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차별금지법의 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이 돋보입니다.








인권은 아주 오래된 묵은 주제이면서 동시에 항상 새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인권은 인간의 의식과 정신현상의 진보에서 때로는 혁명투쟁적인 공격수단이었던 반면, 때로는 자기 방어적이면서도 강제력을 지닌 보장수단이라는 다른 일면도 포함한 이중성을지녀 왔다. 18세기 미국의 독립투쟁과 프랑스 시민혁명의 시기에는 인권이 구체제에 대항하는 돌격나팔이었다. 그러나 독립의 쟁취와 구체제의 붕괴 이후에는 인권이 일단 쟁취된 입지, 즉 자기존재가치를 보전하고 어떤 반동으로부터도 자기입지를 수호하기 위한 방어체제로 전환했다. 그 일환으로 인권은 단지 역사적인 인권선언문서 형식으로 남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근대국가의 성립과 더불어 국가헌법과 그 하위규범들 속에서 ‘포기할 수 없는 규범 ‘처분할 수 없는 신성한 권리‘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항상 변화하기 마련이다. 인간의 의식이 변화하면 그에 따라 생활양식도 변화한다. 또 생활양식이 변화하면 더불어 법과 제도도 변화해 왔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역사적 · 사회문화적 경험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할 점은 오늘날 인권이 한 국가 내의 국지적 영역을 뛰어넘어 국제적인 정치이념 내지 규범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인권사상은 원래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존재의 올바른 자리매김과 자유롭고 안전한 인격실현을 위한 투쟁 및 방어기제였다. 그러나 서구기독교사회에서 세속화과정을 거쳐 근대 후기에 접어들어,
특히 무신론과 실존주의의 세례를 받으면서, 근대인권사상은 종종신(神) 없는 세상에서 인간을 신 노릇하는 존재로 우상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남용될 소지를 잉태하게 되었다. 인간과 인권을 우상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권독재 내지 인권만능주의의 상황으로 치우쳐 흐를 수 있다. 인간이성의 자율적 조화와 진보는 이념적으로 상정 가능하지만, 그것만을 절대화할 경우, 그것이 도리어 인간의 생활세계를 식민지화할 수 있는 변태적 이성으로 도구화하듯 말이다.

현대 그리고 후기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개인 위주의 근대적보편인권은 좌파 성향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문화상대주의, 탈근대주의 사상에 의한 비판에 직면하여 새로운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사회정의와 공동선과 같은 이념의 틀 속에서 사회적 약자와소수자의 인권이 강조되고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 정의(justice for all)가 아니라 일부, 즉 피해자 또는 사회적 약자로서 유색인종, 유태인, 여성, 빈민, 동성애자 등 특정부류에 속한 이들을위한 정의(justice for some)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도 눈길을 끈다. 

현대 인권의 역사적 진행에서 가장 어려운 난제 중 하나가 ‘소수자 권리‘의 문제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인권의 보편성의 구도가특정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정 내지 해체 위기를 맞을 수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제도학적 관심사는 어떤 제도나 정책이 강성이나 연성이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짓인가에 쏠려 있다. 만약 어떤 제도와 정책이 시민의 이익(utilitascivitas)에 보다 잘 합치한다면 그 정책을 추구해야 하며, 그것이 공동선(bonum commune)과도 합치한다면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제도의 다양한 기능 중 가치중립성이나 도구적 성격에 대한지나친 강조는 반성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개인의 권리만을 강조하다 보니 공공의 이익이 침해되고, 다수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간주되어 역차별 논란을 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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