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수는 형수에게 자신이 현대 그랜저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입증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소유권 증서를 보여주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영수에게 늘 정직했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영수는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P) 우리 사무실에 있는 어떤 사람은 내게 자신이 현대 그랜저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입증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증서를 보여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내게 늘 정직했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다. (C) : 우리 사무실에 있는 어떤 사람은 현대 그랜저를 소유하고 있다.
위 추론은 정당한 귀납추론이다. 즉 전제 (P)가 참일 때 결론 (C)를 받아들이는 것은 인식적으로 합리적이다. 그런데 갈수는 실제로 현대 그랜저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가 보여준 증시는 위조한 것이다. 또한 우연히 영수의 사무실의 어떤 다른 사람이 현대 그랜저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을 영수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 예에서 전제 (P)는 참이다. 따라서 결론 (C)는 거짓 전제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수의 믿음 (C)는 여전히 운 좋게 참이 된 경우이기 때문에 지식이 아니다.
예컨대 앞에 있는 빨간색 사과로부터의 시각자극이 내 두뇌에 비개념적인 감각상태를 야기하고 그 감각상태가 ‘내 앞에 빨간색 사과가 있다‘는 지각판단을 야기했다고 하자. 이 경우 내 앞에있는 빨간색 사과는 ‘내 앞에 빨간색 사과가 있다‘는 지각판단의 원격원인(distal cause)이고 이 지각판단을 촉발시킨 비개념적 감각상태는 이 지각판단의 근접원인(proximal cause)이다. 다시 말해 나는 ‘내 앞에 빨간색 사과가 있다‘는 사실을 ‘내 앞에 빨간색 사과가 있다‘는 지각판단의 근접원인인비개념적인 감각상태를 매개로 하여 인식한다. 따라서 이 대개가 없으면나는 ‘내 앞에 빨간색 사과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외부대상으로부터의 자극에 의해 야기된 감각상태를 매개로 하여 외부대상을 간접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러한 감각상태는 ‘내 앞에 빨간색사과가 있다‘와 같은 인식에서 중요한 인과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지만 나는 ‘내 앞에 빨간색 사과가 있다‘는 지각판단을 이 지각판단을 야기한 감각상태에 대한 인식적 파악을 토대로 추론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말해 이와 같은 지각판단은 현상적 상태로부터 추론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대상에 대한 지각을 통해서 비의지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감각경험과 이것이 촉발하는 지각판단 사이의 관계는 추론적 관계가 아니라 인과적 관계이다. 다시 말해 내적 감각상태에 대한 우리의 직접적 접근은 비인식적(non-epistemic) 접근이다.
어떤 사람이 외부의 어떤 자극에 대한 인과적 반응으로서 ‘아야‘라는소리를 냈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야‘ 소리는 참인가 거짓인가? 이 소리는 단지 자극에 대한 인과적 반응일 뿐 참 또는 거짓으로 평가될 수 있는 표상내용을 갖지 않는다. 5 외부사실을 표상한다는 것은 외부 환경의상태를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리고 심적 내용이 외부자실을 옳게 표상한다는 것은 심적 내용이 외부사실을 분류한 방식과이 심적 내용이 표상하고자 하는 외부사실이 실제로 분류된 방식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내 앞에 사과가 있다‘는 S의 심적 내용이 세계를분류한 방식과 이 심적 내용이 표상하고자 하는 ‘S 앞에 사과가 있다‘는사실이 분류된 방식이 일치하기 때문에 이 심적 내용은 옳다. 이런 이유에서 개념적이지 않은 것은 외부사실을 표상할 수 없다. 즉 참 또는 거짓으로 평가될 수 있는 옳음 조건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시각경험 속에 포함된 비개념적 현상적 요소는 참 또는 거짓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험내용을 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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