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성실의 원칙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1조 2항). 민사소송절차뿐만 아니라 민사집행절차와 보전처분절차에도 신의칙이 적용된다. 신의칙에 위반되는 소송행위는 법원에 의하여 배척 (예컨대, 신의칙을 위반하여 제기된 소는 각하)되거나 그 자체로 무효가 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있다. 일반적으로 신의칙의 발현형태는 네 가지 (소송상태의 부담형성,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거동, 소권의 실효 소권의 남용)로 나뉘어 설명된다.
민사소송절차에 신의칙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불확정개념의 도입으로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점과 일반조항으로 안이하게 도피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반론이 없었던 것은아니다. 그러나 신의칙은 법의 보편적 가치이자 원칙으로서 민사소송에서도 인정되는 원칙이다. 민사소송법은 1990년 개정으로 신의칙이 민사소송에서도 적용됨을 명문으로 규정하였고, 민사집행법은 민사집행 및 보전처분의 절차에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민사집행법 23조) 이들 절차에도 신의칙이 적용되도록 규정하였다.
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21760 판결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경우 이에 위반하여 제기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고, 또한 권리의 행사와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계약법뿐아니라 모든 법률관계를 규제, 지배하는 법의 일반원칙으로서 민사소송에서도 당연히 요청된다(민사소송법 제1조는 이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에 위반하여제기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註]민사소송절차에 신의칙이 적용됨을 확인함과 아울러 부제소특약을 위반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소송상태의 부당형성
당사자 한쪽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소송상태나 상대방에게 불리한 소송상태를 만들어 놓고 이를 이용하는 행위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거동(금반언칙)
한쪽 당사자가 과거에 일정 방향의 태도를 취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그 신뢰를 저버리고 종전의 태도와 모순되는 거동을 하는 경우 나중의 거동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84. 10. 23. 선고 84다카855 판결
별소에서 피고의 점유사실을 부인하고 그 취득시효주장을 부인하던 원고가, 본소에서는 도리어 피고의 점유사실을 주장하면서 불법점유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고 있다고 하여도 별소에서의 원고(그 사건의 피고)의 부인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방어방법에 불과하고 피고(그 사건의 원고)의 패소는 자신의 입증부족에 기인한 것이며, 또 문제된 점유기간이 별소에서는 1959. 3. 13. 부터 20년간이었음에 반하여 본소에서는1972. 1. 1.부터 1981. 12. 31.까지로서 서로 일치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본소 제기가 신의칙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다.
[註]전후의 소송행위가 일관되지 않는다고 하여 항상 신의칙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뒤의 소송행위가 진실이고 모순의 정도나 상대방의 불이익의 정도가 크지 않을 경우까지 신의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
소권의 실효
당사자의 일방이 소송상의 권능을 장기간 행사하지 않은 채 방치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그 권능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가 생긴 경우 그 기대에 반한권능의 행사는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6. 7. 30. 선고 94다51840 판결
[1] 실효의 원칙이라 함은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함에 따라 그 의무자인 상대방이 더 이상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경우에 새삼스럽게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항소권과 같은 소송법상의 권리에 대하여도 이러한 원칙은 적용될 수 있다.
[2]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소권의 남용
소송 외적 목적의 추구를 위한 소송상 권능의 행사는 소권의 남용으로서 보호할 가치가 없다.
대법원 1997. 12. 23. 선고 96재다226 판결
재판청구권의 행사도 상대방의 보호 및 사법기능의 확보를 위하여 신의성실의원칙에 의하여 규제된다고 볼 것이므로,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수회에 걸쳐 같은 이유를 들어 재심청구를 기각하였음에도 이미 배척된 이유를 들어 최종 재심판결에 대하여 다시 재심청구를 거듭하는 것은 법률상 이유 없는 청구로 받아들일 수 없음이 명백한데도 계속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상대방을 괴롭히는 결과가되고, 나아가 사법 인력의 불필요한 소모와 사법기능의 혼란과 마비를 조성하는것으로서 소권을 남용하는 것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註]상대방을 괴롭히고 사법인력을 소모하며 사법기능의 혼란 · 마비를 초래하는 소제기는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한 것으로 실무상 자주 문제되는 소권 남용의 사례이다. 이러한 소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그 흠을 보정할 수도 없으므로 무변론 소각하 판결을 할 수 있다(219조).
민사재판권
민사재판권은 민사분쟁 처리하기 위하여 판결, 강제집행, 가압류·가처분 등을 행하는 국가권력을 말한다. 대한민국의 민사재판권은 누구에게 미치고(인적 범위), 어떤 사건에 미칠까(물적 범위). 먼저 인적 범위에 관하여 보면, 민사재판권은국적을 불문하고 국내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미치나 국제법상의 원칙에 따른 예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권면제이다. 다음으로 물적 범위에 관하여 보면,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어느 나라가 재판권을 행사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국제재판관할권의 문제이다.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1]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국가의 사법적 행위까지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라고 할 수 없다.
[2]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1]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원칙에 따라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실질적 관련‘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판결의 실효성과 같은 법원이나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국제재판관할의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는 개별 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성 유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2]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또는 방법으로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제시한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관한 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마련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에는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있다.
민사소송법 제3조 본문은 "사람의 보통재판적은 그의 주소에 따라 정한다."라고정한다. 따라서 당사자의 생활 근거가 되는 곳, 즉 생활관계의 중심적 장소가 토지관할권의 가장 일반적 · 보편적 발생근거라고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조는"소는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원고에게 피고의 주소지 법원에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관할 배분에서 당사자의 공평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소지는 생활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3] 국제재판관할에서 특별관할을 고려하는 것은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국가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11조는 "대한민국에 주소가 없는 사람 또는 주소를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재산권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청구의 목적 또는 담보의 목적이나 압류할 수 있는 피고의 재산이 있는 곳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소 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으면 바로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재산이 우연히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에게 현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가 피고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게 된 경위, 재산의 가액, 원고의 권리구제 필요성과 판결의 실효성 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해야 한다.
[4] 예측가능성은 피고와 법정지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어서 법정지 법원에 소가 제기되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피고가 대한민국에서 생활 기반을 가지고 있거나 재산을 취득하여 경제활동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재산에 관한 소가 제기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5]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도 있다. 지리, 언어, 통신의 편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국제재판관할은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고,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것인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 사이의 실질적 관련성을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에 대한 제조물책임소송에서 손해발생지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제조업자가 손해발생지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그 지역의 법원에 제소될 것임을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제조업자와 손해발생지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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