니라 잠재적인 상태에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이 과실행위를 목적적 행
위로 만들 수는 없다고 비판하고, 과실행위에는 목적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승인되지 않는 일정한 
결과의 야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 비판에 대하여 
Welzel은 과실행위에서 본질적인 요소는 결과가 아니라 
‘행위 수행의 태양‘, 즉 주의의무 위반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과실범의 구성요건은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주의를 위반한 행위수행을 대상으로 한다. 목적적 행위론은 과실행위도 
목적적 행위이지만 그것은 형법상 의미있는 결과에 대한 
목적적 조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목적적 행위론이 행위론으로서의 기능을 
충족하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i) 목적적 행위론은 행위의 존재론적 구조를 해명함으로써 인과적 행위론의 자연주의적 행위개념을 극복하려는 데 
의의가 있었다. 행위의 존재론적 구조로서의 행위의 
목적성은 행위의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로서, 입법자 자신도 제약하는 행위의 ‘사물논리구조‘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의존재론적 구조 요소로서의 ‘목적성‘이 어느 순간 행위자의 심리적 의사(고의)로둔갑하였다. 
이리하여 목적적 행위론은, 인과적 행위론의 ‘인과성‘과 
마찬가지로,그 자신이 피하려고 했던 자연주의적 요소
(‘심리적 의사‘)를 행위개념 속에 온존시킴으로써, 
이른바 자연주의적 목적독단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iⅱ)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면 행위의사는 인과적 과정을 
지배조종하는 인자이다. 그러나 인간의 일상적 삶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인과과정을 의식적으로 
지배 조종하는 경우는 오히려 적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 
이해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념형적 이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목적적 행위론의 난점은 과실행위의 
이해에서도 나타난다. 목적적 행위론자들이 과실을 목적적 행위로 보리는 시도를 하였지만 설득력은 없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결과범인 과실범의 경우 그 결과의 발생이 
행위자의 과실행위의 인과적 결과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 ‘목적‘ 지배조종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목적적 조종은 행위목표와의 관계에서만 목적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Welzel이 지적하는 행위조종의
 ‘부주의‘는 행위의 목적성의 요소가 될 수 없다. 
결국 목적적 행위론은 고의범과 과실범의 공통적인 행위개념을 얻는 데 실패하였다.

(iⅲ) 목적적 행위론은 부작위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Welzel은 잠재적 목적성의 개념으로 부작위의 행위성을 
설명한다. 즉 구체적으로 가능한 잠재적 · 목적적 행위지배가 무위( Nichtstun)를 부작위로 만들며, 부작위의 구성적 
요소는 잠재적 • 목적적 행위지배이므로 부작위에는 
현실적 의사활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의사활동
(möglicher Willensakt)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부작위에는 목적성의 실현을 위한 ‘인과과정의 지배조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인과적 지식을 통한 예견과 그에 
입각한, 기왕에 진행되는 인과과정에대한 방치가 있을 
뿐이며, 나아가 망각범과 같은 경우에는 고의 또는 
인과과정의 지배로 볼 만한 아무런 심적·물적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행위기대의 위배를목적적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목적적 행위론은 부작위범을 포섭할 수있는 상위개념으로서의 행위개념을 정립하지 못하였다.

사회적 행위론은 종래의 행위론이 행위개념이 가져야 
할 형법학상의 기능에부응하는 행위개념을 얻는 데 
실패하였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행위개념을 
모색하였다.

사회적 행위론은 하나의 통일된 행위론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자에 따라그 내용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행위론은 객관적 행위경향에 중점을 두는 
견해(Eb, Schmidt, K. Engisch, Maihofer)와 주관적 목표설정을 중시하는 견해(Jescheck, Wessels) 및 행위의 
인격적 구조를 중요시하는 견해 (Arthur Kaufmann,
E.A. Wolff)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론은 
모두 행위개념의 공통된 기준으로 사회성 또는 사회적 
중요성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Maihofer의 사회적 행위론에서도 사회성의 개념에는 
목적적 요소가 중요한역할을 한다. 그러나 Maihofer가 
말하는 목적성의 의미는 Welzel의 그것과 구별하여야 한다.

Welzel에 있어서 목적성은 주관적 목적성을 의미하지만 
Maihofer의 목적성은 객관적 목적성을 말한다. 
행위의 사회적 의미는 행위자의 주관을 파악함으로써가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 섬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은 타인의 관점에 설 수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며, 
이로써 자신의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의 행위를 
사회적 의미체로 지배형성할 수 있다. 

한편 Welzel이 목적성을 현실적 목적성으로 본 데 비하여 
Maihofer는 이를 잠재적 목적성으로 보았다. 행위의 
결과는 현실적으로 목적한 범위 외에서도 발생한다. 
따라서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란 현재 적목적성의 범위 
내가 아니라 ‘잠재적 목적성‘의 범위 내에 있다. 이 잠재적 
목적성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 ‘사회적으로 잘못된 
성취물‘ (soziale Fehlleistung)로서 행위자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Maihofer는 행위란 "객관적으로 예견가능한 사회적 
결과에 대한 객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일체의 행태"라고 
정의하고, 행위개념이 지적으로는 행위결과에 대한 
객관적 예견가능성에 의하여, 의지적으로는 인간에 의한 
행위의 객관적 지배가능성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Maihofer는 이러한 착상을 토대로 일반귀속론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① 행위에는 ‘인간으로서 가능한 것‘이 
귀속되며, ② 위법성은 ‘일반인으로서 가능한 것에 대한 
귀속판단이며, ③ 책임은 ‘행위자‘로서 가능한 것에 대한 
귀속판단이다. 범죄성립의 각 단계를 이렇게 귀속의 
시각에서 재구성함으로써 범죄성립의 제 평가단계의 
성격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시각에서 
볼때 행위에는 무릇 인간으로서 행할 수 있는 행동과 
그 결과가 귀속된다. 그리고 이러한 귀속은 행위자의 
주관은 고려하지 않는 객관적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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