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행동을 하였을 때에 실정법 위반으로 그 법의 제재를 받는 것을 영광으로 받아드리고 일반인들도 그 실정법 위반자를 찬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에 그 실정법 위반자의 행동을 규율하는 법은 과연 무슨 법인가? 단순한 양심에 의한 행동을 넘어서 그 실정법 위반자의행동의 근거가 된 법이 있을 것이다. 그 실정법 위반자에게는 국가가 제정한실정법이 그가 지키고 따라야할 법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따르고 지켜야 할 것으로 확신한 법이 실정법이외에 별도로 존재한다. 그 법이 사물의 이치,자연의 이치에 합치된다면 실정법보다는 바로 그 법을 따라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한 실정법외의 법이 존재함을 부인할 수가 없다.
실정법은 개별 국가의 법으로서 그 국가와 그 시대의 특수성이 반영된 법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이상적인 실정법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법이라하면 특정한 국가의 특수성을 반영한 질서유지의 강제규범을 말한다. 그러한 특정국가의 법은 인류보편의 가치를 담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적지 아니하다. 실정법 이외에 보다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법질서가 존재함이 분명하다. 인간의 평등, 천부인권, 법치주의, 삼권분립 등의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법제도들은 실정법 이전에 사유되었던 자연의 理, 사물의 이치를 실정법으로 제정법화한 것이다.
실정법 질서가 잘정비되고 완비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이 하고는 있지만 제정법화되지아니한 인류보편의 가치와 제도가 있다. 그러한 인류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그러한 인류보편의 가치가 지배하는 그러한 법질서, 실정법을 이끌어가는지침이 되는 법의 세계가 존재한다. 바로 그러한 법, 실정법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법이 자연법 (Naturrecht, law of nature)이며, 그러한 법질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더욱더 실정법이 아무리 이상적으로 정비된다 하더라도 그실정법을 이끌어 가는 자연법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연법은 자연의 이치, 사물의 본성, 인간의 선한 본성에 기초한 법이다.그러나 실정법은 국가의 의사와 의지에 의하여 강행하기로 결정된 법이다. 자연법은 실정법 위에 존재하기도 하고, 실정법으로 전환되어 실정법에 하기도 한다. 자연법 중에서는 영구불변의 법도 있고 시대정신의 변천에 따라서변화하는 자연법도 있다. 자연법은 인간의 본성이고 사물의 이치이기 때문에 국가의 강제력에 의하지 아니하고서도 당연히 지켜야하고 지켜지는 법이다.
이러한 자연법은 인간의 내면을 움직여 시행되는 법이다. 그러나 실정법은 반드시 자연의 이치, 사물의 본성, 인간의 본성에 부합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지만 국가의 강제력에 의하여야 시행되는 법이다. 실정법은 자신이 아닌 그 누군가의 강행 내지 강제에 의하여 시행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자연법은 인간내면에 호소에 의하여 시행되는 법인데 반하여, 실정법은 인간내면 이외의 외적 주체의 강제에 의하여 효력을 갖는 법이다.
자연법은 사물의 이치이기 때문에 자연법에는 악법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정법에는 그 실정법 제정의 주체가 악하면 학법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자연법과 실정법은 별개의 법이지만 완전히 별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관련 항상 갖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 있다. 자연법은 그 스스로 존재할 수 있으나 실정법은 그 스스로 존재하지 못한다.
자연법은 인간의 내면에 호소하기 때문에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정법은 그 누군가의 제정주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실정법은 자연법의 벽을 받았을 때에 국가의 강제력이외에도 인간의 내면에 호소할 수 있고 더욱더 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실정법은 자연법의 조명과 지도로 발전되어 왔다. 그리하여 오늘날은 실정법만으로 법을 구성할 수 있는 것처럼 의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정법은 자연법의 조명과 지도를 받아야 발전하는 것이다.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 (Ubisocietasibi ius), "법은 善과 형평의 기술이다"(ars boni er acquit Das Recht ist die Kunst des Guten und Gerechten) 라고 했을 때의 그 법은 실정법이라기 보다는 자연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더 타당하다.
이러한 법언(Rechtssprichwort)에 미루어 보면 법의 시작은 자연법부터라고 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연법이란 실정법보다는 고차원적이고, 실정법 위에서 실정법을 이끌어 가는 법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은 실정법의 제정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지고,최상위의 실정법이고 국가의 기본적인 구조에 관한 법인 헌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위헌법률심판제도를 두어 실정법이 헌법적 가치를 위반하지 못하도록 하여 실정법의 내용이 자연법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두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실정법의 자연법적인 내용으로의구성을 도모하는 제도들을 두고 있다는 것은 실정법 위에 또다른 법의 세계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법의 세계가 자연법의 세계라 할수 있다.
이처럼 자연법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법이며, 실정법의 시원이며,가장 보편적인 가치질서이며, 자연법의 실정법화가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지만, 그 실정법화는 영구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법은 연구의 가치가 있고 또한 필요한 것이다. 자연법의 가치는 실정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질서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자연법의 연구는 영원히 필요하고 또한 요청되는 것이다.
로마제국은 스토아철학에 의하여 자연법적으로 로마법이 발전한 후에 다시 더욱더 인류보편의 가치를 담은 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되었다. 그것이 바로 로마제국의 기독교 공인과 기독교의 국교화 였다. 기독교의 도덕신학(Moralthcologie)의 영향으로 로마법은 더욱더둔화되어 갔으며, 중세의 교부철학자에 의하여 법에 관하여는 法(lexacterna)인 神法(lex divina),自然法(lex naturalis), 人定法(lex humana)으로 체계화되고, 로마법을 기초로 한 교회법이 발전하여 중세에는 철학은 그렇게 발전하지 못하였지만 신학과 법학, 그 중에서도 로마법의 자연법화가 크게 진전되었다.
로마법이 중세를 거치면서 자연법에 입각하여 연구되고 보충된 결과로 더욱더 자연법화되어 근세에 이르러서는 로마법을 쓰여진 이성(ratio scripta)으로인정되게 되었다. 중세에 활약하였던 자연법론자들로서는 대표적으로 교부철학자였던 아우구스티누스(AD 354-430)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von Aquin:1225-1274) 를 들 수 있다.
중세의 교부철학자들이자 자연법론자들은 자연법을 신법과 달리 이해한것이 아니라, 영구불변하는 자연법은 인간의 이성으로 다 파악할 수 없으며, 인간이 이성으로 이해하고 파악한 신법을 자연법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므로 중세의 법체계는 신법, 자연법, 인정법의 위계질서로 구성되어 있는 체계가 아니라 신법과 자연법은 동일한 법이지만 인간의 이성에 의하여 파악된 신법을 자연법으로 이해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인정법인 실정법은 자연법을 위반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중세에 자연법의 법이론이 크게 발달하였으며, 서양중세의 자연법은 인간에 의하여 파악된 신의 질서였다. 따라서 고대와 중세의자연법은 실정법 위에 존재하고 실정법은 자연법을 위반할 수 없고 따라야만하는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질서 내지 신의 질서였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중세의 신의 지배의 시대를 벗어나 이성을 발견하고 이성이 이 현상세계를 이끌어가는 인간을 계몽하고 사회를 밝혀 나간 시대였다. 그리하여 자연법도 신의 법에서 인간의 이성의 법(Vernunfirecht)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근세에 인간은 이성을 가진 고귀한 존재로 인정됨으로서 인간은 평등하고, 인간은 하늘이 준 천부인권을 누리게 되는 인간중심의 세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성의 질서의 법인 근대의 자연법은근대 절대왕정에서 국왕이 만든 실정법과는 다른 법체계였다. 이성의 질서는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질서였으며 국왕에 의한 자의적인 질서가 아니었다.
그 결과 근세의 자연법은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하게 되었다. 자연법론에의하여 천부인권이 인정되고, 자연상태를 파괴하고자 하는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저항권 이론이주장되고 그것이 구체적인 근대혁명으로 나타났다.
그리하여 근세의 자연법론은 그 내용도 넓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내용으로 확대되고 또한 자연법사상은 구체적인 제도로 또 혁명으로 실천되었다.
이러한 자연법의 영향으로 로마법은 근대에 이르러서는 쓰여진 이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그 쓰여진 이성은 자연법으로서만 존재하여야할 것이 아니라 실정법으로 제정되어 근대국가의 시민들의 천부적인 권리들을 실정법상의 권리로 확실하게 보호하게 할 것이 요청되었다. 그 결과 자연법사상 내지 자연법론에 입각하여 1794년에는 프로이센 一般州法(ALE: 1794), 프랑스 법전(C.C.: 1804), 오스트리아 민법전(ABGE: 1811) 이 제정되었다.
이렇게 근대 민법전이 자연법에 입각하여 제정됨으로써 자연법의 실정법화의 대과업이 이루어졌다. 그리스시대로부터 생성하여 발전되어 온 자연법론은 근대민법전의 제정으로 그 역할을 다하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제정된 민법전의 내용에 관한 해석과 체계화의 길로 법학의 길이 대전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법실증주의 (Rechtspositivismus)의 대두에 의한 자연법 중심의법학에서 실정법 중심으로의 법학의 변천이었다. 이러한 법실증주의의 대두는자연법의 약화를 초래하였다.
그러나 자연법이 약화되고 법실증주의에 의한 법발전의 도모는 법의 체계화, 법의 해석, 법적안정성 등에는 크게 기여하였지만, 반인륜적인 국가권력자의 등장으로 악법인 실정법의 제정과 시행에 의한 인간서의 파괴로의 인간사회의 혼돈을 초래하고, 그 악법들인 실정법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반인륜적인 실정법인 악법에 대한 그 정당성의 인정은 자연법론에서는 인정될 수 없었으며, 또한 자연법론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자연법이 재생(Wiederbelebung des Naturrechts)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나치몰락 후의 자연법의 부활(Renaissance des Naturrechts)이었다.
자연법의 역사를 통해서 자연법이 어떠한 법인가에 관하여 살펴보면, 자연법은 그 내용이 역사의 진행에 따라서 확장되어 왔으며,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성격으로 변하여 왔다고 이해된다. 그러나통하여 살펴볼 때에를일반적으로 자연법의 특질로서는, 첫째로 자연법은 불변적이며 (unwandelbar),모든 시대와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유효하며(allgemeingultig), 둘째로 자연법은 이성(Vernunft)에 의하여 인식가능하며 (erkennbar), 셋째로 자연법은 실정법의 척도가 될 뿐만 아니라 실정법이 자연법에 반할 때에는 그 실정법을대체하는 효력을 발생한다.
이와 같이 자연법은 2가지의 기능을 갖고 있다. 즉, 하나는 현존 실정법질서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능과, 다른 하나는 현존실정법을 수정하고 흠결에 대해서는 이를 보충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와 같이 자연법은 그리스 철학을 사상적 기초로 하여 배태되고 스토아철학에서 구체적, 학문적으로 주장되고, 로마의 고전시대에 법학자들의 구체적인 학설로써 구체적인 법으로 정립되고, 중세의 신학과 교회법과 교부철학에 의하여 더욱 심화 발전하고, 근대에 와서는 인간이성에 의하여 발전 · 정리되어 근대민법전으로 실정법화됨으로써 그 본래의 셋을 다하였다. 그 후에 법실증주의가 강하게 주장되어 악법인 실정법도 법으로 인정하는 불행을 초래하였으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다시 자연법이 대두되게 되었다. 오늘날은 법실증주의가 대세를 이루는 법학의 시대이지만 자연법에 의하여 실정법의 발전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법정책 내지 법사상으로서 자연법론은 여전히 그 생명을 유지하면서 그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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