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에 담기는 한장한장의 그림에 이야기가 보이네요.
이야기가 스며든 오래된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그런가 봅니다.
저자의 눈에 비친 오래된 장소를 하나하나 눈에 담아가며 연필과 붓으로 그리고 물감으로 색을 입혀가며 그곳의 주인공과 나눈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담아낸 그림이야기를 들여다 봅니다.
오래된 장소를 찾은 이유 때문인지 장소의 주인공의 삶 또한 장소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네요.
짧더라도 자신의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몇 권의 수필집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전혜린 이라는 분은 학림다방에 한가지 이야기를 실어주고 있으며, 평화시장 안에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시발점이 된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명보다실, 커피숍인진 북카페인지 전시장인지 뭐라고 명명하기 애매한 이상의 생가터, 무려 17억원이라는 연봉과 17억원이라는 계약금을 제시했지만 한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알리려는 대장간의 주인공인 전만배 대표의 이야기나 모든 붓에는 자기 역활이 있다는 이야기로 첩첩 산중에 신선들의 집이라고 하는 구하산방 등 우리가 평소에 눈여겨 보지 못했지만 세상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오래된 장소의 이야기가 담겨있네요.
스쳐지나가면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장소인데, 그 곳을 눈에 담아내고 마음으로 그려진 한장의 그림을 봅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오래된 장소를 향해가는 계단의 그림에서, 오래된 장소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고 있는 방문자들의 모습에서, 저자가 전하려는 의미를 찾아봅니다. 소개된 몇몇 장소나 주인공을들을 빼면 대부분 처음 접한 분들이거나 장소들입니다. 아마 잘 알려진 분들이나 장소가 아니기에 이렇게 오랜 세월을 유지하고 지켜왔나 봅니다. 혹시나 세월의 힘에 의해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간이 흘러 그리움의 장소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렇게 담아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알리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모습들을 바라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옛 모습들이 그리워집니다.
이제는 그 모습의 내 마음의 기억들로만 남아있어 아쉬움만 더하네요.
오래된 옛 집, 정겨운 골목의 모습, 꼬불꼬불한 길 등 이제는 옛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나 사진만으로 아쉬움을 달래게 되네요.
먼 훗날 저자가 소개한 장소도 사진이나 그림만으로 보여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 그 곳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오래된 장소를 찾아가는 스케치북 여행이 주욱 이어주기를 바래봅니다.
미쳐 내가 알지 못한 세상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기를 더해봅니다.