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대학에서 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의 하나인 필자로서도 늘 되물을 수밖에 없는 물음이다. 민주적법치국가의 틀을 어느 정도 완벽하게 갖춘 나라에서도 법이란 이현령비현령이라는 불만이 흘러나오곤 한다. 
아마도 법이 무엇인가를놓고 씨름해 본 사람이라면 우리가 법이라고 부르고 말하는 것만에 이러한 암영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암영은 어떤 
특정한 법영역에만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법영역에 깃들어 있다. 또한 이것은 비단 입법의 과정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법 해석과 적용의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형법 역시 이러한 그늘을 피해갈 수 없고, 형법해석 또한 
그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서의
‘제공‘의 의미와 죄형법정원칙

대상판례 대판 2002.2.21, 2001도2819 전원합의체

[사건개요] 

甲(피고인)은 2000. 4. 13. 실시된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지역구에 H당 후보자로 출마하여 
당선된 A의 배우자로서 후보자의 배우자는 기부행위
제한기간 중 당해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기부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2000.4, 10. A의 
선거사무실에서 선거사무원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600만 원을 주고, 2000. 4.11. 운행중인 운전의프린스 
승용차 안에서 에게 300만 원을 주고, 2000. 4. 11. 
위 선거사무실에서 Z에게 400만 원을 주고, 2000, 4. 12. 
위 선거사무실 부근을 운행중인 승용차 안에서 에게 
400만 원을 주는 등 4회에 걸쳐서 Z에게 유권자 
제공용으로 합계 1,700만 원을 주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상의 기부행위제한의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되었다.

[판결요지]

후보자의 배우자와 선거사무원 사이의 현금수수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특정의 선거인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선거사무원에게 단순히 보관시키거나 돈 심부름을 시킨 
것이 아니라 그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의선거인들을 
매수하여 지지표를 확보하는 등의 부정한 선거운동에 
사용하도록 제공한 것으로서「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를 들어 기부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 내지 예비 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수의견은 甲이 국회의원선거 후보자의 배우자로서 
선거사무원 乙에게 유권자 제공용으로 금전을 주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그러한 甲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113조, 제112조 제1항 제1호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았다. 

즉 다수의견은 위 사안에서 甲과 乙 사이의 현금수수는 
乙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의 선거인들을 매수하여 
지지표를 확보하는 등의 부정한 선거운동에 사용하도록 
제공한 것으로서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제공‘의 의미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라 함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금품이나 재산상의이익 등을 제공하는 행위나 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하며, 
여기서 상대방이라 함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같은 법 제112조 제1항)로서 선거운동원이든 정당원이든 묻지 않으며 선거권이 없는 자나 미성년자라도 상관없다.

그런데 위조항의 기부행위란 같은 조항 제1호 내지 
제11호의 행위를 포괄하여 지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기부행위란 이들 행위의 유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가운데서 위 사안과 관련하여 직접적으로문제가 되고 
있는 규정은 같은 조항 제1호이며, 이로써 후보자의 배우자
(甲)가 선거사무원(乙)에게 유권자 제공용으로 금전을 
준 것이 같은 호 소정의 ‘제공‘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의미론상 문제된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사전적 의미에서 ‘제공‘이라 함은 
‘바치어 이바지함‘, ‘쓰라고 춤‘을 뜻하는 말로서 
일반적으로 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건네주어 이를 사용내지 처분할 수 있게 하는것을 말하고, 반드시 어떠한 이익을 
상대방에게 귀속시켜야 한다는 뜻이 내포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제공‘이라는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범위 안에서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른 목적론적 
해석을 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원칙이 경계하는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2) 위 해석론에 고려된 요소들

위 대상판례를 면밀하게 검토해볼 경우, 다수의견이 위와
같은 해석론을 전개한 논증과정에는 기부행위제한규정의 
입법취지와 금권선거의 실상 및 그에 대한 처벌필요성과 
투쟁의 강화등이 그 주된 요소로 고려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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