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집행법의 기본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교재

민사집행은 쉽게 말하여 강제집행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민사집행법 제 1조는 "이 법은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민법 · 상법 그 밖의 법률의 규정에 의한 경매 및 보전처분의 절차를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사집행은 좁은 의미에서는 강제집행,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 민법·상법 그 밖의 법률의 규정에 의한 경매, 즉 형식적 경매 등 세 가지의 절차를 말하고, 넓은 의미에서는 위 세가지와 보전처분의 절차까지 합한 네 가지 절차를 말한다. 네 가지의 절차가 모두 사법상의 권리의 강제적 실현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나, 좁은 의미의 민사집행인 위 세 가지는 권리의 종국적 집행절차임에 대하여, 넓은 의미의 민사집행에 포함되는 보전처분절차는 앞으로의 권리의 종국적 집행에 앞서 행하는 잠정적 집행절차인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또 보전처분 즉 가압류 · 가처분절차는 그 집행절차는 강제집행절차를 준용하지만, 그 명령절차는 소송절차를준용하여 좁은 의미의 민사집행과는 차이가 있다. 실무상 보전처분사건을 위세 가지의 민사집행사건과 구별하여, 민사신청사건이라고도 한다.
요컨대 민사집행은 강제집행,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 형식적 경매 그리고 보전처분 등 산만하고 혼합된 복합구조 (complex)이다. 영역이 광범위한 만큼 사건수도 엄청나고 해결하여야 할 과제도 산적되어 있다.
채무자가 빛을 못 갚을 때 즉 채무불이행일 때 채권자의 해결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개별 채무불이행의 경우는 민법 제390조 이하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모든 채권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은 도산법에 의한 파산절차. 회생절차에 회부하게 되어 있다.
조세 등 공과금 채무불이행이면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절차에 회부한다. 이에 대하여 판결 등 집행권원화한 채무불이행이면 강제집행절차에, 은행 등 담보채무이행이면 담보권실행의 임의경매절차에 각 부친다.
따라서 강제집행과 임의경매를 규율하는 민사집행법은 채무불이행법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I. 강제집행
민사집행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기본절차이며, 민사집행법 제 2편에서 규정한 바로서 집행법 총 312개 조문 가운데 240개 조문(내지)이 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1. 강제집행의 개념
강제집행이란 국가의 공권력으로 집행권원이 된 사법상의 청구권을 강제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절차이다.
(1) 강제집행은 사법상 청구권의 강제적 실현을 위하여 공권력이 동원되는절차이다. 예를 들면 甲이 乙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1,0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패소의 판결이 났음에도 이 무시하고 따르지 아니한다. 이때 甲으로서는 이제 확정판결까지 났으니, 다시 국가의 힘을 빌릴 것 없이甲 자신이나 지지세력이 나서서 판결상의 권리실현을 해도 된다는 자력구제를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력구제(Selbsthilfe)는 이 때에도 법치주의의 원칙상 긴급한 경우(119조)를 제외하고 허용되지 않는다. 그 까닭은 첫째로 甲이 약자라면 자신의 힘에 의하여는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정의의 요청에 반하며, 둘째로 실력에 의한 해결 자체가 권리의 내용에 적합하고 신중한 해결이기 어렵고 새로운 분쟁의 유발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까지 포함하여 망신주기 빚독촉이나 조폭 • 해결사 · 용역업체의 동원 등 힘(완력, 재력, 권력으로 밀어 붙이기의 해결은 원시시대 방불의 반문명이고 사회교란이 된다. 이처럼 원칙적으로 자력구제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대신에, 공권력의 주체인 국가 자신이 직접 나서서 판결 등으로 확정된 권리를 실현해주는 국가구제가 생기게 된 것으로, 이 절차가 강제집행이다.
판결절차나 강제집행절차 모두 법치주의의 확립의 차원에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절차이나, 권리의 확정에 의하여 분쟁의 관념적 해결을 해주는절차가 판결절차라면, 분쟁의 사실적 · 종국적 해결을 해주는 절차가 강제집행절차라는 점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
판결절차가 강제집행의 토대가 될 집행권원을 만드는 절차라면 강제집행은 집행권원의 내용을 실현시키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순서상 판결절차에서 먼저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주면, 다음은 강제집행절차에서 판결절차에서 옳다고 한 것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자력구제를 금지하는 대신에 공권력이 나서는 권리실현의 절차인 점에서는 도산절차차이가 없다. 강제집행법은 국가가 주체가 되어 헌법상 보와호하는 사법상의 권리구제절차를 규율한다는 의미에서 공법이다.
(2) 강제집행은 원칙적으로 공권력동원이라 하여도 사법상의 청구권을 실현시키는 절차이다. 채무자의 재산압류 현금화 배당의 절차를 거치며 청구권을 실현시킨다. 여기에는 반드시 채권관계에서 생기는 청구권에 한하지 않고, 물권·인격권 · 지식재산권 등이 침해되었을 때의 침해자에 대한 원상회복청구권도 포함된다. 본래의 강제집행은 사법상의 청구권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공법상의 권리관계의 집행인 국세체납처분 · 행정대집행이나 형집행과는 구별된다.
다만 현행법상 벌금·과료 · 몰수 등의 재산형이나 과태료 등 공법상의 의무에 대해서도 예외적이나 민사상의 강제집행방식에 의한 집행도 인정되며, 이를 형식적 강제집행이라 한다.
(3) 강제집행은 국가의 강제력에 의하여 집행권원(執行權原)이 된 청구권을 실현하는 절차이다. 집행권원만을 바탕으로 한 집행인 점에서 담보권 증명서류에 기한 집행인 담보권의 실행(담보집행)과 구별된다. 강제집행 실시권 즉 강제집행권은 완전히 국가의 법률적 권능으로 독점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은 집행채권을 가질 때 국가에 대하여 강제집행권을 발동해 줄 것을 구하는 권리 즉 집행청구권을 갖는 데 그친다.
집행권원은 권리자에게 이와 같은 집행청구권을 부여하며, 따라서 강제집행은 집행권원 즉 확정판결 · 집행증서 등에 기초하여 실시된다. 집행권원에 기하여 집행을 신청하고 수행하는 효력을 집행력이라 한다. 다만 강제집행절차 이외의 방법에 의한 경우라도 재판의 내용에 맞는 상태를 실현시키는 효력을 넓은 의미의 집행력이라 한다.
예를 들면 판결이 난 뒤 그에 기하여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 · 정정, 부동산 등기의 기입 · 말소 · 변경 또는 강제집행의 정지·취소를 신청하는 따위이다.
(4) 강제집행의 법률관계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집행채권을 갖고, 국가에 대하여 집행청구권을 가지며, 국가는 채무자에 대하여 강제집행실시권 즉 강제집행권을 갖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강제집행절차는 3면적 법률관계의 형성이라 볼 수 있다.
개인이 집행청구권을 바탕으로 집행조치를 취할 것을 국가에 구하는 청구권이다. 이는 국가구제의 의무 때문에 생기는 개인적 공권이다. 이러한 집행청구권은 개인이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공권이라는 점에서 민사소송상의 소권과 공통점이 있다.
이제 집행청구권은 과거의 Savigny, Windscheid의 견해처럼 이를 사법상의 청구권과 관련된 사권의 변형물이거나 사권의 속성일 뿐이라고 파악하는 견해는 없다. 따라서 집행권원이 있어도 사법상의 청구권이 없으면 집행정구권의 발동이 부적법해진다는 법리는 성립할 수 없다. 공권인 집행청구권의요건으로서, 실체법상의 청구권 자체가 존재하여야 한다는 견해인 구체적 집행청구권이 있지만, 실체법상의 청구권이 존재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을나타내는 집행권원만 존재하면 된다는 추상적 집행청구권설이 옳다고 본다.
문제는 공권인 집행청구권이 어떠한 내용의 것인가이다. 집행청구권에 대해서는 소권을 권리보호청구권으로 파악하듯이 그 연장선에서 보는 권리보호청구권설도 있지만, 소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법 행위청구권(재판청구권설)으로 보고 싶다. 따라서 집행절차를 민사집행법 그대로 집행해 줄 것을 구하는 청구권 즉 법대로 집행조치를 해달라는 청구권일 뿐이지 채권자의 자기 채권의 만족이라는 유리한 집행을 요구하는 청구권은 아니라고할 것이다. 마치 소권이 법대로 판결해 달라는 권리이고 승소판결까지 구하는 권리가 아닌 것과 같다.
발동하는 국가의 강제집행권은 채무자에 대한법원의 전횡(Willkür)도 아니고 채권자에 대한 은혜(Gnade)도 아닌 것이다.
집행청구권은 헌법 제27조의 재판을 받을 권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싶다. 헌법 제27조의 재판을 받을 권리란 단순히 공정·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만이 아니라, 재판의 내용을 강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실현하는 절차의 보장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right to effective enforcement of judgement).
최근 판례에서도 경매절차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면 헌법위반이 된다고 했다.
다만 집행청구권을 그와 같은 내용으로 파악하는 이상 민사집행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직접적 실천적인 의미는 적다. 집행권원·집행문 · 채무자에대한 송달 등 강제집행의 대표적 요건 · 형식을 갖추었으면, 실체법상의 청구권의 존부를 따지지 않고 신속하게 국가의 강제집행권이 발동되는 형식주의(Formalismus)적인 집행제도의 운영에 이론적 기초가 되어 준다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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