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라는 이름을 핑계 삼아 불명확한 자연법의 관념을 현행법의 손을 빌려 구현하려는 유혹에 빠져서 안 된다는 주장은 언제나법적 안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에다 그 근거를 둔다. 누구든지 국가기관에 법적 청구를 하거나 또는 법을 위반하여 쟁송을 당하였을 때,
그는 먼저 자신의 쟁송사안에 관련하여 행위당시 문제된 법이 무엇인지, 그 법상태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처지에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법질서에 흠이 있을 수 있고 불확실성도 있다. 하지만 법치국가라면 그 경향만은 법에 붙어 있는 이 불안전요소를 가능한 한 축소하거나 삼가 함으로써, 의심스러운 때에는 개인의 자유에 유리한 방향(in dubio pro rea; nullum crimen sine lege; nullapoena sine lege; nulla poena sina culpa etc.)으로 나가야 한다. 결코 윤리나감정에서 도출된 어떤 자연법류의 새로운 법원(法)을 증대시켜서는안 된다. 4사법(法)의 목표는 정의의 실현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법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법의원칙에 반하는 법규범, 법적 성격이 불분명한 법규범에 정의를 얽어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 정의의 요구인 것이다. 왜냐하면
법의 최상위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 보호와 보장에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현재 허용된 행위 또는 부작위 때문에 사후에 소급적인인 법률을 근거로 책임을 지게 된다면, 그것은 단지 법적 안정성의 요구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정의의 요구에도 반하는 것이다. 자신의 후기 법철학에서 법적 안정성 그 자체가 정의의 일부임을 
밝힌 라드브흐의 견해를 여기에서 다시 거론하지 않더라도, 법적 안정성과 정의 투원칙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선한 법, 좋은 법으로서 ‘사랑의 법을 이루어 가는 데 
서로 보완적인 자리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더더욱 
그러한 것이다.

첫째, 형식적인 의미의 법치국가는 법적 안정성을 이념으로 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려는 것을 뜻한다. 형법과 관련하여 형식적 법치국가가 갖는 의미는 ① 성문법 우위와국민의 권리제한은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법률유보의 원칙 ② 범죄와 형벌은 반드시 사전에 미리 제정된 법률에 의해 처리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내포하는 죄형법정의 원칙(Gesetzlichkeitsprinzip), ③ 그법률의 형식과 내용은 또한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는 법률 명확성의원칙, ① 소급효금지의 원칙, 유추적용금지의 원칙, ⑤ 법률에 따른 법관의 재판에 의한 형의 확정과 집행의 원칙 등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삼는다. 14둘째, 실질적 의미의 법치국가 개념은 인간의 존엄 및 자유와 평등을 구체적인 법률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성함으로써 국가의 목적이 실질적으로 인권과 정의의 이념에 합당한 질서를 확립하는 데 적극적으로봉사하는 그런 국가를 말한다. 실질적 법치국가원리는 형법 질서와 관련하여 ① 개인의 행동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사회의 안전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형벌권행사의 원칙 (필요 없이 형벌 없다), ② 잔인하거나 가혹한 형벌배제의 원칙. ③ 책임원칙(불법 없이 형벌 없고, 책임 없이형벌 없다), ④ 평등의 원칙(과잉금지, 과소금지), ⑤ 자의적·감정적인 판결금지의 원칙, ⑥ 형법의 내용적 적정성과 형사소송절차의 공정성을 위한 적법절차의 원칙, ⑦ 전과자라는 사실로 인한 사회적 차별대우금지의 원칙 등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삼는다.

실체적인 적법절차의 원칙은 법률에 정한 공정한 절차라는 의미한법 제12조 1항 외에 그 법률의 실체적 내용이 또한 걱정하여야 함을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적정한 법률이란 현실적으로 효력을 지닌 법이라기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올바른 법(richtiges Recht), 즉 현실의 구체적인규율대상에게 최소한의 희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균형을 갖춘 올바른내용을 지닌 법이어야 한다는 데 무게중심이 놓여 있는 것이다. 또한형법이 적정하다 함은 구체적인 내용이 사회질서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으로서 마땅히 형법으로 규율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고, 형평과정의의 이념에 합치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존중 · 보호요청에 합치하는 것을 뜻한다.
19그 밖에도 형사제재 중 특히 형벌에 대한 법치국가적 제한원리로서는 책임원칙(책임 없이 범죄 없고, 책임상한선을 넘어가는 처벌 없다)과 보안처분에 대한 제한원리로서 비례성의 원칙도 실질적 법치국가에서 오는 제한원리임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특히 중점적으로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죄형법정원칙이다. 죄형법정원칙은 형식적 법치국가의 산물이지만, 법이념적으로는 법적 안정성(Rechtssicherheit)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1) 법률 없이 범죄 없다(nullum crimen sine lege)The이 원칙은 어떤 행위가 비난의 대상이 될 만큼 사회적으로 매우 유해하더라도 국가는 그것이 법률상 사전에 범죄로 명백히 공표되어 있을때에만 형사제재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1953년 우리형법 제정 당시엔 자판기 같은 시설물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공중의 편익을 도모하고 판매 인력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도처에 편의시설로 자판기가 들어섰다. 그에 따라 부정사용의 예도 증가하여 자동설비의 사회적 기능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그에대한 부정이용행위를 처벌할 필요가 높아졌다. 물론 자동설비 중 자판기를 부정 이용하여 재물을 취득한 경우에는 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피해액이 적고 범정이 가벼우므로 절도죄의 형을 과하는 것은 가혹한 점이 없지 않다. 반면 공중전화나 모사전송(Fax)과 같이편익을 제공하는 데 불과한 경우에는 객체가 재물이 아니고 또 기계는착오를 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 절도죄나 사기죄의 어느 쪽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예방하기 위해 1994년 개정형법은 편의시설부정이용죄(제348조의2)를 신설했다. 그러나 이 죄형법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일어난 자동설비부정사용행위자만 처벌할 수 있지, 그 이전의 행위자 혹 이 규정을 신설하는 계기를 유발한 장본인이라 하더라도 이 원칙의 보호를 받아 처벌하지 않는다.

(2) 법률 없이 형벌 없다 (nulla poena sine lege)이 원칙은 가낼성뿐만 아니라 힘의 종류와 정도도 범죄행위 이전에법률로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강도상해 (제37조).
나 강도강간(제339조)과 같은 중범죄가 속출하거나 급증할 상황이라면입법자는 항상 일반여론으로부터 이러한 범죄에 대해 더욱 효과적으로대처 . 투쟁하기 위해 사형과 같은 극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게된다. 이들 범죄에는 최고형이 무기징역으로 되어 있으므로 형법을 개정하여 이 같은 범죄에 사형을 부가하거나 형사특별법을 제정하여 가중처벌의 형식으로 사형을 과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벌가중규정도 "법률 없이 형벌 없다"는 원칙에 따라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을 갖는 것이지, 이 규정의 신설 내지 변경 이전에 행해진 범죄에 대해서까지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1이 원칙은 이처럼 형벌의 종류와 정도는 법률의 형식을 빌리더라도사후에 그 법률제정 이전의 시기로 소급해서 적용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입법자는 행위자에게 불리한 형법가중을 사후적으로 소급입법해서는 안 되며, 법관은 그런 법률규정을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소급적용해서도 안 된다. 모든 형벌가중규정은 오직그 법률발효 이후에 저질러진 행위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법치국가적으로 보장된 행위자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적 보장 덕분에 혹 범행을 예비하거나실행단계에 이른 자도 최악의 경우에 자신이 받을 죗값이 얼마만큼이나되는지를 미리 예상하고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죄형법정원칙은 원래 절대왕권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횡포로부터 신민(臣民)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백성들의 투쟁의 산물이었다.
이 원칙의 기원을 흔히 1215년 영국 John왕의 대헌장(magna carta)에서찾는다. 대헌장 제39조에 "자유인은 합법적 재판에 의하거나 국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감금, 압수, 법외방치 또는 추방을 당하거나 그 외 방법으로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대헌장의 전체 취지는 단지 귀족 성직자 도시자유인들은 그들의 신분계급에서 나온 법관에 의한 재판을 통해서만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수 있다는 소송 절차적 보장을 내용으로 삼는 것이지, 절대국가권력을법률에 의해 엄격히 제한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이 인권문서를죄형법정원칙의 기원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않다. 221근대법치국가의 기본원칙으로서 의미를 지니는 죄형법정원칙은16세기 독일의 과격한 종교개혁가요 당시 독일농민전쟁을 이끌었던 지도자 토마스 뮌처(Thomas Minzer)가 1525년 농민전쟁 중에 공표한 바 있는 이른바 ‘농민의 12개 요구조함‘ (zwolf Artikeln der Bauen) 제9조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언에서 처음 발견된다는 것이다. 23 "농민들은 권력의 자의적인 호의나 비호의에 의해 처벌받지 않으며, 
오직 성문화된 법률에 따라서만 처벌받는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국가의 형벌권남용으로부터 보장해야 할 필요성은 자유법치국가의 헌법질서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당연한 요청이다. 이를 위해 권력분립의 원칙이 확립되었다. 이에 따르면 적어도 입법작용과 사법작용 및 행정작용은 분립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입법자는 무엇이 범죄인지, 그에 대한 처벌은 어떠한지를 사전에 미리 명확하게 법문을 통해 설정해 놓아야 하고, 사법종사자들은 법과 양심 그리고적법절차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불법과 책임에 상응한 적합한형벌을 과해야 하며, 그 집행과 교도 교화 작업은 행정작용의 손에 맡겨진다.
.
죄형법정원칙은 바로 이러한 개인의 자유 · 안전보장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 자유와 안전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형식적으로 이해하든 국가형벌권 발동의 조건과 정도가 명확한 법률의 형식에따라 미리 제정되어 있을 때에만,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행사에 대해 개인은 법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 국가시민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은 죄형법정원칙의 변함없는 실천적 기능이다. 범죄와 형벌의 법률적합성(Gesetzma Bigkeit)은 장구한 세월을 지나면서 물론그 세세한 내용에는 변화가 없지 않으나 법률로써 국가형벌권 발동의조건과 정도, 절차 등을 정형화해 놓음으로써 국가형벌권의 남용가능성을 억지하고 제약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소급입법의 금지는 원래 실체법상의 가별성과 형사제재에 관한 임체의 조건에만 관련될 뿐 절차법상의 문제나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 등에 대해서 당연히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헌법질서의 최고 가치로 등장하면서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이 가치를구현하기 위해 오늘날 소급입법금지의 적용범위는 종래에 비해 확장된게 사실이다. 오늘날 인권국가를 지향하는 여러 나라들의 인권감수성과 공감능력을 고려하면, 이런 확대경향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F그리하여 우리헌법도 형벌뿐만 아니라 보안처분에 대해서도 소급입법금지원칙을 원론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소시효에 대해서도 진정소급효를 금지하는 견해가 우세한데, 위와 같은 맥락에서소급입법금지의 적용확장의 결과라 할 것이다.
소급입법의 대상이 실정형법의 범죄와 형벌에 관한 것인 한, 위법성조각사유의 소급적인 폐지나 제한, 객관적 처벌조건이나 인적 처벌조각사유 등을 소급적으로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시키는 것, 형벌의부수효과, 기타 자격상실 또는 자격정지, 몰수,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의 조건 등을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소급 변경시키는 것 등은 허용되지않는다.

이미 확립된 판례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 소급적용한다면 사후입법에 의한 소급처벌과 같이 피고인의 법적 신뢰 및규범안정성을 해쳐 결국 죄형법정원칙에 반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 입장에 따르면 판례를 변경한 결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될 경우에는 그 효력을 당해 사건에 대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그 다음이나 장래의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하고, 당해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서는 변경된 판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생각건대 판례의 변경이 구체적인 법 실현의 과정으로서 법률을 보충하는 법적 견해의 변경일 때에는 법률 밖에서 행해지는 법관의 자유로운 법 발견 내지 법 창조활동 (Akt der Rechtsschöpfung extra legem)에 해당하므로, 이 경우에는 피고인의 법과 불법에 대한 신뢰보호를 위해 소급적용이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밖의 모든 판례의 변경은 단지 객관적 법상황의 변경에 기인하여 새로운 사안을 그 법률문언에 포섭하는법률의 구체화 작업 내지 법률안에서의 법 발견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에는 법관의 활동이 이미 현존하는 법률안에서 올바른 의미와 시의에 맞는 적절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법 발견활동 (Akt derRechtsfindung intra legem)에 불과하므로 판례의 소급적 변경 · 적용이 소급적용금지의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격변기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정치입법이요 정치사법이다. 
그때마다 공소시효정지를 비롯한 각종 소급입법들이 입법자들의 손에 의해 너무 쉽게 정치적 도구로 등장하는 것은 법의 세계에서 큰 고통이요 비극이다. 형법의 정치도구화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위에서 누차 언급한 ‘법치국가형법의 국가형벌권에 대한 헌법적 제한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반인륜범죄 외에는 입법도 사법도 함부로 그 예외를 인정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이 원칙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특히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정치적독립 그리고 법과 양심에 따라 이 원칙에 충실하려는 사법일꾼들의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무너질 때, 헌법이 부여한 최후의 무기는 시민불복종과 국민의 저항권뿐이다. 물론 그것은 예상치 못할 희생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종의 큰 모험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부진정소급효는 인정하지만 진정소급효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부진정소급효에 해당한 소급입법은 공익상의 이익과 개인의 신뢰보호 이익 사이를 비교형량하여 전자의 이익이 우선할 때는 허용된다는 것이다. 반면 진정소급효에 해당할 소급입법은 기존의 법률에 의해 공소시효가 만료한 이후의조치에 해당하므로, 이미 시효이익을 획득한 개인의 법적 지위의 안전즉 처벌로부터의 자유와 안전을 사후입법을 통해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것이다. 여기까지는 법치국가형법의 일반적 이해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결정과 대법원판례는 예외적으로 진정소급입법도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 예외사유로는
"일반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이익이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이라는 것이다. 

법치국가형법에서 소급효금지의 의미는 한 정치권력의 통치기간이끝난 후 형법수단을 동원하여 이미 과거가 된 권력의 실세들을 복수하고자 하는 정치적 보복에 형사입법이나 사법이 끌려다니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이 있다. 사후입법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치권력으로부터 과거 한때에는 강자였을지라도 지금 여기에서는 약자의 처지에 놓인 개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쓰이는 빗장이 소급효금지의 원칙이다. 그러므로 소급입법금지는 자유를 보장하는 법적 안정성 이념의 요체인 것이다. 이것이 값싼 응보적 정의 이념보다 낮게 취급될 수 없다는점을 특히 문민독재가 가능한 정치후진국에 사는 국가시민일수록 더욱 유념할 일이다.

법의 현존재는 예외 없이 시간 안에 편입돼 있고, 시간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법의 현존재는 시간섬(Zeitlichkeit) 속에 있는 것이다. 반면 법의 존재와 가치타당성은 일시적인 시간성 (Temporalitat)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의 절대적인 타당성 (Guitigkeit)이나 효력(Gelung)이 일관되게 계속되도록 지속성 (Kontinuitat)과 일관성(Kohlrenz)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118 이 지속적인 시간성 속에서 발견되는 법의 영원성은과거적인 법 및 미래적인 법과 떼놓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관된 법의 현재성의 인식과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그것은 법의 현존재가 별 존재 자체의 의미와 가치타당성에 이르도록 하려는 법 주체들의 몸부림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요컨대, 법의 영원성의 의미는 시간성 속에서 법의 역사성을 발견하고 해석하고 창조하는 치열한 정신적 노력 외에 다름 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시간의 차원 속에서 법이 각 사람으로 하여금 지속적인 자유를함유하고 이를 더욱 신장시키며 구현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현존재가 자유의 지속성을 통해 인간존재로 바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의창조적이고 계속적인 생성 및 발전과정, 이것이 법과 시간이라는 주제가 안고 있는 ‘시간의 지속성‘의 순수한 의미이다. 바로 이 점이 또한 법에 있어서 시간적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적 인간(Vergangenheitsmensch)은 과거에 매여 살면서 사물을 회고적으로 관찰한다. 물론 과거인도 현재에 발을 딛고 있지만 그 속에 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오늘이라는 시간대는 그의 세계가 아닌 것이다. 그도 미래인과 마찬가지로 현재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지닌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전혀 다르다. 과거인은 현재를 날마다 새로운 그 무엇으로 보지 않는다. 현재는 그에게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과거부터 흘러온 어떤 일의 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본 세계상은 진정한 진보나 발전이 있을 수 없는 어떤 완결된 세계에 대한 관념뿐이다. 과거인도 현재와 그 문제들을 잘 알고 있지만, 과거의 빛에 비추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제기된 문제를 판단하기 위한 잣대를그가 이미 경험했고 그래서 그의 안에 기억과 함께 아직도 남아 있는 과거에서 찾아낸다. 그에게는 과거에서의 유추가 현재의 답이다. 과거적사람이 종종 사법종사자들의 유형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형법전은 제1조에서 시적 적용의 원칙으로 행위시법원칙을천명한다. 즉, 제1항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규정한다. 외국의 입법례처럼 죄형법정원칙을 형법전 첫머리에선언하고 있지 않은 우리 형법에서 이 조항이 단순히 행위시법원칙만선언한 것인지 아니면 죄형법정원칙의 하나인 소급효금지의 원칙까지규정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입법론으로는 죄형법정원칙과 행위시법원칙을 각각 나누어 규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위시법원칙이 적용되는 한도 안에서 신법의 소급효금지효과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규정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원칙을 천명한 헌법(제13조 제1항)의 구체화규범인 형법을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석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행위시법원칙은 헌법적 규범의 반열에 오른 죄형법정원칙뿐만 아니라그와 동급인 책임형법 · 책임원칙의 본지에도 합치하는 자유보장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