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조직된 절차가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결정의 
정당화에 이바지할 수 있고, 정당화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전제는 법, 국가 그리고 사회에 관한 유럽의 전통을 해체한 자유주의적 사고에 속한다.

이 전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법원과 법적 문제의 
위계질서를 전제한 구유럽 모델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에서 구상되었다. 즉 이러한 전제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더 높은 개방성을 확보하고 법의 탄력성과 적응능력을 더 높이며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비하는 잠재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던 것 같다. ‘사회‘ 영역에서 계약이라는 개념이 마치 마술을 부리는 ‘주문‘ 역할을 했다면,
‘국가‘ 영역에서는 절차가 그러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절차라는 이주문을 통해 최대한의 자유와 안전을 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욱이 절차는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제도로서 모든 결정과 규정을 미래에 맡겨둘 수 있는 장치로 여겨졌다.

계약과 절차가 그러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것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가 극히 
불투명했던 개연성이 매우 낮은 성취에 해당한다. 
이러한 진화적 성취는 현재가 자신의 변경 가능성을 
확정하고 개방된 미래의 가능성을 충분히 견뎌낼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진화적 성취는 혁명가와 자본가의 이데올로기였다고 말할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진화적 성취가 실현 가능했던 조건 및 실현가능성의 정도를 파악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이러한 시도에서는 아마도 계약의 비계약적 토대에 대한 뒤르켐의 물음이 모범이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물음은 우리를 일반 사회이론이라는 험난한 문제에 봉착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펼쳐질 연구는 다른 길을 걷는다. 
즉 이 책은 정당화개념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는 생각이라는 사실적 측면과 관련을 맺는다는 점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경험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정을 십분 활용한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절차에 대한 사회학적 이론을 통해 
자유주의이론의 타당성을 검토하기위한 또 다른 토대를 확보하려고 시도한다. 그 때문에 이 책은 절차를특수한 종류의 사회적 체계, 즉 사실상의 행위와 의미의 결합으로 파악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당화란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사실상의 행위자체의 결정 구조로 수용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체계이론적 ·학습이론적 토대 위에서 절차를 통한 정당화라는 자유주의적 전제를 경험적으로 더 면밀하게 
검토해볼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정치적 선거의 공식적 목표는 국민의 의지에 따른다는 
의미에서 올바르게 결정하고,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의 
의지를 진정으로 대표할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기관을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거제도의 주도적 사상에 따르면, 특히 공직을 
둘러싼 경쟁, 자유선거, 보통선거, 평등선거, 비밀선거 및 - 자주 언급되지는 않지만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는 - 표결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의 특화와 사전 구조화 등 
선거를 조직하는 원칙들은 그러한 목적에 봉사한다고 한다.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표시하는것 말고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식으로 해서 어떻게 그와 같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일단 불확실하다. 공직을 둘러싼 경쟁이 가장 
탁월한 자격을 갖춘 자가 공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식의 가정은 이미 경험을 통해 반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직을 둘러싼 경쟁과 최상의 능력을 갖춘 인물의 
선출 간의 인과관계를사후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적 가정을 추가해야만 할것으로 보인다. 

법적용을 위한 법정절차의 경우 공식적 목적, 제도적 장치 
그리고 잠재적 기능 간의 불일치가 선거와 입법의 경우에 
비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법부가 자기 자신을 
묘사하는 내용은 법이론과국가이론의 논의에서 상당 부분 인정되고 있고 어쨌든 민주적 선거와의회의 입법에서처럼 첨예하고 설득력 있는 폭로 대상은 아니다. 그이유는 아마도 사법의 결정 상황이 선거와 입법에 비해 더 잘 구조화되어 
있고 따라서 사법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경험적 조건을 
구체화하기가 더 쉽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사법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법으로 규율된 법정절차의 의미도 지배적인 소송이론에 
따르면 진리라는 가치, 즉 법으로서 효력을 갖고 개별 
사례에서 법적으로 타당한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련을 맺는다고 한다. 즉 법정절차 역시선거나 입법과 마찬가지로 결정을 통해 정당한 것을 실현하는 절차라고 전제한다. 
그에 따라 법정절차의 주요 목적은 권리보호라고 서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개개의 소송법 제도를 정당화할 때도 
이러한 서술방식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결정이 실질적으로 부정당할지라도 확정력을 갖는 문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난점을 안게 된다.

정치적 기계의 조합은 언제나 한편으로는 사회가 가진 
이성, 정의, 진리를추출해 통치에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치를 통해 사회발전을 촉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회학적으로 볼 때 정당성이란 일정한 허용한계 내에서 
내용이 아직확실하지 않은 결정을 수용하고자 하는 
일반화된 자세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정당성을 이렇게 
파악할지라도 이러한 자세가 비교적 단순한심리학적 동기 - 예컨대 복종에 대한 대가로 ‘민주적‘ 참여를 얻는것에 대한 내적 만족감 -에 기초하는지 아니면 극히 이질적인 상태의 동기들을 
획일화하는 다수의 사회적 메커니즘의 소산인지는 여전히 대답되지 않은 물음이다.

정당성개념과 관련해서는 우선 결정의 전제에 대한 승인과 결정자체에 대한 승인을 뚜렷이 구별해야 한다. 이러한 
구별은 정당화하는결정 과정이 ‘예/아니요‘라는 조건 아래 작동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오로지 결정의 전제에만 적용되는지 아니면 결정자체에도 적용되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즉 결정이 도출되는 원칙과 규범을 인정하면서도 결정이 
논리적으로 오류라거나 결정이 잘못된 해석이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해 성립되었다는 이유로 결정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결정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결정의 기초가 
되는 가치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거나 완전히 
무관심할수도 있고, 심지어 결정근거들이 일반적 
결정규칙이 될 수 없다고 거부할 수도 있다. 
법의 실정화, 즉 모든 법은 결정을 통해 제정된다는
테제는 정당성개념을 결정의 구속력에 대한 승인으로 확정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하지만 이는 더 넓은 의미의 
정당성개념이다. 이개념은 결정의 전제에 대한 승인까지 
포함한다. 왜냐하면 (다른 시간대에 다른 곳에서)이 
결정의 전제에 대해서도 역시 결정이 내려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률, 행정행위, 판결 등은 구속력이 
있다고 여겨져야 하고, 각자의 행위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승인되는이상 결정으로서 정당성을 갖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