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부행위제한규정의 입법취지
판례에 의하면 공직선거법 제113조에서 후보자와 그 배우자로 하여금 선거 전 일정 기간(기부행위제한기간) 내에 당해 선거에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취지는, 그러한 기부행위가 후보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에기여하거나 매수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허용할 경우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 · 식견 및 정책 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데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같은 법 제 112조 제1항(1호) 소정의 기부행위에 대한 해석에서 이러한 입법취지를 주돠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2) 금권선거의 현실과 처벌필요성의 강조
우리의 금권선거현장의 모습을 보면 다수의견이 언급하고 있듯이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곧바로 유권자에게 금품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후보자 등이 선거사무관계자에게 금품을 주면 그것이 몇 개의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범위를 확대하여 다수의 최종유권자들에게 널리 분배되고 그 과정에서전부 또는 일부 금품이 유용되기도 하는바, 이러한 모든 과정을제대로 밝혀 내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을감안하여 다수의견은 금품을 최종적으로 받아 가질 사람에 대하여 주는 것만을 처벌의 대상으로 한다면 금권선거를 근절시키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중간단계에서 주는 경우에도 그것이 포착된다면 이를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권선거에 대한 처벌필요성의 절박함을 토로하는 다수의견의 이러한 태도에는 우리 선거문화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탄식이 배여 있는가 하면, 반면에 부정한선거사범에 대한 형법적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내재해 있음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3)범죄투쟁과 ‘제공‘개념에 관한 해석론의 연계
나아가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취지와 태도에 입각하여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소저의 ‘제공‘개념의 의미범위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즉 여기서 ‘제공‘이라는 말의 의미를, 반드시 금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만을 뜻하는 것으로 한정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간자에게 금품을 주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중간자가 단순한 보관자이거나 특정인에게 특정금품을 전달하기 위하여 심부름을 하는 사자에 불과한 자가 아니고 그에게 금품배분의 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는 한 비록 그에게 귀속될부분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에게 금품을 주는 것이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제공‘에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볼 때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논거들의 언저리에는 금권선거의 근절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그에 따른 선거범죄와의 투쟁강화, 그리고 이를 위한 형벌법규의 탄력적 해석과 적용이라는 연결관계가 유지되고 있음이 감지된다.
반대의견의 논지
(1) ‘제공‘개념에 관한 해석론
1)제공 개념의 의미의 차이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제공‘의 의미를 일반적으로 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건네주어 이를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어떠한 이익을 상대방에게 귀속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풀이하는 다수의견과는 달리, 반대의견은 같은 법조항 제1호 소정의 ‘제공‘이란 금전 등 물품을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즉 다수의견은 제품의 개념 속에 교부의 요소를 포함한다고 해석하지만, 반대의견은 제공의 개념과 교부의 개념을 구분하고 있다.
2) ‘제공‘과 ‘교부‘의 구분
반대의견은 ‘제공‘은 ‘가지거나 누리도록 주는 것‘을 의미하여 단순히 ‘내주는 일‘을 의미하는 ‘교부와는 그 사전적 의미도 다를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제46조, 제81조 제6항, 제89조의2제2항, 제97조제1항, 제2항, 제118조 제1호, 제119조 제3항 등은 ‘제공‘이라는 용어와 단순한 ‘교부‘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교부행위는 같은 법조항 제1호의 ‘제공‘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다고 한다. 따라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또는 그 배우자가 금전 등 물품을 제3자에게 전달하여달라는 용도로 선거사무원 등 상대방에게 교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이러한 기부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공모자 사이의 준비행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2) 죄형법정원칙에 따른 엄격해석
물론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제공‘의 의미를 다수의견과 같이 풀이한다면,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유권자매수를 위하여 선거운동원에게 ‘유권자에게 나누어 주라‘고 금원을 교부하는 거의 모든 경우를 위 규정위반으로 쉽게 처벌할 수있을 것이기 때문에 금권선거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에는 잘 부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중간자에 대한금품의 교부행위를 기부행위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기부행위금지 • 제한규정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함에있어 죄형법정원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인권보장기능과 이를 담보하기 위한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기준으로서 작용하고 있는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 반대의견의 지적이다.
다시 말해 다수의견과 같이 선거사무원에 대한 금전교부 행위를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형벌법규에 관한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법률해석이 된다는 것이다.
1. 논지의 정리이상에서 살펴본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논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직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제공‘개념의 이해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제공‘이라는 문언의 의미와 관련하여 볼 때, 반대의견은 이를 금전 등 물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제공을 교부와 구분하고있는 반면, 다수의견은 이러한 의미를 포함하여 널리 물건 등을상대방에게 건네주어 이를 사용 또는 처분할 수 있게 하는 것을뜻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즉 다수의견은 제공의 개념을 교부의개념까지도 포함하는 상대적으로 넓은 개념으로 이해한다.
(2) 해석의 기준
‘제공‘이라는 문언에 대한 이러한 해석의 차이에는 양자가 주된 것으로 원용하는 해석의 기준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다수의견은 법률이나 법규의 입법취지 또는 입법목적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객관적 해석방법 또는 목적론적 해석의 중시)이를 금권선거의 실상이나 현실에 비추어 봄으로써 결과적으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태도에는 언제나 법률문언의 의미를 넘어서서 법창조를 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내재해 있다.
이러한 태도를 일면적으로관철시키게 되면 문언에 대한 해석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게되어 해석과 입법의 한계가 불분명하게 된다. 이 점은 입법의 불비를 꼬집으면서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반대의견의 논지에서도 잘나타나고 있다. 반면 반대의견은 문언의 통상적인 표현방법 또는 문리해석을 중시하고 있다. 주로 법률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매달리는 이러한 해석방법을 일면적으로 고수하게 되면 입법의 취지나 목적 등을 소홀히 다루게 됨으로써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이나 새로운 범죄양상에 역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흠이 있다.
그런데 위 판결의 요지에도 나타나 있듯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모두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원용함으로써 이를 해석의 형식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다수의견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범위 안에서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른 해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즉 죄형법정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목적론적 (확장)해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반대의견 역시 그 나름대로 "법률용어의 통상적 의미를 원용하면서 다수의견의 태도는 이러한 법률용어의 통상적인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 즉 죄형법정원칙에 위배되는 유추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양자는 모두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문언의 가능한 의미) 라는 형식적 기준을 해석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그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문언의 가능한 의미
그렇다면 이러한 사정하에서 중요한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성질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해석과 유추, 달리 표현하면 형법상 허용된 목적론적 해석과 금지된 유추해석을 구분함에 있어 그것의 유용성도 아울러 드러나게 될 것이다.
(1) 기준의 모호성
일반적으로 ‘문언의 가능한 의미‘는 형법상 해석과 유추를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즉 법률문언의 의미가 이것의 범위 내에서 파악되면 허용되는 해석이고 이것의 범위를 넘어서서 파악되면 금지된 유추가 된다.
그러나 어떤 것이 ‘문언의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위 다수의견과반대의견의 태도에서도 보았듯이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해석을 통한 법발견 또는 법창조의 기준으로서 이 용어가갖는 성격은 대단히 모호하다고 하겠다.
(2) 용어상의 문제
따라서 이 기준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형식적 기준으로서 (목적론적 해석과 유추는 일치하므로) 해석과 유추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 (W. Sax), 그 기준으로는 해석과 유추를 구분할 수 없고 유추는 모든 해석에 내재하는 필연적인 논리적 구조이기 때문에양자의 구별이란 단지 허용되는 유추와 허용되지 않는 유추를구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 (Arthur Kaufmann), 유추와 해석은구분할 수 없으며 양자는 법해석 이전에 확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과정에서 해석자의 반성적 성찰에 의해 확인될 수밖에없다는 견해 (W. Hassemer) 등과 같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라는기준이 무용함을 주장하는 견해들이 있는가 하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문의) 일상적인 의미내용‘으로 이해하면서 죄형법정원칙의 헌법적 요청과 형법의 일반예방적 기능에 비추어 이기준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견해(C. Roxin)도 있다.
따라서 이 견해에 따른다면 해석과 유추는 구분할 수 없는 것이 되며, 양자를허용되는 유추와 허용되지 않는 유추라는 개념으로 대체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용어상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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