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딜레마의 문제


































영미법학과 독일법학에서 인과관계를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인과관계의 개념은 책임 귀속과 관련된 것이고, 
책임 귀속의 근거로부터 아주단절될 수는 없다. 
인과관계가 규범적 분석보다는 사실상의 분석이라고 하여 인과관계의 개념을 자연과학적 개념과 연결시켰던 초기의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법학에서 인과관계의 문제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야기했는지 여부와 전혀 다른 문제다. 철학적 또는 과학적 인과관계의 분석과는 대조적으로, 법학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분석은 
자연이나 세상의 작동에 대한 기본적이고 경험적인 사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법학에서 인과관계론의 
목적은 사회적 해악의 발생에 대해 누가 어느범위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사실상의 인과관계는 법적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풀pool을 만드는 기능을 하는것이며, 사실상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들 중에서 법적 원인을 찾아내야하는 것이다.

규범적 판단으로서 법적 판단은 실증적 분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실증적 분석과 가치관에 입각한 판단이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법적 판단에는 객관적 사실과 규범적 
요소가 모두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학은 가치관련적 사실을 다루는 학문이며, 평가적 관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없기 때문이다. 법관도 판결을 기계처럼 찍어낼 수는 없으며, 법적 결론을도출하는 과정에 있어 항상 다양한 가치적 판단 사이에서 고뇌할 수밖에없다. 
기계적 법리학mechanical jurisprudence이 
가능하다면 법적 생활에 있어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겠지만,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용의 신축성이 
희생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적 판단에 평가적 
관점은필요한 것이다. 다만 다양한 정책적 요소와 가치관련적 요소를 고려할 때는 유형화와 세분화를 통하여 합당한 
판단의 기준을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상황적 맥락을 고려한 가치판단을 하면서도, 법의 보편성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법적 판단에서 사실과 가치의 딜레마는 일도양단하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구체적인 시안을 놓고 
양자 사이에서 끝없는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수범을 처벌하는 근거는 결과불법의 측면에서 보면, 범죄실현의 순차적 단계 중에서 실행의 착수에 이르면 구성요건적 결과감쟁의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기 때문이고(객관설), 행위불법의 측면에서 보면, 미수범이라 하더라도 행위자는 애당초 기수의 고의를 품고 있었던 것이고,
그가 실행의 착수단계에 이르면 내심에 가지고 있는 범죄 실현의사, 즉 법질서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나 심정이 표출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기도하다 (주관). 형법은 이 두 측면의 근기, 즉 결과 불법과 행의 불법을 모두고려해 미수범의 적정한 처벌방식을 정한다. 오늘날 확립된 견해에 의하면모든 범죄형태는 결과범이든 기동범이든 미수범이든 기수법이든 행위불법과 결과 불법이 모두 구비되어야만 온전하게 불법구성요건으로서 평가된다.
따라서 미수범의 불법구조는 기수범과 어떻게 다른지, 미수범 유형 간의불법구조는 또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미수범은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기수법과 달리 결과물범이 완전회 구비되어 있지는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법적대적인 태도나 의사로 범죄를 실현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주관적 측면의 행위불법은 기수범과동일하게 충족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다만 중지미수는 예외) 미수범 중에서 불법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장애미수의 경우는 행위불법은 기수법과 같지만 결과불법이 그보다 축소된다. 우선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의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고 결과발생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결과발생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은 관념할 수 있고 이러한 ‘법익의태화‘는 기수범의 결과불법인 ‘법익침해‘ 보다는 ‘감경된‘ 결과 불법으로 인정된다. 불능미수의 경우는 실행의 착수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여도이미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가능미수인 장애미수에 비해 결과불법이 거의 소멸했거나 기껏해야 ‘법의평온상태의 교란‘이라는 가장 약한 상태의
결과불법만 인정된다.

요컨대 불능미수 도그마틱에서 요구되는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은 사후적으로 판단되는 사실관계의 확정에 관한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그렇게 보더라도 모든 미수범이 불능미수로 의율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사전적으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판단할 경우 행위자에게 ‘현저한 착오‘가 없는 이상 불능미수로 의율할 사례가 매우 축소되어 미수범 도그마틱의 적용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바,
이처럼 불능미수 조문에서 착오의 의미를 현저한 착오‘로 제한해 축소해석하는 것은 법문의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유추해석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가져오므로 통설과 판례에 따르면 허용되지 않는 ‘부당한 축소해석 (제한적 유추해석)‘에 
해당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을 사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가 결코 행위가종료된 사후적 시점에 행위자에게 
착오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아님은 전술한 
바와 같다. 즉 이 입장에 따르더라도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은 실행의 착수 시점이나 실행행위가 종료되기 이전의 시점을 기준으로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전적 관점을 내세우는 견해와 차이가 없음에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로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사안이었는지 여부는 사후적으로 밝혀, 만일 불가능하다면 그렇기 때문에 실행의 착수 당시 이미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어 불능미수로 의율할 사안이 된다는 취지이지, 단지 사후적으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나 범죄실현이 불가능했다는 점으로 인해, 행위가 종료된 시점을 기준으로판단할 때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아 장애미수로 의율되어야 할 사안이 불능미수 사안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법질서 내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법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변천으로 말미암아 일정 사안군에서는그에 입각한 해결이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해 주지는 못하는 경우도 생겨날수 있는데, 이때 우리는 전형적인 법의 딜레마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해당 경우에 그 법리를 관철시키는 것도 만족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그 법리를 쉽게 포기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 법리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인간의 존엄‘이라는 규범이 가지는 절대성은 기존에 ‘인간존엄의 불가침성‘이라는 공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불가침성은 곧잘 인간존엄의 보호영역 안에 드는 법익의 ‘형량 불가능성‘으로 이해되곤 하였다. 이를 제한하는 행위는 그것이 어떠한 동기에 의한 것이든, 어떠한 수단에 의한 것이든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위법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하는 기존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사안들의 대두(예컨대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생명공학의 발전, 인신을 수단으로 한 극단적 범죄 행위의 증가는 인간존엄의 절대성, 형량불가 법리를 그대로 두고 적절한 해결이 가능한지에 관해 많은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그와 관련된 국외의 판결들은 이들 사안들에 대응하고자 한 국가의 행위들이 과연 합헌적인지와 관련하여 여러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존엄의 형량가능 여부를 눌러싼 위의 제반 논의는 일종의 법의 덜레마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는 인간존엄 법리의 구체적 타당성과 법체계내에서 그것이 수행하는 일반적 기능 사이의 딜레마이기도 하면서, 동시에현대 헌정국가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견차에 기인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존중 의무와 보호의무 중 무엇이 우선하는지, 예외상태론이얼마나 인정될 수 있는지, 합헌적 국가권력작용의 범위는 어디인지, 기본권의 법률유보의 한계가 무엇인지 등의 물음은 모두 헌정국가에 대해 어편 규범적 자기이해를 갖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 현정국가가 그냥 국가가 아니라,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국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귀걸이기도 하다. 이렇게 근본적 문제들이 결부되어 있는 이상, 그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고자 제안된 최근의 제3의 시도들 역시 완전한 것일 수 없다. 예컨대 ‘법적 가치평가로부터 자유
‘로운 영역‘과 같은 개념이나 ‘법체계와 도덕세계의 원칙적 분기를 받아들이면서도 이들의 상호보충성을 활용해 보고자 하는 이론구성‘ 등이 그것이다.24 이들 제안이 갖는 고도의 이론적 성격은 이들이 법철학적 논쟁과 깊숙이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잘 확인되는데, 결과적으로 딜레마를 해소한다기보다 딜레마의 위치를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곧잘 직면하고있다.

법률문언이 모호하고 역사적 해석에 따른 결론과 목적론적 해석에 따른결론이 각기 다르며, 그 두 결론은 모두 법률문언의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법관은 둘 중 어느 해석방법을 따라야 하는가? 필지는 목적론적 해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해석결과가 다른 상황은, 과거 입법자의 의사가 잘못된 전제에 입각하였거나, 법이론이나 과학기술 등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거나, 기타 다른 사정으로 인해 현재의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더 나은해석방안이 존재하고 그 해석결과가 법률문언의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데굳이 법관이 과거 입법자의 의사에 얽매여 법해석을 할 이유가 없다(법률은입법자보다 현명하다.
결론적으로 위 세 가지 상황에서 모두 역사적 해석은 독자적으로 다른해석방법을 뛰어넘을 수 없다. 역사적 해석은 문언해석이나 체계해석, 목적론적 해석을 보완하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렇다면 역사적 해석을 나머지 3개의 해석방법과 동급의 해석방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입법관련 자료를 자주 확인하는 것과 과거 입법자의 의사가 법률해석시 주된 또는 결정적 의미를 갖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국어사전의도움을 받아 법조문만 읽어서는 올바른 문언해석이나 체계해석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목적론적 해석을 하려면 해당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를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법률문언뿐만 아니라 과거 입법자의 의사가담긴 입법자료가 도움이 된다. 즉 문인해석, 체계해석, 목적론적 해석을 잘하려면 과거 입법자의 의사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법관은 입법관련 자료를 종종 찾아보게 된다. 과거 입법자의 의사는 해석기준이라기보다 판단자료에 가깝고, 역사적 해석은 문인해석, 체계해석, 목적론적 해석을 보완하고 서로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개혁입법은 크게 4가지를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제한 경찰의 수사종결권 부여,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하 ‘공수처‘의 신설이 그것이다.
첫째, 직접수사권의 제한은 검찰청법의 개정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형사절차에 관한 기본법 형사소송법이다. 
따라서 수사권의 근거 역시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195조(개정법 제196조)에 기하여 
수사권을 갖는다. 한편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의 직무 중 
하나로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 유지를 규정하고 있다. 
개혁입법 전에는 
두 조항 모두 수사의 범위에 제한이 없었다. 

수사지휘권의 제한이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철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검사는 
사법경찰관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지휘권을가지고 있었다.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이 있었지만 수사개시 이후에는 
모든 수사에 대한 지휘권이 그대로 유지되었다(제196조). 개혁입법은 이러한수사지휘권에 관한 일반규정을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였다
(개정법 제197조). 다만 부분적으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경우를규정하고 있는데, 송치사건이나 영장청구사건에 관한 보완수사요구(개정법제197조의2), 경찰 수사과정에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있는 경우의 
시정조치요구(개정법 제197조의3), 불치사건에 대한 
재수사요청(개정법 제245조의8)이 그것이다. 
이로써 수사전반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이 폐지되고 대신 특정한 경우에만 지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넷째, 공수처 설치의 근거법인 공수처법이 제정되었다. 
공수처는 입법,행정, 사법 등에 걸친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여 그 본인 또는 가족이범한 직무에 관한 
죄 및 직무와 관련된 공문서 · 횡령·배임의 죄 등을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조직으로 신설되었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판사 및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관하여는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를,
그 밖의 고위공무원에 관하여는 수사만을 하도록 
하였다(제3조). 공처와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중복되는 경우 공수처장은 다른 기관 사건 이첩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고 자신의 사건을 이첩할 수도 있으며,
다른 수사기관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공수처에 통보하여야 한다.(제24조)

이에 따라 여러 수사기관이 경합하는 경우 공수처장이 사건을 담당할 수사기관을 정하는 권한을 가지며, 다른 기관이 공수처장 몰래 수사할 수 없도록하였다. 특히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사건을 공수처에 의무적으로 이첩하도록 함으로써(제25조), 검사에 대한 사건은 공수처에 전속되도록 하였다. 다만, 경찰의 고위공직자범죄에 관하여는 유사한 규정이 없다.

이상 개혁입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들은 모두 한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검찰이 
수사와 공소에 관하여 가지고 있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그것이다. 
종래 검사가 가지고 있던 권한 중 일정부분을 
공수처와 경찰로 이전하고 검사의 경찰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는 대신 경찰의 독립성을 강화함으로써 
검찰권력을 직접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공수처에게 검찰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함으로써 
검찰권력을 간접적으로 축소하였다.

개혁입법은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라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되었고일부 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신속처리안건제도는 2012.5.25. 법률 제11453호로 국회법 개정되면서 도입된 것인데, 쟁점안건의 심의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심의되며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되도록 함을 공식적인 입법취지로 하고 있다. 51) 부당한 방해를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입법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개혁입법의 제안자 입장에서 보면 정의로운 개혁에 저항하는 불의의세력을 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반대의견을 사실상 배제하려는 전략으로 사용되는 것까지 신속처리안건제도의 정당한 취지에 맞는다고보기는 어렵다. 신속처리안건제도도 결국 대화와 타협을 촉진하자는 취지이지 대화가 
안 되니 밀어붙이자는 취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대화참여자가 균등하게 주장하고 반박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개혁입법은 충실한 논의가 없었고 오히려 신속처리안건의 지정을 통하여 논의참여자를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논의의 장 밖에 위치시켰다.
개혁입법은 입법과정에서 하버마스의 균등한 주장·반박의 기회를 박탈한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개혁입법은 하버마스가 제시하는 이상적 대화상황의 어떠한 조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하버마스의 이상적 대화상황은 이상적이어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그러므로 현실세계에서 이 조건을 모두갖춘 입법만이 적법하고 유효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화상황의4가지 조건 중 단 하나도 갖추지 못한 경우는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이러한 대화상황에서 이루어진 입법은단순히 정당성이 없는 수준을 넘어 헌법원칙인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수준에 이른다.
개혁입법은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민주적이라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민주적 정당성과 적법절차 원칙의 면에서 심각한 훼손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이나 입법영역에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합목적성이 지배한다. 그러나 사법분야는 합법성이 지배한다. 
형사사법은 이미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날아올라 책임을
고민하는 미네르바의 올빼미이다. 특히 국가의 공권력이 
적나라하게 국민에게 행사되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형사사법은 국가권력 앞에 서 있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절대적 가치로하여 적법절차의 
원칙을 이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사법은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법치주의가 강하게 요구된다.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무고한 한 사람이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 다수의 지배인 민주주의가 
법치주의와 충돌할 때 민주주의는 잠시 양보하게 된다. 
우리 헌법이 사법권의독립을 보장하고 검찰청법이 
법무부장관의 개개 검사에 대한 수사지휘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형사사법은 수사, 기소, 재판, 집행을 모두 포함한다. 
검찰권력이 수사와 기소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한 이
국가형벌권(형사사법권)의 일부를 행사하는 것이고, 
따라서 법치주의의크청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여기서 검찰권력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청되며,
넘치권력의 검찰통제는 법치주의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

한편, 정치권력은 다수의 대표로 여겨지지만, 
정치권력의 의사가 언제나 다수의 의사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간접민주제하에서 선거에 의한 위임은포괄적이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가지는 의사는 다수의 의사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언제나 정치권력의 의사가 다수의 
의사라고 한다면 이는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가령 국민이 A에 투표하였다고 하여 그의 모든 정책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선출 후 A의 모든 정책결정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나아가 A를 선택한 선출투표나 
선출 후 A에 대한 지지의사 자체가 실체와 다른 주장에 
기망당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정치권력의 
의사는 실제로는 다수의사를 반영하고 있지 않아, 
정치권력에 의한 통제는 실질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정치권력에 의한 검찰통제가 실질적인 
국민의사에 반하는 경우는 민주적 통제라 할수 없다.

개혁입법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였다. 
그동안 검찰이 비판을받아온 주된 분야가 바로 
직접수사이다. 이 점에서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개혁입법은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수사를 완전히 금지하지않고 일부 범위에서 
남겨놓았다. 이는 아마도 검찰 직접수사 인력의 진로도 
고려되었을 터이지만 무엇보다 일면에서 효과적인 
수사기능을 수행해온 검찰의 수사용량을 그대로 
폐기함으로써 오는 국가 수사기능의 약화도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직접수사가 문제되었던 것은 그 수사가 검찰이 
행했다는 사실때문이라기보다는 그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경찰수사는검사의 수사지휘하에 
있었지만, 검사의 수사는 내부통제 외에 제3자 검증이 
없었기 때문에 오류와 독단에 빠질 위험이 컸던 것이고 
이 때문에 늘직접수사가 문제되어 왔던 것이다.
개혁입법이 직접수사를 유지한 부분은 종래 직접수사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개혁입법이 직접수사를 금지한 부분은검찰에 의한 폐해는 사라질 것이지만, 그 직접수사를 맡은 다른 수사기관이 
그 폐해를 이어받을 것이다. 공수처는 외부 통제 없는 
수사와 기소를하므로 종래 검찰의 직접수사의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그대로이어받는 것이고, 
경찰은 간접적이나마 검사의 통제를 받으므로 
문제의 강도는 약화되지만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강조된 제도 아래에서 유사한 문제점은 그대로 존재한다.

공수처는 판검사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그 밖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하여 검찰보다 
더 효과적이고 적법한 수사를 할 확률은 높지 않다.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편향성은 구조적으로 대통령 및 그 우호세력에게 
유리한 방향이 공수처 신설 당시의 집권세력에게 추가적인 유익이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특히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하여는 수사와 공소를 모두 담당한다. 경찰, 검찰, 법원은 형사사법기관이다. 
공수처는 형사사법기관에대한 형사사법권을 행사하는 
기관인 것이다. 만일 공수처가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지 
못한다면 정치권력이 형사사법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공수처를 매개로 하여 형사사법권 전체가 
정치권력의 영향 아래로 들어가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생긴다.
공수처는 검사에 대하여는 전속적 관할권을 경찰, 
법원을 포함한 다른고위공직자에 대하여는 우선적 
관할권을 가진다(제24조 제25조). 
수사처점사는 고위공직자인 검사(제2조 제1호 파목)와 
구분되므로 경찰과 검찰이 관권을 가진다. 
비대한 권력을 가진 수사기관의 힘을 분산하여 
각 수사기관이 통제가능한 수준의 권력을 가지도록 
조정하면, 정치권력은 공수처를 통하여 경찰, 검찰, 
법원을 통제하고, 검찰을 통하여 경찰, 공수처를 
통제하며, 경찰을 통하여 검찰, 공수처를 감시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분산과견제를 통하여 정치권력은 수사권력 
전체를 통제하게 된다.
개혁입법은 정치권력이 형사사법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였다. 

비례원칙에 따르면 선거법으로 선거범죄를 구성하고 
그 죄를 저지른 후보에게 일정한 형사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지만 그 제재는 그 범죄의 죄질과 정도에 
비례하여야 하며 과도해서는 안 된다. 특히 범죄에 
대한 형사적 제재는 개인책임주의에 따라 교량되는 
것이어야 하고 제3자나 공적 질서에 
과도한 영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문제삼는 당선무효를 가능하게 하는 법률조항은 
선거범죄의 경우 벌금이나 징역형에 더하여 당선무효라는 법적 효과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선무효의 효과는 개인이 실제로 감당할 수 없고 
헌법규범적으로 감당해서도 안되는 선거의 효력을 부정하는 제재를 
결부시킨 것이다. 공무를 담임하는 것은 그 공무원의 
사익만은 아니며 그 공무원을 대표로 선출하여 공무를 
담당하게 한 유권자의 공익이 결부된 것이므로 개인의 
유적유무에만 의존하여 선거결과를 번복하는 것은 
헌법상 선출직 공직의 파면에 요청되는 법익형량의 기본체계를 벗어난 것이다.
선거범죄의 경우 법정형이 충분히 낮아서 벌금 100만원 
이하를 선고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당선무효의 제재가 
병행되지 않을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선고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기준 없이 
오로지 법관의 재량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유권자의 의사를 법관의 의사로 대체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의 경우와 같은 일부 선거범죄의 경우 법정형 최저한이 너무 높아 선고유예가 아니면 
당연무효가 불가피한 경우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입법자 스스로가 사법판단의 여지마저 주지 않고 유권자의 의사를 대체한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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