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의 구속력
(1) 의의
"계약의 청약은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 (제527조), 이는 청약이 청약자를 구속함을 정한 것이다. 청약은 그 자체로서는 계약을 성립시키지 못하므로, 청약자가 계약상 의무의 구속을 지지 않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청약의 구속력과는 별개이다. 청약에 구속력을 부여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계약의 성립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이익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2) 발생시기
청약의 구속력이 발생하는 것은 청약이 도달한 때로부터이다(제111조 제 1항). 청약의 의사표시가 발신된 후에 청약자가 사망하거나 행위능력을 상실하여도, 이는 고려되지 않는다(동조 제 2항). 다만 청약자가 별도의 뜻을 표명하였을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 청약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계약상급부가 청약자 자신에 의하여서만 이행되어야 하거나 상대방의 급부가 청약자에게만 이익이 있고, 또한 상대방이 이를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반대의 의사가 있다고 할 것이다.
청약의 구속력은 영구히 존속하지 않으며, 시간적 제한이 있다. 우선 청약에 승낙기간의 정함이 있으면, 이에 따른다 (제528조 제 1항).
나아가 승낙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청약의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내에 승낙을 하여야 한다(제529조). 그 기간은 구체적인 경우에 계약의 성질이나 내용, 교섭과정의 여러 측면, 거래상의 관행 등을 고려하여 정하여진다. 그러나 청약의 구속력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만 이익을 주며 이에 대하여 청약자가 별다른 대가를 얻지 아니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청약자가 아는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이 승낙 여부를 결정하는 데 요구되는 기간 이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한편 대화 사이에서는 상당한 기간이란 원칙적으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만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 경우에는 대화가 종료되고 난 후에는 청약은 구속력이 없다.
청약의 구속력은 청약자 자신에 의하여 배제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527조는 임의규정이다. 이러한 구속력 배제의 뜻은 통상 "구속되지 않는다", "제 3자에게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또는 "이행가능성 유보"라는 문언에 의하여 표현된다.
한편 판례는 근로자가 고용주와의 합의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려는 의사로 사직원 등을 제출한 경우(법적 성질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의 청약이다)라면 고용주측에서 승낙의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한 동안에는 원칙적으로 그 사직의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근로계약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근로관계를 종국적으로 단절시키는 결단에 있어서 근로자의 선택을 넓히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청약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청약을 승낙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그는 청약을 받았다는 것에 의하여 어떠한 의무(가령 승낙 여부의회답 등)를 부담하지 않는다. 청약에 일정 기간 내에 회답이 없으면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문언이 있어도, 이는 승낙자에게 아무런 효력이 없으며 그에 대한 승낙 여부를 통지할 의무도 없다.
한편 이러한 청약상대방으로서의 지위는 그의 의사만으로 계약을 성립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경우에 따라 상당한 재산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청약자의 승낙 없이 양도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하면 청약자는 자기가 의도하지 아니한 자와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제454조, 제501조 참조).
또한 상대방의 채권자가 대위하여 이를 승낙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는, 그에 기하여 성립하는 계약관계가 일신전속적 것이 아닌 한, 상속의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그 때 청약상대방의 상속인은 청약자에 대하여 유효하게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여 계약을 성립시킬 수 있다.
승낙
1. 의의
승낙은 청약에 상응하여 계약을 성립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통상 이는 청약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이나, 예외적으로 승낙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발송이나 도달 없이 행하여 질 수 있다(제5323).
2. 객관적 합치
승낙은 청약에 상응하여 행하여져야 한다(이른바 객관적 합치), 즉 의사표시의 해석상 청약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청약에서 승낙의방식이 지정된 경우(가령 서면에 의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요구하는 경우) 에는 그에좋아야 한다. 승낙자가 청약에 대하여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때에는 그 청약의 거절과 동시에 새로이 청약한 것으로 본다(제534조). 그러므로 이번에는 원래의 청약자가 청약상대방으로서 그 새로운 청약에 대하여승낙 여부를 결정할 지위에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가문급부일정량, 가령 100톤의 석탄을 일정 가격에판다는 청약에 대하여 70톤을 그 가격에 산다는 승낙이 있는 경우에, 70톤에대한 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아니면 70톤을 산다는 새로운 청약이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는 그 청약이 "100톤까지" 판다는 의미인가 여부에 달라진다. 위 청약을 100톤 전부의 매도만을 의욕하였던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에, 70톤의매수를 승낙하는 것과 같은 일부승낙은 제534조에서 말하는「변경을 가한 승낙」이 된다.
이와 같이 승낙은 청약에 상응하는 것으로서 시간적으로 그에 뒤이어 행하여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청약의 상대방도 동일한 내용의 청약을한 경우, 가령 100톤의 석탄을 팔겠다고 청약하였는데 그 청약이 도달하기 전에 상대방이 이미 100톤의 석탄을 사겠다고 청약한 경우는 어떠한가? 이러한 경우를「교차청약」 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쌍방에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의사표시가 있으므로, 민법은 굳이 별도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것만으로 계약의 성립을 인정한다(제533조). 이 때 계약은 두 개의 청약이 모두 도달한 때에 성립하게 된다.
3. 주관적 합치
(1) 승낙은 청약자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한다(이른바 주관적 합치), 그리고 승낙의 의사표시가 청약자에게 발송되어 도달한 때에 비로소 확정적으로 성립한다.
(2)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의 성립 청약의 의사표시나 관습에 의하여 승낙의 통지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이 있는 때에 성립한다" (제532조). 이는 승낙의 의사표시가 존재하기는 하나 그것이 청약자에게 발송되거나 도달하지 아니한 경우, 즉 그것이 청약자에 대한 의사표시가 아닌 경우에도, 계약의 성립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이란 단지 그 해석상 승낙의 의사표시라고 인정된다는 의미이고, 원래 의사표시가 아닌 어떠한 사실을 의사표시로 의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러한 의사표시가 청약자에 대하여 행하여질 것을 요하지 않는다는 데 그 예외성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승낙을이한다는 내심의 결의만으로는 부족하고, 효과의사의 외적인 표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떠한 사무의 처리를 위임하는 내용의 청약을 받은 상대방이이에 좋아 위임된 사무를 실제로 처리한 경우에 그것만으로 위임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것인지 문제된다.
그 경우 계약의 성립은, 첫째, 정약자의 의사표시가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경우, 둘째, 그러한 관습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의사표시가 없으면 관습은 당연히 보충적으로 적용되므로(제106조 참조), 여기서 관습을 든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러한 청약자의 의사표시가 있는지 여부는 해석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이른바 현실청약의 경우나 소재불명과 같이 청약자 스스로응답이 불가능한 청약을 한 경우에는 통상 이를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제532조가 적용되면 청약자는 계약의 성립 여부를 알 수 없어 불리한 지위에 있기 쉬우므로, 쉽사리 이를 긍정할 것은 아니다.
그 때 계약은 승낙의 의사표시가 행하여진 때에 바로 성립하며, 발송이나도달을 요하지 않는다. 의사표시에 관한 규정은 당연히 이 경우의 승낙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그러므로 가령 매도를 위하여 물건을 송부함으로써 청약을 하였는데 상대방이 이를 증여받는 것으로 알고 소비한 경우에 그것이 객관적으로는 매수의 의사표시로 해석된다면, 제532조에 의하여 매매계약은 일단 성립하나, 상대방은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
계약체결의 과정에서 다수의 사람으로 하여금 경쟁적으로 계약내용으로 될 것을 제시하게 하고 그 중에서 가장 유리한 제안을 한 사람을 상대방으로 하여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쟁적 계약체결은 다시, 다른 경쟁자의 제안내용을 알 수 있어 이에 따라 자신의 제안을 수정할 기회를주는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통상 전자를 경매, 후자를 입찰이라 부르고, 이에 의한 계약상대방의 확정을 전자는 경락, 후자는 낙찰이라고 한다.
계약체결의 실제를 관찰하면, 당사자 사이에 각종의 제안과 반대제안이 교환되면서 점차로 계약의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다가 마침내 합의의 내용을 모두 담은 최종안이 마련되고 각사가 이에 대하여「동의」함으로써 계약이성립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대기업 간의 거래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당사자들의 그 사이의 행태 중에서 청약이나 승낙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것을 가려내는 것은 어렵다. 이와 같은계약체결에 대하여는 가령 청약의 구속력이나 승낙기간 등과 같이 청약과 승낙의 구별을 전제로 하는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특히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 실제에 맞는 적절한 배려를 하는 것이 요청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