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법은 사건 하나하나마다 치밀한 논리를 설파하고, 
그걸 기초로 하나의 법 체계를 완성시킨 판사의 손에서 
성장하고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다음 사건에서 판단의 근거가 되고, 선례구속의 원칙으로 
귀결된다. 영미에서도 물론 입법부를 따로 두어 어떤 국가 
못지않게 많은 법률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충적인 것이다. 영미에서 법은 판사가 선언하고 가꾼다. 
그래서 판사들은 행정부의 각종 월권행위에 대해 꾸짖기도 하고,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무효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실정법이 존재하고, 행정부의 유권해석이 있다고 해도 
판사에게 더 많은 법률해석 권한이 있다. 이처럼 영미권에서는 판사가 말해주는 법을 더 맞는 법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일종의 ‘사법부 우위의 원칙‘이 
법 문화 속에 정착되어 있다. 특히 미국의경우가 그렇다.

영미법 세계의 판사는 주로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경력을 쌓거나 공직을 거친 사람들이다. 특히 검사 출신이 
많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데, 가령 성공적인 경력과 
동료 변호사들 사이의 좋은 평판, 정치적 영향력 등이 
그것이다. 판사가 된다는 것은 나이 들어서 받는 
훈장과도 같다. 판사가 되면 존경과 영예가 뒤따른다. 
판사는 사법부고위직이기도 해서 월급도 많이 받고, 
비서도 생기고, 연구원도 배정된다. 특히 주대법원과 
연방대법원에 오른 판사는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지며, 
그들이 설시한 내용을 신문기사가 다루기 시작하고,
각종 연구논문에서 분석 대상이 된다. 그들은 이미 매우 
중요한 인물이 되어 있다.

대륙법 세계에서 판사는 그저 공무원 중 하나로 여겨진다.
((중략))
특히 판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을 통과해야 수습 판사로서 일을 시작할 수 있다(프랑스 등 몇몇 국가에서는 판사 시험을 보려면 특수학교를 더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다음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주로 
지방의 심급이 낮은 법원에서 정식 판사로 임명되고, 소위 
연공서열형이라고 해서 능력과 나이 등의 요소를 감안해 
한계단씩 직급이 올라간다. 급여도 미리 예정된 대로 
올라가고,판사 역시 임금 인상과 근무 조건의 개선, 신분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판사 모임에 가입한다.
대륙법 국가에서 이 외에 다른 방식으로 판사가 되는 길은 
그다지 많지 않다. 변호사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나 법학 교수들이 바로 높은 직급의 판사로 임명되는 국가가 없지는 않지만(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생겨난 헌법재판소 판사로 가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판사 직역은, 심지어 대법관까지도, 주로 전문적인 판사 경력자들로 채워진다. 
대륙법 국가의 판사 역시 대법원까지 올라가면존경과 예우를 받지만, 그건 판사에게만 국한된 대우는 아니다. 다른 
행정부 고위 관료가 받는 예우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판사의 사고 체계나 편견, 선입견 등을 이해할 목적으로 
판결문을 읽는 사람은 없다. 판결문에 개인의 심오한 사상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대륙법 국가에서 고등법원 이상은 다 합의부로 되어 있다. 
찬반 숫자를 세서 단체 명의로 의견이 나간다. 대개는 
반대의견이나 보충의견을 작성하거나 출간하지도 않고, 
반대가 몇 명인지도 잘 세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합의부는 익명에 가깝다(최근의 변화에 대해서는 뒤에서 
상술하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륙법 판사나 영미법 판사가 비슷한 일을 하는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분명히 역할이 다르다. 
대륙법 판사는 로마의 법관이 하던 것과 비슷한 일을 
이어받아 하고 있고, 판사에게 특별히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 전통은 혁명가들에 의해서더 강화되었다. 합리주의 
전통과 삼권분립의 원칙도 물론 대륙법판사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대륙법 판사의 선발부터 승진, 사회가기대하는 
역할은 영미법 판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쉽게 말하면,
대륙법 판사에게 기대하는 바는 그다지 크지 않다.

다만 최근 들어서 성문헌법이 자리 잡고, 법률의 위헌심사가 강화되는 것과 보조를 맞추어 대륙법 판사의 이미지에 약간의 변화가감지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콜롬비아, 과테말라,스페인 등지에 특별법원이 설립되었고, 
여기 소속된 판사는 일반법원에 소속된 판사와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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