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헌법해석에 따르면 인간의 존엄을 존중해야 할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는 부작위청구권, 즉 국가가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하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한 소극적 행위의무에 국한된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인간의 존엄을 보호해야 할 의무로부터는 국가에 대한 행위요청, 즉 국가의 적극적 행위의무가 도출된다고 보지만, 이 적극적 행위의무는 국가 외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인간존엄의 침해를 방어하는 것에 국한된다고 한다. "국가 외적 영역에서 인간존엄의 존중요청이 침해 (그것이 개인에 의한 것이든, 사회집단이나 외국에 의한 것이든)되는 모든 경우에 "국가에대한 인간존엄의 존중 요청에는 당연히 그러한 침해를 방어하는, 국가에 대한 적극적 행위요청도 포함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일반적해석에 따르면 인간존엄의 침해에 대한 법익주체의 방어권 - 이는인간존엄의 불가침성을 선언하고 있는 기본법 제1조 제1항 1문에서도출된다 - 에는 인간의 존엄을 존중해야 할 국가권력의 의무를규정하고 있는 2문에 비추어 볼 때, 국가권력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부작위청구권도 포함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부작위청구권에는 인간의 존엄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의 의무를통해 국가 이외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침해를 방어해야 한다는, 국가권력에 대한 방어청구권이 추가된다고 한다. 하지만 ‘보호‘ 라는 적극적 행동은 ‘적극적 형성‘이 아니라 ‘단순히 침해의 방어‘, 즉 ‘방어적 국가활동‘으로 파악한다.
우리가 인간존재를 추상적인 사유에 의해 극단적으로 관념화된존재 그 자체로 파악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실제로 살아가면서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는 인간존재의 측면에서 파악한다면 인간의 전체 모습은 각각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인격성과 연대성을 구성하고 규정하는 다양한 측면과 차원의 연관성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존엄성이 달성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 이 인간존재는 때로는다른 인간존재와 같게 때로는 같지 않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그를 인간존재 일반으로 규정하는 것, 즉 개개의 인간을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본성이나 이성을통해 인간으로 규정하는 측면에서는 모두 똑같다. 그러나 다른 인간과의 일상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의 인간은 그의 존재를특정한 어느 누구로서 규정하고 있는 것의 측면에서는 때로는 같고 때로는 같지 않기도 하다. 예컨대 자식과의 관계에서 어머니로서 또는 학생과의 관계에서 선생으로서 인간은 서로 같지 않지만, 여러 아이들 가운데 한 아이, 여러 손님들 가운데 한 손님, 여러 구매자들 가운데 한 구매자는 서로 똑같다. 나는 이러한 특정한 어느누구로서의 인간존재를 ‘로서의 존재 (Alssein)‘라고 부른다.
인간은 모든 행동과 모든 상황에서 그의 사회성에 따른 구체적인상황의 특정한 어느 누구(예컨대 의사 또는 환자 선생 또는 학생, 사는사람 또는 파는 사람, 남편 또는 아내로서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남을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 자신으로서의 개별성및 인간 일반으로서의 인간성 그 자체도 인간답게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대한 침해는 인간의개별적인 욕구와 능력에 따라 자기 자신을 자기에게 귀속시키거나자기를 처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고, 남편이나 아내와 같은 특정한 어느 누구로서 특수하고 유형적인 방식에 따라 자기 및 타인에게 귀속시키거나 타인을 위해 자기를 처분하는 것 - 물론 이때도 그러한 남편 또는 아내로서의 그들 자신의존엄은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발생할수도 있다. 또한 인간의 존엄은 인간 일반으로서 스스로를 실현시키는 것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침해될 수도 있다.
모든 국가가 그렇듯이 법치국가, 사회국가, 민주주의도 근본적으로 인간을 목적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국가성 (Stantlichker)의 측면이나 차원 역시 인간에 대한 봉사의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또한 이 인간에 대한 봉사 자체의 존재론적, 인간학적 근거도 오로지 인간의 특정한 측면과 차원에서만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잠정적인 명제는 이것이다. 즉 법치국가, 사회국가, 민주주의의 궁극적 의미와 최고목적은 이러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국가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보존조건과 발전조건의 창출이다. 이 인간의 보존조건과 발전조건은 - 우리의 오늘날의 이해에 따르면 - 예속과 착취로부터 벗어나고, 공포와 궁핍으로부더 자유로운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우리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다. 즉 기본법 제1조에 의해 국가 전체의 원칙과 목적을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만이 법치국가, 사회국가, 민주주의의 형식적 원칙과 실질적 목적을 진정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원칙의 궁극적 전제와최고의 목표는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보존조건과 발전조건을 보장하는 것이다. 즉 법치국가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국가를 통해 사회적 복지와 인간 상호간의 정의를 보장하며, 민주주의를 통해 인간의 정치적 자기입법과 공동결정을 보장하는것이다. 그러나 법치국가와 민주주의의 원칙과 목적을 순전히 형식적으로만 해석하는 오늘날의 지배적인 입장을 감안할 때, 우리는 어떻게 인간의 존엄이라는 원칙규범으로부터 헌법체계를 실질적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까? 인간의 존엄에 대한 헌법적 보장은 기본권체계와 법체계 일반의 토대 이상의 것이 아닐까?
법실증주의는 그 자체 법에 대한 순수 형식적 구성과 해석을 의피할 뿐만 아니라,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또한 효력을 발휘하는것, 즉 절대적 권위로 정립된 실정법을 옹호하려는 실질적 결정을의미한다. 따라서 법실증주의는 기존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모든개혁적 혁명적 변경을 거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가에 대한 순수 형식적 구성과 해석도 부지불식간에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지배적인 것, 즉 절대적 권위로 정립된 실정적인 국가를 옹호하려는실질적 결정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형식적 입장에 따른다면 인간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간을 위해존재한다는 기본법 제1조의 근본결점은 원칙적으로 평가 절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증주의적 국가관에서는 국가가 인간을 존재핵심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자신을 존재핵심으로삼는다. 이러한 국가관에 따른다면 법치국가의 의미와 목적은 국가 자체가 마찰이나 장애가 없이 기능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국가가 인간성을 실현하는가 아니면 실현하지 못하는가는이와 같은 ‘순수한‘ 국가관에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형식적 개념의 법치국가는 독일 헌법의근간을 이루고 있고 또한 인간의 존엄을 지향하는 실질적 개념의자유 법치국가와는 정반대되는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법치국가는 그 형식적 성격으로 인해 국가활동의 다양한 내용규정에 대해 개방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지 외관에 불과하다. 한 세기에 걸친 형식적 법치국가의 역사가 보여 주고 있듯이 형식적 법치국가는 사실상 국가에 대한 순수 국가주의적 구성과 해석을 옹호하는 편파성을 드러낸다.
"인간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것, 즉 윤리적 생활형성에 대한 인간의요청을 인정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자유의 인정으로 귀착된다. 하지만 이 말은 자유의 범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소극적 자유는 개인의 자기발현을 위해필수적인 조건이다. 자유가 인간의 자기발현을 위해 봉사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점으로부터 자유는 법치국가와 관련된 독자적 가치가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잠정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즉 법치국가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이념과 결부국가로서 법질서를 통해 인간존엄의 존중을 보장한다. "
오늘날 우리가 자유 법치국가라고 부르는 국가에 대한 칸트의철학적 구상은 일종의 신조(Glaubensartikel)로 이미 묵시적으로 헙법상의 법치국가원칙뿐만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정치적 국가에 대한 법적 개념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국가형태의 가치와 생명력에 대한 믿음의 기초는 권위적 색채의 전체주의 국가에서와는 달리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즉 자유 법칙국가를 통해서만 사회적 토대나 상부구조에서 창조적 자유, 즉 대립과 경쟁을 통한 쌍방적이고 전면적인 자유의 활동이 전개될 수있으며, 이러한 자유가 없다면 한 사회나 인류 전체의 점진적인 변화와 개선을 위한 지속적 진보과정이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유 법치국가는 사회의 경제적 토대의 측면에서 이른바 자유경쟁경제를 통해 개인의 물질적 이해관계의 충돌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다시 말해 자유경쟁 경제는 ‘합법적 자유‘의 질서를 보장하여 물질적 이해관계가 최대한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하면서도, 그것이 자연적 자유‘로 전락하거나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자유법치국가는 경쟁을 통해 생산방법과 생산기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우리 문명의 경제적 발전이 최대한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자유 법치국가는 분명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향한 ‘정의의 길‘로발전하기 위한 조건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이 정신적 독자성과 윤리적 자기결정을 위해 떨쳐 일어난 것은 계몽주의에 의해 사상적으로 준비되었고, 프랑스혁명을 통해 구체적 사실로 전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 법치국가는 단순히 발전질서에 불과한것만은 아니다. 즉 자유 법치국가는 인간존엄의 필수적 전제조건인 개인의 정신적 독자성과 윤리적 자기결정이 위협받고 침해당하는 경우 - 그것이 개인에 의한 것이든, 사회나 국가에 의한 것이든 - 에 이에 대항하여 인간다운 삶이 보존될 수 있게 만드는 질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 외적 영역이나 국가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어떤 행동에 의해 인간존엄의 존중요청이 침해될 경우에는 언제나 자유법치국가가 (소극적) 형성기능에서 탈피하여 (소극적 보호기능을행사하게 된다. 즉 이 경우 자유 법치국가는 정신적 독자성과 윤리적 자기결정에 따른 인간다운 삶이 개별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개인 및 사회의 창조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형성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보호기능도 담당하게 된다. 기본법 제1조 제1항 2문은인간존엄의 존중뿐만 아니라 인간존엄의 보호 역시 ‘모든 국가권력의의무‘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대한의 자유와 평등한 자유의질서인 자유 법치국가가 각 개인이 정신적 독자성과 윤리적 자기결정에 따라 삶을 형성하도록 보장하는 것은 곧 인간의 존엄을 존중해야 할 국가의 의무로부터 도출되는 필연적 결론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대한의 안전과 평등한 안전의 소극적 보장 역시 기본법제1조 제1항이 모든 국가권력에 부과하고 있는 인간존엄의 보호의무로부터 도출되는 필연적 결론이다.
법질서를 "의심스러울 때는 자유를 위하여!"라는 자유 법치국가의 원칙에 따라 형성하기 위한 일반적 헌법위임과 일정한 원칙들에 따라 법질서를 변경하고 새롭게 형성하기 위한 개별적 헌법위임을 통해 법치국가 - 다른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회국가와는 달리 - 로서의 현대국가는 단순한 보호기능을 넘어 -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 인간의 목적을 위한 형성기능을 갖게 된다. 즉법치국가는 개인의 보존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을 위한 일정한조건도 보장하며 또한 사회의 보호와 유지뿐만 아니라, 더욱더 자유롭고 더욱더 평등한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일정한 조건까지도보장한다.
개인과 국가의 최대한의 그리고 평등한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질서인이 최후의 단계에서 비로소 우리가 대내외적 자유 법치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달성될 수 있다. 오늘날 ‘시민사회‘와 ‘세계시민사회‘라는 창조적 법 유토피아를 통해 철학적 이론과 정치적 실천을 규정하기 시작하고 있는 자유 법치국가의 원칙에 따라 포괄적질서가 수립될 때 비로소 국가의 내적 관계와 국가 상호간의 관계에서 법을 수단으로 삼아 국가 - 그것이 개별 국가이든 ‘인류국가‘ 로의 포괄적 통합이든 - 를 통해 인간의 발전 및 인간존엄의 보존을위한 네 가지 조건이 보장되고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개인의윤리적 발전과 보존을 위한 조건 및 ‘사회적 인류 전체의 윤리적 발전과보존을 위한 조건이 보장되고 유지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질서와 국가조직이 제일의 전제로 삼고 있는 원칙, 즉 기본전제와 목표설정은 무엇일까? 또한 궁극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지향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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