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형법정주의와 형법의 소급효 금지 문제에 대한 고찰






















































우리나라의 12. 12,5. 18 관련사건이나 통일독일에서 동독사회주의 일당독재의 불법청산작업에서처럼 과거의 권력적 불법을 형사사법을 통해 처결하려 드는 경우, 법적 논증의 방식들에 유사점이 발견되는 점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이다. 나치불법청산의 방향타가되었던 이른바 라드브루흐공식을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선입견에 맞추어 유리하게 끌어다 쓴, 독일과 우리나라에서 관련사건의 사법처리가보여 주었던 편향된 시각에 대해서 필자는 이미 선행된 연구인 "한국의법치주의와 정의의 문제"(2019.5)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논의할 연구주제, 즉 "형법상 소급입법금지의 원칙과 시간적 정의의 문제는 그 후속 연구의 일환이지만 선행 연구의 잠정적인 결과를 구체적으로 더 심도 있게 다루어, 결론의 공감대와 명중성을 더욱높이려는 작업에 해당한다. 그 생각의 실마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시라드브루흐의 다음과 같은 사상과 관계되어 있다. 즉, "우리는 정의를추구하면서 동시에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법적 안정성 자체가 정의의 한 구성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가지사상을 최대한으로 충족시키는 법치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정의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일반적 추상적 개념에 속한다. 법적 정의, 경제정의, 사회정의 능다양한 측면들을 한 그릇에 주워 담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이념으로서 정의도 각양각색의 내용을 담고 있어 
일언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마치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자유, 평등, 사회, 인민 등의 이름과 짝하여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려운 것과 흡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는 아무 내용이나 주워 담아도 되는 무색무취의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쟁취하여 온 헌법 질서에 비추어서 
그 헌법과 체계적인 정합성을 갖는 의미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의라는 이름을 핑계 삼아 불명확한 자연법의 
관념을 현행법의 손을 빌려 구현하려는 유혹에 빠져서 
안 된다는 주장은 언제나법적 안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에다 그 근거를 둔다. 누구든지 국가기관에 법적 
청구를 하거나 또는 법을 위반하여 쟁송을 당하였을 때,
그는 먼저 자신의 쟁송사안에 관련하여 행위 당시 문제된 
법이 무엇인지, 그 법상태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처지에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법질서에 흠이 있을 수 있고 불확실성도 있다. 하지만 법치국가라면 그 경향은 법에 붙어 있는 이 불안전요소를 가능한 한 축소하거나 삼가 함으로써, 의심스러운 때에는 개인의 자유에 유리한 방향(in dubio pro reo, nullum crimen sine lege; nullapoena sine lege; nulla poena sina culpa etc.)으로 나가야 한다. 결코 윤리나감정에서 도출된 어떤 자연법류의 새로운 법원(法)을 증대시켜서는안 된다. 

사법의 목표는 정의의 실현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법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법의원칙에 반하는 법규범, 법적 성격이 불분명한 
법규범에 정의를 얽어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 정의의 요구인 것이다. 왜냐하면법의 최상위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 보호와 보장에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현재 허용된 행위 또는 부작위 때문에 사후에 
소급적인 법률을 근거로 책임을 지게 된다면, 그것은 단지 
법적 안정성의 요구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정의의 
요구에도 반하는 것이다. 자신의후기법철학에서 법적 안정성 그 자체가 정의의 일부임을 밝힌 라드브루흐의 견해를 
여기에서 다시 거론하지 않더라도, 법적 안정성과 정의 
두원칙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선한 법, 좋은 
법으로서 ‘사랑의 법‘을 이루어 가는 데 서로 보완적인 자리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더더욱 그러한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정의를 법적 안정성보다 우위에 두거나자연법을 실정법에 원칙적으로 우위에 두는 것으로는 법 내부의 이 같은 충돌을 해소할 수 없다. 특히 소급입법의 정당성을 자연법적으로 근거 지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늘날 보편적인 지성의 관점에서 볼 때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소급효를 근거 짓는 주장으로자연법적 관념에 따를 때, 벌써 어떤 불법은 법률이 그것을 범죄화하기
전부터 이미 중대한 불법이었고 또 불법으로 인식되었으므로, 그 후의소급입법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고, 자연법적으로 근거 지어진법 상태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간과하고있는 것은 소급입법 자체가 가벌성을 창설하기 위한 하나의 법 상태를사후에 비로소 
만든 것이고, 행위 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예상할 수도 없었던 범죄와 형벌이 사후에 소급적으로 창설되었다는 
사실이다.
마치 물 흐르듯 쉬지 않고 지나가는 시간을 법률에 의해 
역류시키는 현상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에 기반을 둔 자연법적 관점에서 보아서도 무엇인가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법치국가에서 자연법적 정의를 내세워 소급입법을 한다면 혹자는 불법국가에서 실정법적 권력을 내세워 
소급입법을 한 것과실제 다를 게 무엇인가 의문시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자연법적 정의란 추상적인 
이성법적 정의가 아니라 바로 구체적 · 현실적인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인권과 기본권을 법적으로 그리고 특히 절차적으로보장하는 데 집약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정의의 이름으로 어느 행위가 도덕적으로 승인될 수 없는 행위인가 하는 문제로 제기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 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실현하고 보장하는 현행법과 충돌하고 있는가의 문제로 제기되어야 옳다.
왜냐하면 소급입법·소급효금지문제는 해당 행위가 도덕적인 차원과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당벌성의 문제가 아니라 도리어 현행법률규범을 침해하거나 위반한 가벌성의 문제와 
직접 관련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 주제와 뗄 수 없이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는 법질서에 있어서 시간과 정의의 문제이다. 법과 존재의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선행연구의 범위 안에서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 법의 역사성 및 법의 본질적 내용을 보존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를 다루는 장을 통해 어느 정도 다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과 시간의 문제, 즉 정의의 시간적 차원은 여러 군데서 간헐적으로 언급했을 뿐, 별도의 장에서 체계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우리는 과거청산과 관련하여 "너무 때에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비교적 자주 들어왔다.
그러나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하면서 "너무 이른 정의도 정의가 아니다."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 법치주의의 실현에서 양자는 똑같은 무게를 안고 있는 현실적으로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혁명적 욕망이 광장의 정치를 지배할 때엔법치주의의 확립된 원칙들을 무시하기 쉽다. 사법절차에서 아직 실체적진실과 정의가 그 윤곽을 드러내기도 전에 운동권에서 쏟아내는 광기에
찬 자기표현들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적법절차를 걸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법적 정의에 대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만큼 정치권으로부터 쏟아지는 막무가내식 자기주장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법외적인 행태는 심대하게 사법에 나쁜 영향을 
미칠 만한 정도여서,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너무 빠른 예단, 사려 깊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분위기의 
일상화는 바로 법치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계몽기에 뒤이은 법실증주의 시기에도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국가작용과 법질서의 전면에 놓인 우선적인 
과제였다.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의 정치적 착안점은 국가시민에게 
보다 안전한 법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데 있었으므로, 
법적 안정성 이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법체계를 개념적으로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해석할 수 있는 법 규정들의 집합체로 구성하고, 더 나아가 법전체계를 갖추려는 당시의 위대한 
노력들이 다 이 같은 법적안정성의 요구에 상응하는 
것이었다.

지난 20세기 초부터 법질서에서 법률실증주의에 대한 
반대운동이활발하게 일어났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법률에 반대하는 법의 투쟁‘선언은 특히 실체적 정의를 
확신하고 고백하는 일련의 자연법론자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수행되었다. "법률은 법률이다"라는 
법률실증주의의 도그마에 맞서 법이론과 법실무에서 
정의의 가치를 법의 우월한 지도 원리로 삼고 그것을 
개별적인 사안에서 실현하려 했던 자유법운동도 한때이 조류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법률실증주의의 극단적인 병폐를 보여 준 나치와 당시의 
군국주의 · 전체주의 국가가 패망하고 난 뒤, 인도주의정
신에서 새롭게 출발한세계 제2차 대전 종료 후 신생국가들의 법질서는 대체로 법적 안정성보다 실체적 정의이념 우위 속에서 과거를 청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이념 내부의 
긴장과 갈등상황은 이러한 방식으로 쉽게 진정될 수 
없는 복합성을 안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찍이 영국의 ‘자유의 대헌장‘(magna carta livertatum, 
1215)이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개인을 보호했던 것처럼 형법전이 시민을, 심지어는 고등사기한까지도 행위 이전에 가별성이 법전에 명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로부터자유롭게 해 준다. 이처럼 실정법으로 만들어진 형법만이 형법적으로규율해야 할 생활영역과 형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영역을 가르는 결정적인 한계표지가 된다. 
이 때문에 간혹 지극히 간교하고 사회적으로지탄받아 
마땅한 자가 처벌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다한 
법률이라도 사람의 머리와 손으로 만든 이상 규율대상에서 빠진 반사회적 행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이 한 인간의 삶에 미칠 수 
있는 사회윤리적인 비난성의 강도를 고려할 때, 
완벽하기보다 오히려 절제되고 단편적인 성격을 지닌
형법이 자유법치국가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형벌 
정책적으로 다행한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형사입법자가 법적 안정성, 즉 국가권력의 개입에 대한 
국가시민의 예견가능성을 위하여 치르지 않으면 안되는 
대가이기도 한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이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조 제1항도 "범죄의 성립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직접적으로는 형법의 시간적 적용에 관한 행위시법원칙을 나타내고 있으나, 이 행위시법의 적용범위 안에서 "법률 없이 범죄 없다"는 원칙을 함께 내포하고있는 것이다.

법률 없이 형벌 없다(nulla poena sine lege)

이 원칙은 가벌성뿐만 아니라 형의 종류와 정도도 범죄행위 이전에법률로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강도상해(제337조)나 강도강간(제339조)과 같은 중범죄가 속출하거나 급증할 상황이라면입법자는 항상 일반여론으로부터 이러한 범죄에 대해 더욱 효과적으로대처 • 투쟁하기 위해 사형과 같은 극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게된다. 이들 범죄에는 최고형이 무기징역으로 되어 있으므로 형법을 개정하여 이 같은 범죄에 사형을 부가하거나 형사특별법을 제정하여 가중처벌의 형식으로 사형을 과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벌가중규정도 "법률 없이 형벌 없다"는 원칙에 따라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을 갖는 것이지, 이 규정의 신설 내지 변경 이전에 행해진 범죄에 대해서까지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원칙은 이처럼 형벌의 종류와 정도는 법률의 형식을 
빌리더라도 사후에 그 법률제정 이전의 시기로 소급해서 적용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입법자는 행위자에게 불리한 형법가중을 
사후적으로 소급입법해서는 안 되며, 법관은 그런 
법률규정을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소급적용해서도 안 된다. 모든 형벌가중규정은 오직그 법률발효 이후에 저질러진 
행위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법치국가적으로 
보장된 행위자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적 보장 덕분에 
혹 범행을 예비하거나실행단계에 이른 자도 최악의 
경우에 자신이 받을 죗값이 얼마만큼이나 되는지를 미리 예상하고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죄형법정원칙은 원래 절대왕권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횡포로부터 신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백성들의 투쟁의 산물이었다.
이 원칙의 기원을 흔히 1215 년 영국 John왕의 대헌장
(magna Carta)에서찾는다. 
대헌장(章) 제39조에 "자유인은 합법적 재판에 의하거나 국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감금, 압수, 법외방치 또는 추방을 당하거나 그 외 방법으로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헌장의 전체 취지는 단지 귀족 • 성직자 • 도시자유인들은 그들의 신분계급에서 나온 법관에 의한 재판을 통해서만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수 있다는 소송 절차적 보장을 
내용으로 삼는 것이지, 절대국가권력을법률에 의해 
엄격히 제한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이 인권문서를
죄형법정원칙의 기원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않다.

오늘날과 같은 죄형법정원칙 문언의 전형적인 공식, 
즉 "법률 없이 범죄 없고, 법률 없이 형벌도 없다" 
(nullum crimen sine lege, nulla poena sine lege)는 
공식의 형태로는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 제8조에서 
발견된다. 뒤이어1794년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Friedrich) 대제가 제정한 프로이센 일반국법(PAL)에 명문화되었고,
 1813년 포이어바흐(von Feuerbach)가 기초한 
바이에른(Bayem) 형법초안에 더욱 선명하고 간결하게 
명시되었다.

오늘날에는 구소련과 그의 영향 아래 있던 동구권의 
구사회주의 국가형법까지도 이 원칙을 인정하였고, 
1948년 12월 10일 UN의 일반 인권선언 제11조 및
1950년 11월 4일 유럽 인권협약 제7조 제1항에도 
천명되어 있는 등 이제 죄형법정원칙은 인류공동의 
법문화유산임이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일찍이 죄형법정원칙은 합리적 계몽주의사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유주의적 정치사상의 발달에 힘입어 구체적으로 발전해 왔다. 다시 말하자면 홉스(Hobbes)류의 법을 
통한 지배자의 자기구속,로크(Locke)와 
몽테스키외(Montesquieu) 이래의 권력분립이론, 
포이어바흐(von Feuerbach)의
심리강제설에 기초한 일반예방사상, 
자유 법치국가이념에 뿌리를 둔 책임원칙 등이 
죄형법정원칙의 사상적 기초가 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여기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권력분립이론은국가법적 원리이고, 일반예방사상과 책임원칙은 형법에 
특유한 원리이다.

소급입법의 금지란사후입법에 의하여 범죄와 형벌을 행위자에게불리하게 소급적으로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비범죄화하거나 형벌을 완화하는 법률은 범죄자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므로 소급적용되도록 사후에 입법조치를 취해도 괜찮다. 죄형법정원칙의 자유보장적 기능을 염두에 놓고 볼 때 이러한 결론은 사물의 논리에 비추어 당연하다.

소급입법의 금지는 원래 실체법상의 가벌성과 형사제재에 관한 일체의 조건에만 관련될 뿐 절차법상의 문제나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 등에 대해서 당연히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헌법질서의 최고 가치로 등장하면서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이 가치를구현하기 위해 오늘날 소급입법금지의 적용범위는 종래에 비해 확장된게 사실이다. 오늘날 인권국가를 지향하는 여러 나라들의 인권감수성과 공감능력을 고려하면, 이런 확대경향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하여 우리헌법도 형벌뿐만 아니라 보안처분에 
대해서도 소급입법금지원칙을 원론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소시효에 대해서도 진정소급효를 
금지하는 견해가 우세한데, 위와 같은 맥락에서
소급입법금지의 적용확장의 결과라 할 것이다.
소급입법의 대상이 실정형법의 범죄와 형벌에 관한 것인 한, 위법성조각사유의 소급적인 폐지나 제한, 객관적 처벌조건이나 인적 처벌조각사유 등을 소급적으로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시키는 것, 형벌의 부수효과, 기타 자격상실 또는 자격정지, 몰수,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의 조건 등을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소급 
변경시키는 것 등은 허용되지않는다.

보안처분이 형벌 이외의 형사제재의 하나로 형법전에
등장한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 일어난 일이다. 보안처분은 형벌과 
성격이 다른 형사제재이므로 보안처분에도 본래 형벌에만 적용되었던 죄형법정원칙심지어 소급효금지의 원칙이 
미치는가에 관해 새로운 논쟁들이 벌어졌고, 
각국의 입법례도 차이가 난다.

순전히 논리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책임원칙에 근거를 둔 
죄형법정원칙, 특히 소급효금지는 책임과 무관한 보안처분에는 행위에 앞서 금지를 인식할 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할 필요가 없고, 그 한에서는 보안처분에 소급효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도있다. 
그러나 형벌과 보안처분은 다 같이 ‘법익보호 및 범인의 
사회복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형사정책적인 목표가 같다. 또한 자유박탈적 · 자유제한적 보안처분은 그 제재효과 
면에서 형벌과 유사하고, 특히 보안감호처분은 형벌보다 
더 가혹하게 장기간 개인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보안처분에 대해서도 소급효금지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자유법치국가의 형법원리에 
합치된다 할 것이다. 어떤 보안처분을 그 피처분자에게 
불리하게 소급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이로써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전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고, 
최고의 법가치인 인간의 존엄성 존중요구에도 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소시효의 만료 전에 시효기간을 사후적으로 연장하거나 공소시효진행을 정지시키는 것(부진정소급효)은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 반하지않는다는 견해가 독일 형법학계에서는 통설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대다수의 학자들이 이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공소시효는 단지 소추조건일뿐이고 범죄와 형벌은 이미 행위 시에 법률로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범죄자에 대한 인권보장의 필요성은 본래 범죄와 
형벌의존부 · 정도에 미치는 것이므로, 공소시효의 진행. 완성에 관한 그의 신뢰보호는 이미 공소시효의 정지제도가 
법정되어 있는 한(형소법 제253조),
애당초 상대적인 보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급적용금지원칙은 범죄와 형벌 보안처분의 가중에 
대한 법률규정은 다만 그 법률시행 이후 장래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그 법률시행 이전에 저질러진 범행에 대해서까지 소급적용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우리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의 형벌불소급원칙과 형법 제1조 제1항의 
행위시법원칙이 죄형법정원칙에서 파생된 네 가지 
세부원칙의 하나인 소급효금지원칙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그 속에 소급입법금지원칙과 함께소급적용금지원칙도 
함께 규정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판례의 변경과 소급적용의 문제

법원이 어느 범죄구성요건에 관하여 변경된 
해석을 그 변경 이전에 저질러진 범행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범행 시에 관행화되었던 법률의해석에 따르면 
불가벌적이었던 행위를 판례의 변경에 의해 가별적인 법행으로 판단하는 것이 소급적용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여기에서 문제된다.

이 점에 관해 판례 그 자체는 법원성을 가질 수 없고, 
법률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로써 국가형사사법작용과 형벌권을 제한하려는 죄형법정원칙의 본질적인 의미에 
비추어보면, 소급효금지를 관례에까지 적용할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이 입장에서는 만일 행위자가 관행화된 종전 판례의 입장을 신뢰하여 자신의 행위가 금지된 불법행위라는 것을 
몰랐다면 금지착오의 문제가 될 수 있을 뿐이라고 본다.

이에 반해 이미 확립된 판례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 소급적용한다면 사후입법에 의한 소급처벌과 
같이 피고인의 법적 신뢰 및규범안정성을 해쳐 결국 
죄형법정원칙에 반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 입장에 따르면 판례를 변경한 결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될 경우에는 그 효력을 당해 사건에 대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그 다음이나 장래의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하고, 
당해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서는 변경된 판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생각건대 판례의 변경이 구체적인 법 실현의 과정으로서 
법률을 보충하는 법적 견해의 변경일 때에는 법률 밖에서 
행해지는 법관의 자유로운 법 발견 내지 법 창조활동(Akt der Rechtsschöpfung extra legem)에 해당하므로, 
이 경우에는 피고인의 법과 불법에 대한 신뢰보호를 위해 
소급적용이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밖의 모든 판례의 
변경은 단지 객관적 법상황의 변경에 기인하여 새로운 
사안을 그 법률문언에 포섭하는법률의 구체화 작업 
내지 법률안에서의 법 발견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에는 법관의 활동이 이미 현존하는 법률안에서 
올바른 의미와 시의에 맞는 적절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법 발견활동(Akt derRechtsfindung intra legem)에 불과하므로 판례의 소급적 변경 적용이 
소급적용금지의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

공소시효는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그 진행이 정지되고, 
그 사유가 소멸함과 동시에 남은 시효기간만큼 다시 
진행한다. 공소시효의 정지는공소시효의 중단과 구별된다. 공소시효의 중단은 중단사유가 소멸하면 공소시효가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공소시효의 중단제도는 없다.
공소시효는 당해 사건에 관하여 공소가 제기된 
시점에서 그 진행이정지되고, 공소기각이나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다시 진행한다(형소 제253조 제1항). 이때 공소제기가 적법 · 유효했는지는 문제되지않는다.

공소제기로 인한 공소시효정지는 공소사실의 단일성 ·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건 전체에 미친다. 또한 시효정지의 
인적 효력은 공소 제기된 피고인에 대해서만 미친다. 
그러므로 진범 아닌 자에 대한 공소제기는 진범에 대한 
시효진행을 정지시킬 수 없다. 다만, 공범 간에는 특칙이 
있어, 공범 중 1인에 대한 공소제기로 인한 시효정지의 
효력은 다른 공범자에게도 미치고, 당해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형소 제253조 제2항).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형소 제253조 제3항). 
그러나 국외도피에는 공범특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공범 중 1인의 국외도피는 다른 공범자에게 시효 정지의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나치청산의 법적 과제를 안고 있던 서독은 이와 직접 
연관된 일련의 입법적 조치들을 죄형법정원칙에 
반하여서도 번번이 취했다:
1965.4.13. 에 "무기자유형이 법정형으로 되어 있는 범죄의 시효는1945.5.8. 에서부터 1949.12.31.까지 정지한다"는 내용의 공소시효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데(제1조 제1항) 뒤이어, 1969.8.4. 의 제9차 형법개정에 관한 법률에서는 
그러한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다시 30년간 연장하였다. 
끝으로 1979.7.16. 자 제16차 형법개정에 관한 법률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급살인에 해당하는 모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완성이 없다는 배제규정을 둠으로써 입법 
시마다 따라오던 논쟁의 소지를 아예뿌리채 제거해 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헌정질서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등 정치적 성격이 강한 일련의 소급적 특별법이 있었으나, 공소시효연장을 위한 소급적 특별입법은 없었다. 다만 일부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디엔에이(DNA)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있는 경우 10년 더 연장되고(성폭법 제21조 제2항),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에도 이와 같은 취지의 특례가 적용되지만(아청법 제20조 제2항), 
소급효금지의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부진정소급효는 인정하지만 진정소급효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부진정소급효에 해당할 소급입법은 공익상의 이익과 개인의 신뢰보호 이익 사이를 비교향하여 전자의 이익이 우선할 때는 허용된다는 것이다. 반면 진정소급호에 해당할 소급입법은 기존의 법률에 의해 공소시효가 만료한 이후의조치에 
해당하므로, 이미 시효이익을 획득한 개인의 법적 지위의 
안전,즉 처벌로부터의 자유와 안전을 사후입법을 통해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것이다. 

법치국가형법에서 소급효금지의 의미는 한 정치권력의 
통치기간이 끝난 후 형법수단을 동원하여 이미 과거가 
된 권력의 실세들을 복수하고자 하는 정치적 보복에 
형사입법이나 사법이 끌려다니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이 있다. 사후입법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치권력으로부터 과거 한때에는 강자였을지라도 지금 여기에서는 
약자의 처지에 놓인 개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쓰이는 빗장이 소급효금지의 원칙이다. 그러므로 소급입법금지는 자유를 보장하는 법적 안정성 이념의 요체인 것이다. 이것이 값싼 응보적 정의이념보다 낮게 취급될 수 없다는 점을 특히 문민독재가 가능한 
정치후진국에 사는 국가시민일수록 더욱 유념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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