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그리고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형태를 천명하고 있다. 여기서 "공화국" (Republic)은 좁게는 군주국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화국 조항의 의미를 공화주의의 정치사상적 철학적 내용과 연결시켜 독자적인 헌법원리로 발전시켜 볼 수도 있다. 공화주의 정치사상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공통적인 핵심적 요소로는, 자유라는 철학적 이상,혼합정체라는 헌정적 이상, 시민적 관여라는 민주적 이상(P. Petit), 법과 공동선에 기반을 두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만들어낸 정치공동체인 공화국, 다른 사람의 자의에 종속되지 않는 자유 그리고 일상의 권리와 정치적 권리의 평등, 시민적 덕성(M. Viroli) 이 제시되고 있다.
"헌법은 명시적으로 규정된 국민투표 외에 다른 형태의 재신임 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이 원하거나 또는 국민의 이름으로 실시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은 선거와 국민투표를 통하여 국가권력을 직접 행사하게되며, 국민투표는 국민에 의한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의 하나로서 명시적인 헌법적근거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국민투표의 가능성은 국민주권주의나 민주주의원칙과 같은 일반적인 헌법원칙에 근거하여 인정될 수 없으며,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2004. 5. 14. 2004헌나1)
다원주의적 개방성과 관용에 한계는 없는가? 민주주의는 그 적에게까지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가? 이는 민주주의에 일정한 가치구속성을 인정할 것인지,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한 헌법의 대응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민주주의의 다원적 정치과정이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맡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원성에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고 이를 파수하는 제도를 헌법 내에 마련하는 것이다. 후자는 민주적 전통이 약했던 독일에서 전후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방어적 민주주의‘ (streitbare Demokratie)라는 이름하에 구상되었다. 독일과 우리나라의 정당해산제도가 이를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어느 지점에서 스스로의 문을 닫아 닫힌 체계로 기능해야 할 것인지를 그 내용면에서 추상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상대성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려는 정당해산제도는 다시 민주주의 본질에 의한 제한에 구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수결은 공동체사회의 의사결정방법으로서 보편적 현상이긴 하나, 오늘날다수결원리는 민주주의, 특히 대의제도의 기능원리로 정착되었다. 그리하여 대표선출, 그리고 대의기관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다수결원리가 적용된다.
다수결원리를 정치이론으로 구성해 낸 것은 사회계약론으로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개인이 사회계약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다수에 의한 사회계약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수에 의한 결정은 전체의 의사로 간주되어 구속력을 가지게 되는데, 그근거는 국민의 자기지배, 즉 자결권이 보다 많이 실현될 수 있는 의사결정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다수는 바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점(물론 소수 엘리트의 결정이 더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그리고 관련자의 이익의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보충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수결원리는 자칫 소수자를 오류집단으로 보고서 이들의 존재가치, 권익을무시하기 쉽지만 이는 다수의 독재이고, 다원적 개방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전제에 배치된다. 소수자는 잠재적 다수로서, 다수와 소수가 경쟁관계로서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권력남용의 위험이 감소되고, 개인의 자유도 효과적으로 보장된다. 이를 통하여 정치적으로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보장된다.
소수자보호를 위한 제도로는 복수정당제, 언론과 집회의 자유, 평등권, 헌법재판제도가 있다. 특히 헌법재판제도는 법률로 표출되는 그때그때의 다수의 의사로부터 헌법이 보장하는 소수자보호를 절차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직접선거의 원칙직접선거의 원칙은 중간선거인의 개입 없이, 선거인의 투표에 의하여 그림고 투표 시에 대표자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지역구 의원의 선거에서 직접선거의 원칙은 중간선거인의 부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의 선거에서 선거결과의 결정에는 정당의 의석배분이 필수적인 요소를 이루므로, 정당의 비례적인 의석확보도 선거권자의 투표에 의하여 직접 결정될 것을 요구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유권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이른바 자유명부식이나 가변명부식이 아니라 고정명부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후보자와 그 순위가 전적으로 정당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직접선거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지가 문제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비례대표후보자명단과 그 순위, 의석배분방식은 선거 시에 이미 확정되어 있고, 투표 후 후보자명부의 순위를 변경하는 것과 같은 사후개입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고정명부식을채택한 것 자체가 직접선거원칙에 위반된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비례대표후보자명부에 대한 별도의 투표 없이 지역구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정당에 대한 투표로 의제하여 비례대표의식을 배분하는 것(이른바 1인 1표제)은 직접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였다(현재 2001. 7. 19. 2000헌마91).
비밀선거의 원칙이란 선거인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제3자가 알 수 없어야 함을 말한다. 자유선거의 원칙이란 선거의 참여여부 및 선거에 있어서의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자유선거를 위해서는 비밀선거가 전제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선거에서 목도되는 투표율의 저조는 대의제도의 정당성에 의문을제기하게 한다. 그리하여 유권자에게 선거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제기된다. 그렇다고 하여 선거권(헌법 제21조) 자체에 의무의 성격을 함부로 부여할 수는 없다. 헌법에서 선거의무 도입의 근거를 따로 두지 않는 한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원활한 작동이라는 공익을 위해 선거의무를 도입하는 입법적 해결을 도모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그 합헌성 여부의 문제, 즉 선거에 참여할지 여부를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것은 명부식 비례대표제다. 유권자는 정당이 제시한명부를 보고 정당에 투표하고 각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하여 의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정당이 후보자와 그 순위를 미리 결정하는 고정명부식과 후보자의 선정과 순위를 유권자가 선택하는 가변명부식이 있다. 우리나라 비례대표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전자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거대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양해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며 사표를 양산하는 다수대표제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으로 고안, 시행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의석수로 전환하는 데에 그 장점이 있다. 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므로 사표가 최소한으로 줄어든다. 다수자만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다수대표제와는 달리 소수자도 지지를 받는 비율만큼 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 소수자 보호에 충실하다. 지역선거에 따르는 특수이익의 지배력도 약화된다. 그리하여 비례대표제는 그것이적절히 운용될 경우 사회세력에 상응한 대표를 형성하고, 정당정치를 활성화하며, 정당간의 경쟁을 촉진하여 정치적 독점을 배제하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을 매개로 하므로 선거에 있어서 국민의사의 직접성이 훼손될수 있고(직접선거의 원칙과 관련되는 문제 제기는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책임정치가약화될 수 있다. 특히 정당이 비민주적이고, 국민의사와 괴리된 경우에는 대의제도로서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비례대표제의 전형적인 단점은 군소정당 난립의 가능성이다. 이 문제점에 대비하는 제도로서, 일정 수나 비율이상의 득표를 올리거나 당선자를 낸 정당에게만 의석배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하는 저지 조항이 있다. 저지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평등원칙 위배등의 헌법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도 저지조항을 두고있다.
헌법 제41조 제3항은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떤 형태로든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것이 헌법상 요구되는 의무인지 문제될 수 있다.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기로 한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구현할지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에 맡겨져 있다.
정당은 ‘국민의‘ 결사이다(헌법 제8조 제1항). 정당은 정치공동체 구성원들이정치에 참여하는 매개체이므로 비구성원들의 조직은 정당이 아니다. 그리하여 정당법은 외국인에게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정당법 제22조).
정당에 대한 절차적, 행정적 규율의 제도로서 정당등록제가 있다. 우리 정당법은 정당법에 따라 정당으로 등록한 때에 성립하고(제4조 제1항, 제12조),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등록을 취소하도록 규정하여 (제44조51), 정당등록제를 택하고있다.
정당등록제는 정당에 대한 허가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자유로운 결사여야 할 정당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의 이념적 목적, 지향성을 이유로 정당등록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정당의 목적구속성은 정당의 활동을 통하여 사후적으로 확인되고, 정부의 제소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하여 관철될 수 있을 뿐이다.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하여 주세적 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 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각종 선거에서의 입후보자 추천과 선거활동, 의회에서의 입법활동, 정부의 정치적 중요결정에의 영향력 행사, 대중운동의 지도 등의 과정에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한다. 이와 같은 정당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당의 자유로운 지위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적인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한편, 정당은 그 자유로운 지위와 함께 ‘공공(公의 지위‘를 함께 가지므로 이 점에서 정당은 일정한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현대정치의 실질적 담당자로서 정당은 그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적 기본질서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며, 따라서 정당의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다. 또한 정당은 정치적 조직체인 탓에 그 내부조직에서 형성되는 과두적·권위주의적 지배경향을 배제하여 민주적 내부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
(현재 2003. 10. 30. 2002헌라1)
정당해산심판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정당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추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친 정당이다. 정당의 해산사유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이다(헌법 제8조 제4항).
‘민주적 기본질서‘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핵심요소, 근본적 가치를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심판제도가 수호하고자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요소들과.... 법치주의 원리에 입각한 요소들 중에서 필요불가결한 부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주권의 원리, 기본적 인권의존중, 권력분립제도, 복수정당제도 등이 현행 헌법상 주요한 요소"라고 하였다.
이념적으로 국민의 자기지배임에도 불구하고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현실적으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자와 피치자인 국민은 구분된다. 법치에 의해 구속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국가권력이다. 국가권력이나 국가작용을 구속, 제한하는 것은 그를 통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법치의개념은 국가영역을 넘어 사회생활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다수의 개인이 자율적으로 단체나 결사를 형성, 활동함에 있어서 규범의 제정과 준수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학의 1차적 관심은 국가권력 제어원리로서의 법치주의이다.
법치주의를 통한 자유 확보라는 테제를 설명하는 철학적 기초는 다소 상이하다. 일찍이 홉스(Hobbes)는 사회 내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효율적 제재가 필요하고, 반면 Leviathan 을 견제하기 위해 법치주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롤즈(Rawis)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한데 법치주의를 통해 정치적 자유가 실현된다고 보았다. 하이에크(Hayek)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가로부터의 시장의 자유(정부의 간섭 없는 시장)가 확보되고 이에 의하여 사적소유권, 계약의 자유와 같은 경제적 자유가 보장된다고 역설하였다.
법치주의의 권력제약적, 자유보장적 목적과 기능을 구현시키려는 헌법원칙으로는 권력분립원칙과 비례성원칙, 행정의 합법률성(법률유보)이 있고, 사법적권리구제는 이를 절차적으로 보장하는 핵심요소이다.
독일: 법치국가(Rechtsstaat)
Kant는 국가를 법에 구속시켜야 하며,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국가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하여 독일 법치국가 사상의 기초를 닦았다. 19세기 독일에서는 시민적 법치국가 사상이 성립하였다. 그것은 근대시민사회의 법질서를 지키고, 국가로부터 시민사회의 자유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자유방임사상에 기초하여 ‘최소한의 국가가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한다고보았다. 시민적 법치국가에서는 행정의 합법률성, 사법적 권리구제, 국가권력의예측가능성을 법치국가의 핵심요소로 보았다. 이것은 독일 공법학의 법실증주의적 사고의 세례를 받아 크게 형식화되었다 (위에서 본 형식적 법치국가‘ 개념), Nazi에 의한 합법적 불법국가(legaler Unrechtsstaat)를 겪은 후 실질적 법치국가, 나아가 사회적 법치국가로 발전하였다.
‘법률유보‘란 어떤 사항에 관한 규율의 근거가 법률임을 뜻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항에 관하여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의 위임에 근거하여 하위규범에서 규정하더라도 법률유보는 충족된다.
법률유보라는 규율형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결합하여 나타난 산물이다. 민주법치국가에서 국가권력의 행사, 공동체의 주요한 의사결정은 국민의 대표자가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쳐서 만든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여기에서 법률유보원칙(민주주의+법치주의)이 국가권력의 조직과 기능에 관한 원리인 권력분립원리와 결부됨을 알 수 있다.
법률유보원칙은 먼저 기본권적 관점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법률에 근거를 둘 것을 요구한다. 이때 법률유보는 기본권제한의 형식적 · 방법적 요건이 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라고 하여 모든 기본권의 제한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요건으로서 법률유보를 요구하고 있다.
법률유보원칙에서는 어디까지 법률에서 직접 규율할 것인지, 직접 규율하지않고 하위 규범에 위임할 경우 그 요건과 한계는 무엇인지 라는 문제가 수반된다.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나온 것이 위 본질성이론이다. 본질성이론은 법률유보의 질적 수준에 관한 것으로서 민주적 입법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른바 ‘의회유보‘로 연결되었다.
의회유보란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법률에 근거만 두고서 행정에 위임하여서는 안 되고,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법률로써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즉 의회유보는 입법밀도 면에서 법률유보가 강화된 것으로서, 위임금지명령인 것이다.
의회유보 사항이 어떤 것인가는 일률적으로 확정할 수 없고, 구체적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대의적 심의절차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개별적으로 결정된다. 본질성이론과 의회유보의 약점은 무엇이 본질적 사항인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라면 무엇이 의회유보사항인지에 관한 판단 역시 1차적으로 의회 스스로의 몫이고, 헌법재판소는 의회유보사항에 해당한다는 헌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 한 의회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명확성이 요구되는 정도는 일률적이지 않다.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게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이어서 입법기술상 일의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된다. 일반론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규범일 경우에는 수익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 비하여 명확성의 요구가 더 강하고,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하는 형사 관련 법률에서는 명확성의 정도가 강화되어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민사법규에서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인된다.
신뢰보호원칙이란 국민이 어떤 법률이나 제도가 그대로 존속될 것이라는합리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일정한 법적 지위를 형성한 경우, 국가는 그 법률이나 제도의 개폐에 있어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신뢰보호는 법의 이념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다. 반면 법의 역동성과 긴장 상충관계에 있다. 그리하여 법의 변화, 발전이라는 정당한 공익을 위해신뢰보호는 합당한 범위에서 제한될 수 있지만, 신뢰보호의 요청은 그러한 변화에 일정한 한계를 긋는다. 신뢰보호와 법 변화의 경계는 양자 간의 형량에 의해결정된다. 법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공익의 중대성과 침해받는 신뢰이익의 정도간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신뢰보호원칙 위반으로 인한 위헌 여부의 문제가 야기된다.
신뢰보호는 입법에서 뿐만 아니라 법의 해석 · 적용에서도 요청되며, 행정법학에서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 · 철회의 문제로 논의된다.
신뢰보호원칙의 헌법적 근거는 법치주의(법치국가) 원리이다. 법치주의에서요청되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신뢰보호가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보충적으로는 신뢰보호가 문제되는 해당 기본권 헌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법 변화로 인한 신뢰침해는 결국 해당 기본권의 침해로 귀결되므로 신뢰보호는 기본권보호와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신뢰보호원칙은 우선 진정소급입법의 금지로 나타난다. 헌법 제13조는 소급입법에 의한 형벌 부과, 참정권의 제한, 재산권의 박탈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의 엄격한 의미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소급입법이란 진정소급입법만을 가리킨다고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부진정소급입법에 의한재산권 제한의 문제는 헌법 제13조 제2항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제13조 제2항. 여기에는 소급과세도 포함된다)을 절대적 금지로 보고 있지 않다. 이런 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금지되지만 특단의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서는 허용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헌재 2011. 3. 31. 2008헌바14160).
비례성원칙은 국가작용은 그 목적과 수단사이에 합리적 비례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국가권력을 법의 구속 하에 두고, 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법치주의 정신은 국가권력은 그 행사가 필요한 경우에,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만 행사될 것을 요구한다. 아무리 좋은목적을 추구하더라도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손실과 비용이 더 크다면 그러한 국가작용은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적과 수단 사이의 비례관계가 성립하는지는 관련되는 제반 이익이나 가치의 형량을 통해 결정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례성원칙은 모든 국가작용에 공통적으로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원칙이다.
비례성원칙은 기본권 영역에서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어, 국민의 자유를 법률이 간섭하거나 제약하는 경우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 법익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는 법리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는 ‘과잉금지원칙‘으로도 불린다.
"입법자가 형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그 형벌이 불법과 책임의 경중에 일치하도록 하여야 하고, 만약 선택한 형벌이 구성요건에 기술된 불법의 내용과 행위자의 책임에 일치되지 않는 과도한 것이라면 이는 비례의 원칙을 일탈한 것으로 헌법상 용인될수 없다....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현재 2002.11.28 2002헌가5)
법치주의의 실체적 요소와 내용이 확인, 수용되더라도 이를 보장할 수 있는절차와 기관이 확립되지 않으면 법치주의 원리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법의 일반성,추상성으로 말미암아 법의 내용에 관한 분쟁이 일어나고, 법에 어긋나는 국가권력의 행사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법의 내용을 유권적으로 확인하고, 침해된 자유와 권리를 구제함으로써 법질서를 회복하는 일은 법치주의의 자기보장적 요소로서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법의 규범력을 지키고, 권리를 보호하며, 권력을 통제함으로써 법치주의를 보장하는 이러한 역할은 그에 적합하도록 구성되고 기능하는 기관에게 맡겨져야 한다. 오늘날의 권력분립국가에서 그것은 사법기관이다. 사법기관은 그 조직 · 구성 및기능 · 절차의 원리가 법을 판단하기에 적합하도록 되어 있다.
헌법은 이를 위해 사법제도와 사법절차의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며,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헌법 제27조는 분쟁해결과 권리구제를위한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5장과 제6장은 사법기관인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구성, 권한, 직무상의 독립성 보장, 사법절차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사법기관으로서 일반법원과 달리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는 헌법 하에서 헌법재판제도는 헌법의 우위를 지킴으로써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독자적 제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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